인생사용설명서
<프롤로그>
마트에서 파는 제품의 대부분은 유통기한이 있다.
과자나 식자재 등 식료품 포장지 위에 적혀있다. 그리고 마트 자체에서 만들어 파는 델리(반찬), 베이커리(빵, 케이크)도 유통기한을 표기하게 되어 있다.
과일, 야채는 유통기한이 없지만 요리조리 상태를 잘 보고 골라야 한다.
유통기한은 소비자의 식품안전에 중요한 사항으로 캐나다 보건당국에서는 일 년에 서너 차례 헬스 인스펙션(health inspection)을 실시한다.
마트가 유통기한, 보관 및 사용방법을 잘 표시하고 안내하는지의 여부를 체크한다.
유통기한은 마트가 판매할 수 있는 기한을 뜻한다.
하지만 유통기한 이전이라도 전병, 김, 유과등은 쩐내가 나기도 하고 델리처럼 변질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마트에서 확인 후 리턴(return) 하고 환불(refund) 받는 것이 소비자의 권리이다.
따라서 유통기한 자체가 사용자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가 구입 후 설명서대로 얼마나 냉장 또는 냉동상태로 잘 보관하였는 지도 변수이다.
보관방법이나 사용방법을 잘 지킬 경우, 소비자의 안전 섭취가 가능한 소비기한은 유통기간보다도 더 길어질 수 있다.
한국과 달리 캐나다 마트에서는 소비기한제도는 없다. 대신 푸드뱅크(Food bank)에 유통기한이나 소비기한에 근접한 제품을 도네이션 할 수 있다.
<인생의 소비기한과 사용설명서>
우리 인생을 유통기한이나 사용설명서에 비유하는 것도 흥미롭다.
인간의 수명은 유통기한이나 소비기한과 비슷하다.
인생이 유한하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다.
사랑이나 만남 같은 인간관계에 유통기한이 있다고도 말한다.
또한 인생사용증명서. 하루하루 사용설명서, 남자사용설명서, 남편사용설명서, 아내사용설명서 등의 내용을 담은 글이나 소설, 영화도 꽤 많다.
인생에 기한이 정해져 있으니, 어떻게 방향을 잡고 살아야 할지, 어떻게 관계를 맺고 살아야 할지, 어떻게 해야 행복할지 고민하며 자신을 발견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인생사용설명서의 시초는 기독교에서 전해오는 성경 말씀일 지도 모른다. 창조주(God)가 친절하게도 인간이 어떻게 살 것인지 설명서를 제시해 준 셈이다. 신이 인간을 만들었으니 사용설명서도 잘 만들었다.
그러나 오늘날 기독교인이라도 그 방법대로 살기는 녹록지 않을 것이다.
오래전에 나온 김홍신의 <인생사용설명서> 같은 글이 오히려 더 현실적이고 친근할 수도 있다.
우리는 가정이나 학교, 직장에서의 배움을 통해서 더불어 사는 내용을 담아 셀프(self) 사용설명서를 만들 수 있다.
미래에는 인공지능(AI)을 통해 인생 매뉴얼을 만들지도 모른다. 내가 내 자신을 모를 노릇이니 더 객관적 일수도 있겠다.
사용설명서는 나를 위한 것이지만 남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나와 다른 사람이 소통하기 위해 필요한 안내지침이 될 것이다.
살다 보면 나 자신을 오용하거나 남용도 할 수 있고 방전될 수도 있다. 외부와 충돌하며 갈등을 겪기도 한다. 남자로서, 여자로서, 부모로서, 자식으로서, 직장인으로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면서 좌절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 휴식이나 충전, 화해모드를 써서 원래의 사용자 설명서 대로 돌아가야 한다. 업그레이드할 수만 있다면 삭제나 삽입기능을 써서 수정해도 된다.
마트에서의 불량 상품은 반품(return) 하기 쉽지만, 인생 궤도에서 이탈한 삶은 방향을 선회하거나 회개(repentance) 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그것이 인생을 역동적으로 만든다
<에필로그>
우리는 전자제품등을 구입하면 사용설명서를 꼼꼼히 잘 읽어 조립도 하고, 고장도 방지하고, 고치기도 하면서 소비기한을 늘린다.
인간은 그보다 훨씬 중요하고 존엄한 존재인데 제대로 된 사용설명서가 없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인생목적에 따라 방향을 잘 설정하고 나의 사용설명서를 만들어보자. 그리고 상대방에게도 알리고 그들의 사용설명서 또한 소중히 읽고 배려하며 소통을 늘려보자.
인생의 소비기한은 어쩔 수 없지만 정신적으로는 훨씬 더 풍요롭고 행복한 삶이 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