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작가에 선정되었습니다.
생각보다 나는 겁이 많다. 이 열 글자를 쓰는 것도 다섯 번은 망설였다. 두려움을 극복하기는 쉽지 않다. 말하기와 글쓰기는 내 안의 두려움을 이겨낸다기보다 오히려 끄집어 내는 일이었다. 그렇게 마음 속 바다에서 그물을 걷어 글자들과 말들이 적나라하게 모습을 드러내면 파도는 비로소 잠잠해진다.
쉽게 씌어진 시가 육첩방 위에서 어떤 마음으로 세상에 나왔을지 짐작조차 어렵다. 어렵게 저장해 둔 내 초라한 서랍에서, 글쓰기는 두렵지만 작가는 되고싶은 마음을 간밤에 작가신청 버튼을 눌러 쏘아 올렸던 것 같다.
몇 번의 아침나절이 지났고, 낭보가 도착했다.
[브런치스토리]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
지난 몇 달 간 개인적으로 여러 갈래 길에 서서 고민했다. 어떤 물길을 따를지 생각을 거듭했다. 그래서 바다에 그물을 또 던졌나 보다. 기쁨보다는 안도에 더 가까웠다. 이 작은 성공이, 답답했던 시간에 물꼬를 트고 더 나은 성장을 위한 단초가 되기를 바라며 이메일을 열었다.
신기한건 그 다음이었다. 이메일 내용은 마치 텅 빈 방에 작은 의자와 책상이 놓여 있는 듯 했다. 서랍을 열지 말지, 얼마나 어떻게 풀어낼지는 오롯이 내 책임이다. 또다시 겁이 난다.
그래도 하는 수 없다. 이 쏘아올린 작은 공이 어느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길이 되었으면 좋겠다. 내 작은 경험들이 또 누군가에게는 희망이 된다면 기쁘기가 한량 없겠다. 지난 4년 간 인터폴이라는 곳에서 일기장에 메모장에 호기롭게 끄적여 둔 것들을 어디한번 꺼내볼 그물을 던져보자. 두려움을 걷어내러.
- 2023년 4월.
* 추신.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어디에 자랑을 하고 싶은데, 차를 타고 가다가 뒤에 앉은 일곱 살 내기에게,
"아들, 엄마한테 얘기하지마? 아빠.. 사실 작가야. 오늘 작가가 됐어"
"아빤 경찰이잖아. 바꿨어?"
"응 근데 아빠는 경찰이면서 변호사잖아, 근데 작가도 할 수 있는거야"
"...빨리 집에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