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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담 Dec 03. 2022

새벽 5시의 거래 (v. renewal)

오늘 글은 날로 드시네요!

태양은 오기 전

별들은 가기 전.

달은 완벽히 자신을 숨기지 못하고

등장직전 구름은 아직 채비가 끝나지 않은,


거대한 자연의 교대가 시작되는 장엄한 시간.


나의 잠자던 육체는 깨어있는 자연에게 내 존재의 기지개 신호를 보내고

나의 닫혔던 정신은 다른 이와의 정신적 혼합을 위해 줌을 켜 공유 신호를 보내고

밤새 혼자만의 세상에 머물던 나를 세상밖으로 보내기 위해 불을 밝힌 형광등은 기상신호를 보내고

내가 잠든 사이 자기 혼자 저멀리 가 있는 시간에게 이제 같이 가자! 신호하는 이 시간.


거창한 세상의 교합이 시작되는 숨가쁜 시간.


거대한 자연의 교대와 교합 대열에

나를 진입시키는

새벽 5시.


오늘 사용하도록 할당되어버린, 그리고 허락되어진 나의 에너지를

아낌없이 부여받는, 부여받아야 할, 부여받을 수밖에 없는 새벽 5시.


정해진 궤도에 따라 어김없이 자전하는 자연의 교대행렬,

내가 만든 어설픈 궤도라도 날 연결해 자정시키는 세상의 교합행렬,

이 거대한 톱니바퀴가 또 다른 연합을 위해 가열차게 기운을 내뿜는 이 순간을 놓칠새라

어제의 나를 재빨리 버리고

새로운 하루, 새로운 나로 재창조되려

'오늘'로, '또 다른 하루'로 냉큼 발을 디미는 이 시간.

자전(自轉)을 위해 자정(自淨)이 시작되는 새벽 5시.


'나'와 '하루'의 거래가

'나'와 '세상'의 거래가

'나의 현재'와 '나의 미래'의 거래가

속도를 끌어안으며 공진화를 이루자 약조하는 시간.

나의 약조를 지켜주려 기꺼이 자신의 모든 것을 허락한 자연의 품에서

나의 약조를 지켜내려면 기꺼이 나의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세상의 명에 따르는,

그 무엇보다 가장 안전한 거래의 시간.


자연에게 내가 아닌, 세상 속 유기체로서 존재하라 훈련받고,

죽은 성현들에게 산자들과 잘 사는 법, 나로써 살아갈 삶을 배우며

세상에게 자기랑 맞짱뜨려면 지금의 나로서는 부족하다 자격을 검증받고

올테면 와라, 자연이 내 편이다. 으름장 놓을 베포덕에

맑아진 내 머리와 두 눈이 아직 잠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한 모든 세포들에게

이 가르침에 순종하라, 이 베포에 보답하라 명하는

새벽 5시.


혼자에서 여럿으로

정지에서 운동으로

자유에서 구속으로

닫힘에서 열림으로


세상은 오늘의 나를 번쩍 안고 또 어디에 나를 데려다 놓을지 기대되는

새벽 5시.

조금 더 나은 곳에 데려다주길 바라는 간절함만큼

이 장엄한 교대행렬에 결코 늦지 않으리라.

이 숨가쁜 교합행렬에 결코 빠지지 않으리라.

한결같이 새벽 5시에 내 인생에 등장하는 새벽 5시와 시간경쟁하는 나.


나만 깨어 있으면 어김없이 새벽 5시는 자연의 장엄함으로 나의 합류를 허락한다.

나만 정신 차리면 어김없이 새벽 5시는 세상의 넉넉함으로 나의 도전을 허락한다.


결코 뺏길 수 없고

결코 잃을 수 없고

결코 나눌 수 없고

결코 기대를 져버리지 않기에

결코 나에게 이로울 수밖에 없는

감사한 

새벽 5시의 거래.


1일 저녁, 지난 10/14일에 쓴 '새벽 5시의 거래'가 조회수 1000이 됐다는 메세지를 받았다.

와우. 내 글도 다음에 소개됐나?

아니었다.

그래서 더 기뻤다.

알고리즘에 걸리든 어쨌든 불특정다수의 클릭수에 마구 조회수가 늘었다가 다음 날 다시 뚝 떨어지는 풍파를 겪지 않아서, 그저 1달 조금 넘은 글이 꾸준하게 누군가에서 누군가로... 그렇게 전해지고 또 전해져 순수하게 조회 1000을 넘게 되어 더 좋았다.


그래서 오늘 글은

'생색도 내고', '창작의 고통도 덜고', '아까운 글 최근 독자들에게 읽게 해드리고 싶어서'

기존의 '새벽 5시의 거래'를 약간 리뉴얼하여 써봤다.

'오늘 글은 날로 드시네요!' 해도

'그러려구요!' 쿨하게 답하고 리뉴얼!

(*기존 10/14일 원글은 제일 아래 링크로 걸어놨습니다.)


지난 10/14일 쓴 원글

https://brunch.co.kr/@fd2810bf17474ff/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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