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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계산법
by
지담
Oct 30. 2022
신은 항상 이자가 후하다.
그(녀)는 항상
무엇이든 복리로 돌려준다.
이 때쯤인데.. 올때가 됐는데 싶다가도
지체되면 될수록 나는
보이지 않는 통장에서 불어나는 이익을 생각하
면서
오히려 흐뭇해한다.
젊은 날의 나는
내가 정한 기일에
원하는 바가 오지 않으면 조급했다.
당시 '정확'과 '타당'에 대한 나의 인지수준이
그(녀)의 계산법을 이해하지 못했음을
이제 안다.
그(녀)가 결코 어떠한 잣대도 없이 후한 이자까지 쳐서
고스란히 내게 돌려주는 것은
배움
의 지속
노동의 양
욕망에 저항하는 정신
타협없는 역할
좋은 것
말고 바른 것을 쫓는 용기
나에 대한 탐구
조화를 위한 파괴
자연
에 대한 순종
이라고
나는 믿는다.
그(녀)는 나에게서
능력이나 심성, 정신의 부족(不足)을 목격했다 하더라도
결코 내게 줄
이자를 공제하지 않는다.
오히려 부족을 승리의 찰나와 기가막히게 연결해
이자에 보태준다.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게다가
부족을 메꾸라고도, 수리하라고도 명하지 않는다.
그저 부족은 부족인채로 쓸모가 있으니
넘침에 주의하라고,
그 쓸모는 넘침으로 기필코 알게 되리라고,
모든 이익에는 그에 응당한 부담이 따르니
그 부담이나 해결하지,
그(녀)가 지불해야 할 계산에 대해서는 셈하지 말라 한다.
한 마디로,
나의 존재에 감사하고 감사를 이행하라고
이러한 단순함에 순종하라고 한다.
단, 그(녀)가 한푼의 협상없이 과세하는 것에 대해서도
나는 안다.
이 작은 집 들어앉는데도 세금이 매겨지는데
이 무한의 자연 속에 모든 걸 누리는 데 왜 세금이 없을까?
당연히 납부해야 할 세금은 일상에서 소소하게 치르는 댓가들이겠지만
그(녀)가 유독 과하게 매기는 세금
이 있다면
악의와 허영, 기만과 비굴, 배신과 망은 등이 그것이다.
이 같은 심정이
깊숙한 곳에서라도 고개를 쳐들면
그 즉시 나
에게는 자동적으로 세금이 부과되고
심지어 이
역시 복리로 과세하니
나는 이 점에 있어서만큼은 철저히 주의하기로 했다.
그(녀)의 계산법은
확실하게 줄 것은 주고
가져갈 것은 가져가는
양보없이 정확하기에 믿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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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담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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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작가
엄마의 유산
저자
새벽독서 7년째, 2022.8.18일부터 매일 새벽5시 브런치글 발행, 박사/교수, '엄마의 유산'외 11권 출간, SSWB-ACT 마스터코치, '건율원', '체계적양서읽기'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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