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별, 명왕성 그리고 134340

by struldbrug

**책을 읽은 뒤 감상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자기 계발이 되거나 '위로를 건네는' 책에 회의적이었다.

어떤 자세로 살아가야 한다거나, ~해도 괜찮다는 류의 이야기들 말이다.

책에서 얻는 것은 지식, 좀 좋은 책이라면 현상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 정도라고 생각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좋은 책임은 당연하고, 책이 건네는 교훈을 믿지 않던 나를 바꾼 작품이다.

작품에서 얻을 수 있는 통찰은 무수히 많지만 본 글에서는 '이름 붙이기'에 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작가는 이름 붙인다는 행위를 파헤친다.

독자는 이름 붙여짐을 통해 가시화된 측면만을 보는 일이 얼마나 파괴적일 수 있는지 느끼게 된다.


17세기까지 '마녀'는 은유가 아니라 실재하는 개념이었다.

일종의 죄목이었기 때문에 마녀들은 정식 재판 절차를 걸쳐 공인된 합의에 의해 화형 당했다.

이제는 모두 알고 있다.

마녀들은 진짜 '마녀'가 아니라 정신질환자, 미혼모, 어쩌면 그냥 고양이를 좋아하는 여자일 뿐이었음을.


이름을 붙이는 과정이 치밀하고 단단할수록, 그리고 권위와 다수결에 결부될수록 의심은 제거된다.


이 책은 우리가 알고 있다고 믿는 것은 그저 믿음에 지나지 않으며 어쩌면 우상숭배에 다름 아님을 경고한다.

그러나 그 믿음의 커튼을 걷는 순간,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는지도 보여준다.


밤하늘에서 반짝이는 별이 하나 있다.

그 별은 1930년 '발견'되어 명왕성으로 불리었다.

그리고 2006년 행성 분류법이 바뀌어 이제는 소행성 '134340'이다.

소행성 134340은 이제는 태양계에서 퇴출된, 한 때 명왕성이라 불리었던 것이다.


하지만 허블 망원경에서 눈을 떼고, 행성 분류법을 덮어둔 채 다시 밤하늘을 올려다보자.

여전히, 반짝이는 별은 거기에 있다.


광활한 우주에서 나는 찰나의 먼지일 수도 있다.

하지만 광활한 우주까지 굳이 넘어갈 필요는 없다.

당신 곁을 지키는 연인과 친구, 가족에게 당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쩌면 당신이 기르는 강아지에게는 당신이 우주 그 자체다.


물고기는 존재하는 모든 것에 관한 은유다.

물고기 뒤에 가려진 진실은 무수히 많다.

그리고 모두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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