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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담 Dec 09. 2022

나는 사치스런 여자이고 싶다!

'구속'과 '사치'에 대한 소고

궁극적으로 말고

지금 하고 싶은 2가지.


첫째, 

내 인생에서 시간을 없애버리고 싶다.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지금이 몇시인지 

너무나 익숙한,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부터도 해방되고 싶다.

이제 잘 시간,

이제 먹을 시간,

이제 나갈 시간,

이제 일할 시간 등등

이런 구속도 다 없애고 싶다.


지금이 어떤 절기인지 그냥 몸이 느끼는대로,

지금 보여지고 만져지는, 그냥 자연이 느끼게 해주는대로,

지금 아는 것도 모르는 것도 다 잊고 그냥 세상이 알려주는대로,


그렇게..


그래서


둘째,

자연이 날 구속해주길 바란다. 

자연에게 구속당하고 싶다.

6개월? 좀 짧을까?

1년? 견딜 수 있을까?

지나보니 아무 것도 아닌 1년여 시간, 

날 강제로 자연에 묶어두어,

세상이 날 데려가는 그 곳으로 

의지없이 그냥 따라가고 싶은,

말하자면,

자연이 눈뜰 때 나도 뜨고

시들 때 나도 시들고

아플 때 나도 아프고

기쁠 때 나도 기쁘게


'그렇게 해야할 것 같고', 

'그것을 하고 싶은' 


그렇게..


3시간 읽고 3시간 쓰고 2시간 걷고

또 3시간 읽고 3시간 쓰고 2시간 걷고....

사이사이 배고프면 먹고 마려우면 싸고 가려우면 긁고 잠오면 자고

만나면 대화하고 안(못)만나면 침묵하고 

나만나러 오는 이 반갑게

나떠나는 이 아쉬움없게


그렇게..

 

날 가둬서 오히려 자유를 나에게 부여하는,

몽테뉴처럼, 릴케처럼, 소로우처럼 그렇게 한 시절 보내고 싶은 지성의 사치를 원한다.

산도 강도, 하늘도, 땅도, 심지어 잡초까지 오로지 나를 위해 존재해야만 하는 자연의 사치를 원한다.

한계없이 읽고 쓰고 먹고 싸고 가고 오는, 제약없이 맘대로 갖다써도 되는 시간의 사치를 원한다. 

세상 모든 사람이 나에게서 쌓아가고 미련없이 나를 떠나도 내 마음에 동요가 없는 감정의 사치를 원한다.

지성과 자연과 시간, 감정의 완벽한 사치를 

감.히. 원한다.


엄청난 '철학적 배신'을 당할 수도 있겠지.

엄청난 '지성'의 난관에 부딪히겠지.

엄청난 '후회'속에 살게도 되겠지.

엄청난 '질타와 원망'도 듣겠지.

엄청난 거리로 세상과 멀어지겠지.

엄청난 속도로 능력이 소진되겠지.

엄청난 '버텨내야 하는 시간'이 날 괴롭히겠지.

더 이상 고갈될 것조차 없는 나와 이내 직면하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자연속에 나를 들이밀어

나도 데려가달라고 

온몸을, 일상을, 일생을.... 

맡겨보고 싶다.


시간을 없애 시간의 사치를,

일상을 떠나 삶의 사치를,

구속을 떠나 자연속 구속의 사치를,

나를 버리고 나로써 사는 자아의 사치를 누리는,

나는 사치스런 여자로 살고 싶다.


대한민국 엘리트 우리 딸에게 여기까지 쓴 것을 보여주며 물었다.

'엄마, 이렇게 2가지 이상한 거 하고 싶은데 할 수 있을까?'

'하면 되지. 

엄마가 못하는거야? 

안하는거지!'


그렇군.

안하는거군.

그렇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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