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를 깊이 지속하려면'
딸아, 아들아.
관계를 이해한다는 것은
삶의 가장 중요한 열쇠를 손에 쥔 것이란다.
대인, 대물, 대상.
우리는 언제나 관계 속에 놓여 살지.
관계는 톱니바퀴야.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구조.
한쪽이 마모되면
다른 한쪽도 기능을 잃어.
그래서,
관계는 감정이 아니라
구조로 이해해야 한단다.
너희가 살며 만나게 될 수많은 형상과 현상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네가 통제할 수 없어.
세상에서 유일하게 통제 가능한 존재는 단 한 사람,
너 자신뿐이야.
갈등이 생길 때,
상대를 보지 말고 너를 보렴.
네가 멈추든 내지르든, 물러서든
그 선택을 이전과 다르게 해보는거야.
관계는 상대가 아니라
네 선택으로 먼저 움직이기 시작하니까.
엄마가 지키는 관계의 기본 선(線)을 알려주고 싶구나.
‘혜택을 권리로 착각하지 않는 것.’
누군가가 너에게 베푼 호의, 배려, 시간과 정성.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순간,
관계는 흔들려.
그리고 그때부터
톱니바퀴는 삐걱거리고 속도가 느려지고
그러다가 멈추게 되지.
사람뿐 아니라
대물과 대상도 마찬가지야.
맞물려야만 지나가게 돼.
현상은 네 삶에 드러내고자 하는 의미를 지니고
네 인생에 진입한단다.
그것이 드러난 실체가 ‘사실’이야.
릴케는
‘한순간의 스케치를 위해서도,
대조적인 바탕이 힘겹게 마련되어지는 것은
우리가 그것을 보게 하려 함(주)’이라면서
세상은 우리에게 매우 뚜렷하게 이해를 요구한대.
그러니, 어떤 ‘사실’이라도
해석하고 의미를 찾으렴.
그렇게 한다면,
시련과 역경의 옷을 입은 현상조차도
감사로 여겨질 거야.
딸아, 아들아.
네게 오는 모든 것들은 네 삶에 ‘사실’로 기록돼.
사실은 증거이자 증명이지.
하지만, 결과야.
그러니 그 '결과로서의 사실'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관계의 다음은 달라져.
지금 이 순간의 기록이
낙서같을지라도
그 낙서가
영원히 기록되기에 마땅한 흔적이 되게 하려면
대인, 대상, 대물 그 어떤 것에도
거저 주어진 '권리'는 없다는 것을 알고
깊은 ‘의미’를 부여하렴.
관계는 노력이나 정성만으로 지속되지 않는단다.
그 아래에 구조가 있어야 해.
깊이 있게 바라보고
그것이 품은 의미를 찾아 해석하고
그 의미보다 더 깊이 감사해 봐.
그러면, 관계는 선(善) 위에 놓여.
선(善)은 강하고
강하면 오래 지속돼.
그러니,
관계를 오래, 깊이 지키고 싶다면
상대를 더 세게 붙잡지 말고
의미를 더 깊이 읽으렴.
관계는
부여한 의미만큼 너의 것이 되고,
감사의 깊이만큼 선(善)으로 향한단다.
주> 두이노의 비가, 릴케, 부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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