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사회와 혐오
*책을 읽은 뒤 감상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우리의 친구 개들은 원래는 야생 늑대였다.
개들은 유구한 역사 동안 인간과의 친밀함을 쌓아 지금의 존재가 되었다.
수많은 동물들 중 개들만이 가진 특별한 지위를 생각해보시라.
과거에는 현존 인류 외에 다양한 사람 '종'이 공존했다.
그러나 협력의 기술을 지닌 현존 인류만이 살아남았다.
친화력이 좋은 여우 무리는 그렇지 않은 여우 무리보다 훨씬 더 많은 후손을 남겼다.
다른 수컷 침팬지를 적으로 간주하는 침팬지 무리에서 폭력은 필수 불가결하고, 그것이 죽음으로 이루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하지만 처음 보는 보노보에게 기꺼이 먹이를 나누어주는 보노보 무리에서는 모두가 살아남는다.
승패의 논리는 현대 사회를 지배한 지 오래다.
강자가 생존한다.
그러나 끝없이 싸워야 하는 강자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없다.
어쩌면 상대방에게 죽임을 당할 수도 있다.
급격한 저출생의 경향은 어쩌면 진화(진화가 꼭 좋은 방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의 증거일지도 모른다.
타인을 배척하고, 지배하려 들고, 혐오하는 행위는 현존하는 인간을 죽일뿐더러 살아남은 이들의 번식 의지도 잃게 한다.
1990년대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간의 적대적 관계를 조성하는 깅그리치 혁명 이후, 양당 간의 협상과 타협은 사라지고, 서로를 향한 네거티브 전술만이 판치게 되었다.
타협 없는 갈등만 존재했기에 제정되고 통과되는 법안의 수는 깅그리치 혁명 이전에 비해 현저히 줄었다.
이는 상대방을 혐오하고 무차별적으로 경쟁하는 태도는 결국 낮은 생산성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시사한다.
인간은 내집단에게 한없이 다정하고 관대하지만, 그럴수록 외집단을 향한 공격성은 강해진다.
저자는 '비인간화' 현상을 강조한다.
사람들은 외집단에 속하는 타인을 무의식적으로 '덜 완전한' 혹은 '인간이 아닌' 존재로 여긴다.
혐오 워딩에 동물을 암시하는 경향이 많은 것 또한 이 때문이다.
저자는 흑인 인종차별 문제를 언급하며, 전통적 형태의 인종 편견이 현대적 형태의 편견이 대신하게 되었음을 말하고 있다.
린치와 인종 분리 정책은 '사라졌다'는 것이 다수의 의견이다.
차별은 사라졌다고 치자.
그렇다면 불평등은 개선되었는가?
인종 분리 정책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지만, 엄연히 인종간 임금 차이는 존재한다.
흑인에게 침을 뱉고 폭행을 가하는 사람들은 줄었지만, 여전히 옆집에 흑인이 이사 오는 것을 꺼리는 이들은 많다.
간접적이고 교묘한 차별은 여전히 남아있다.
따라서 불평등은 개선되지 않는다.
이러한 차별은 무의식적이고, 비가시적이어서 잘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간접적이고 덜 물리적인 형태이기에 혐오가 더 쉬워진다.
그리고 우리는 혐오가 낳는 비생산성을 알고 있다.
어쨌든 인간은 다정해서 살아남았고, 반대로 다정함이 잔인한 결과를 낳기도 했다.
인간이 다정함을 발휘할 기회가 늘어날수록 미래는 밝다.
저자는 '행동의 변화가 태도의 변화를 낳는다'는 점을 이야기한다.
외집단 혹은 비인간이라 여기던 존재와 접촉하고 우정을 쌓아가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 지금, 아이러니하게도 세계는 '비접촉'과 '비대면'으로 가득하다.
팬데믹은 교과서에서나 읽던 재택근무나 화상수업이 현실화되는 확실한 계기가 되었다.
다정함을 발휘할 접촉의 장은 점차 사라지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다정함은 지금의 인류를 만든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이다.
저자가 다양한 생물학적 근거를 통해 설명하듯, 다정함은 우리의 뇌에 새겨져 있다.
다정한 눈빛과 친절한 한마디를 건네는 일은 인간에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쉽게 웃어주지 않는 사회다.
자칫 약해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참교육', '사이다' 영상이 유행이다.
영상을 보며 간접적으로 강자의 위치를 체험하고, 누군가에게 가해지는 모욕이 정당할 때가 있다고 믿는다.
어떻게든 우위를 점해야 살아남는다고 믿는다.
그러나 서로에게 선뜻 손을 내미는 사회, 눈을 맞추며 웃음을 건넬 수 있는 사회가 '살아남을' 것이다.
혐오는 폭력을 낳고 폭력은 죽음을 낳는다.
혐오가 쉬운 세상에서, 내 아이의 행복을 장담할 수 없다.
강한 것이 반드시 승리를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결국엔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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