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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담 Jan 04. 2023

자신의 무식을, 무지를 계속 인정하렴.

엄마의 유산 2

살면서 스스로도 당황스러울 때가 있단다. 당연한 것을 아는데도 당연하게 행하지 못하는 경우.

인간이 성장하려면 계속 자신이 모른다 여겨야 하는데 뭐 잘났다고 아는 지식을 휘두르며 사는지... 자신은 모르지 않다고, 모르는 것이 아니라 잠시 잊었다고, 아는 이 앞에서 안다고 하니 이는 '나는 어리석다'라고 소리치 꼴밖에 안된단다.


'나는 모른다.', '나는 무식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명심하는 자만이 지속적으로 자신을 '배움'의 터에 머무르게 할 수 있단다. 자기 자신을 성장시키기 위해 배움의 문을 여는 자야말로 '지혜'로운 자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야. 이걸 모르는 이는 없지. 당연한 것이지? 하지만 이리 당연한 것을  행하는 자는 드물어. 그래서, 오늘은 '배우는 것'이 얼마나 환상적인 것인지 제대로 일러주고 싶구나...


단, 이 글을 읽으면서 나는 계속 모르는 사람이니 자신감없이 살라는 것이 아니란다. 계속 알아가는, 오히려 자신있는 사람으로 살라는 의미이니 이 점을 명심하며 읽어주길 바란다.

배움이라는 것이 어떤 것이든 처음엔 알파벳부터 시작하지만 그것들로 단어를 익히고 단어가 다시 맞붙어 숙어가, 문장이, 문구가, 글과 말이 되는 것이며 글과 말은 단지 활자라는 실체를 너머 그 이면에 '의미'와 '가치'를 담게 되거든. 지식이 모여 인지가 되고 인지가 삶이라는 실재에 대입되어 지혜로운 경지로 이르게 되지.


그 경지의 끝이 어딘지 모르면서 '안다'고 '더 이상 배울 게 없다'고 여기는 것은 이제 알파벳 겨우 외웠으면서 영문을 이해한다고 뻐기는, 정말 바보같은 꼴이야.


계속 자신의 무식을, 무지를 인정해야 한다. 삶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다워서 항상 새로운 경험을 할 수밖에 없지. 새로우니까 지식만으로 이해도, 해결도 안되겠지? 그래서 삶자체가 가진 본성이 난해(難解, 이해가 어려움)인거야. 수학을 잘한들 인생의 함수를 풀어내지 못하고 영어를 잘한들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물리를 잘한들 세상의 원리를 담아내지 못하며 생물을 잘한들 자연의 이치를 깨닫지 못하고 철학을 외운들 삶에 대입하지 못하고 음악을 잘한들 감상하지 못하며 체육을 잘한들 건강하지 못하다면 그것은 안다고 할 수 없지. 그저 머리만 복잡해지고 커지는거지. 지식은 삶에 적용될 때 가치있는 것이거든.


또 말하지만 계속 자신의 무식을, 무지를 바라봐야 한다. 인생이란, 삶이란, 사람이란, 자연이란, 네가 걸어가는 그리고 걸어가야 할 길이란 온통 미지의 것들이라 볼 수도 알 수도 없단다. 가보지 않은 길이기 지금 존재하는 이론이나 문법으론 풀 수 없지. 지식을 쌓고 또 쌓고 더 쌓아서 그것의 뭉치가 서로 연결되고 연결된 것들끼리 서로 충돌하여 소멸될 것들은 소멸되게, 새롭게 창조될 것들은 창조되게 해야 해. 물론, 알파벳을 아는 것이 기본이지. 지식을 쌓는 것은 기본이야. 기본이라는 것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반드시 시작에 놓여야 해. 하지만 기본만으로는 응용을 하기 버거워. 삶은 응용인데. 사람이 먹고 싸고 자는 것만으로 살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지.


여기서 '~답다' 또는 '~스럽다'라는 말의 의미를 잠깐 고려해보면 좋겠는데... 사람답다는 어떤 사람을 의미하는 걸까? 지식인답다는 것은 지식을 어떻게 활용하는 이를 두고 하는 말일까? 여성스럽다, 남성스럽다, 어른스럽다... 단어옆에 바짝 붙은 '스럽다', '답다'가 그럴싸하게 어울리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계속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며 배움에서 발을 떼면 안될 것이야. 어울리지 않으면 어울릴 수 없어. 대접받지 못하고 도태되지. 사람답지 못한 사람은 사람과 어울리기 어렵고 어른스럽지 못한 어른은 제 아무리 어른처럼 굴어도 어른대접을 못받지. 배움은 너를 무엇에든 어울리게 해줄거야.


그렇다면, 학교를 졸업한 어른은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배울 수 있을까? 사실 이런 질문은 우인(愚人)들이나 하는 질문이겠지만 아직 삶의 기간이 짧은 너희들은 경험의 폭이 좁을 거라 여겨 몇가지 알려주려 하는데 괜찮겠지? 정답은 없겠지만 현인(賢人)들의 책을 통해 배운 해답은 의외로 간단해. '모든 것에서, 모든 이에게 배움이 있다.' 간혹 아주 사악한 인간을 만나도 '저렇게 살면 안되겠구나'를, 아주 뛰어난 인간을 만나면 '저렇게 살면 되는구나'를 배우니 우리는 언제 어느 시간에 어느 곳에서나 배울 수 있단다. 전혀 배울 게 없는 그런 이를 만나도 '저렇게 배울 게 없는 사람이 되면 안된다'는 것만이라도 배우게 되지.


또한, 가장 커다란 배움을 줄 수 있는 도구는 '책'이라고 확신있게 말하고 싶단다. 책은 수천년전의 경험많은 이들의 지식과 지혜가 모두 담겨 있다고 할 수 있지. 종이와 인쇄기술이 없었던 시절 양피지에 필사가들이 하나하나 받아 적으며 지금 네 손에까지 온 책속에는 가히 놀라운 삶의 지혜들이 널 기다려. 그래서 유행하는 책보다는 유행에서 멀어진, 하지만 오랜 기간 넓은 세상 곳곳에서 읽히고 또 읽히는 그런 책들을 선별하여 읽기 바란다.


그리고 책을 읽다 보면 아는 단어들이 모여 있지만 결코 이해 안되는 부분을 자주 만나게 될거야. 그럴 때엔 잠시 멈추렴. 그리고 그 부분을 그냥 네 머리 한켠에 냅두렴. 그리고 다른 책을 잡으렴. 이해안되는 그 부분은 경험의 결핍때문이야. 살다가 또는 다른 책을 읽다가 그 부분이 메워진단다. 그러니 어려운 책이라 포기하지 말고 다른 책을 읽거나 수주일을 살고 나서 다시 읽어보면 그 부분이 이해되는 신기한 경험을 할거야. 몇주전까지 이해안되던 것에 무엇이 보태졌길래 이해가 될까? 안다는 것은 그렇게 활자만으로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하는거지. 그리고 그만큼 넌 성장한거지.      


모든 책이 다 양서는 아니야. 한 번 읽히고 사라지는 책들이 난무한 지금, 요령이나 비결을 알려주는 책은 되도록 멀리하고 근본을 알려주는 책을 선별해야 해. 쉽게 단숨에 읽히는 책보다는 한장한장 읽다가 덮기를 반복하게 하는 책을 읽으렴. 그런 책은 너를 자극하여 네 자신을 들여다보게 해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지. 그 책속의 글이 네 눈을 통해 네 가슴에 도달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해. 눈에서 가슴으로 간 활자들은 너의 사유의 길에 차곡차곡 쌓이게 되니 한장한장 더디더라도 그런 책이 네게 양서가 될 것이야. 단, 책을 읽으며 네 삶에 대입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허영이야. 꼭 기억하길 바란다.


배움을 지속하면 여러가지 이득이 있는데

그 중 제일인 것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게 된다는 것이야.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시야를 갖게 된다는 것이지. 네 앞에 자리한 두 눈이 색을 구별하고 사물을 인식하는 것으로 존재한다면 네 정신의 눈은 보이지 않고 인지되지 않는 그것들을 볼 수 있는 눈이라고 할 수 있어. 이 눈은 지금은 보편화되어 모두가 믿고 있는 지식이 곧 하잘 것 없는 거짓으로, 철떡같이 믿고 따랐던 이론들이 한낱 견해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게 하고 사물에 담겨 있는 소중한 가치를 느끼게 해주며 한마디 말 속에 담겨 있는 상대의 지혜를 간파하여 네 귀가 어디에서 열려야 할 지, 네 두 다리가 어디를 향해 걸어야 할지 알려주지. 배움은 네 정신의 시력을 상승시키고 또한 날카롭게 다듬어주니 살면서 꼭 필요한 때에 아주 유용할 것이야.


두번째 이득은 단 한순간도 배움에서 멀어지지 않는다면 너무나 커다란 쾌락을 맛볼 수 있다는거야. 이는 네 육체의 몫이 아니라 마음가짐의 몫이지. 배움을 통해 지속적으로 나아지는 너를 만난다는 것은 늘 새로운 너를 네가 만나는 경험을 한다는 의미겠지? 어제까지 몰랐던 내가 오늘 창조되고 오늘의 나보다 더 멋진 내일의 나를 기대하는. 얼마나 큰 희열이고 쾌락인지 서서히 알게 될 것이란다. 이 쾌락에 맛들리길 바래. 더 보태어 말하자면, 이와 같은 쾌락은 너를 절제의 삶으로 안내할거야. 남들이 소유하고 싶어 안달난 것들에서, 과하게 집착하는 그것으로부터 너를 해방시켜주지. 너는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너의 일상을 갖고 있으니까 말야. 무언가를 소유하여 일시적으로 즐기는 삶이 아닌, 영원한 것을 가슴에 품고 즐길 수 있는 일상의 쾌락을 얻은거야.  

사람은 유유상종이라서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이게 되어 있어.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모이는 것이 아니라 서로 가 서로를 불러들인다고 할 수 있지. 배움을 원하는 사람들 옆에는 항상 배움이 간절한 이들이 모이게 돼. 배움은 곧 성장이니 네가 배움에서 얻는 이득이란 성장하는 사람들과 항상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이며 이들과 인생의 가치를, 격을, 수준을, 그리고 이치를 깨달아가는 관계들이 형성될거야. 이들과 함께 지식을 너머 삶을, 인생을, 사람을, 세상을, 그리고 모든 것의 가치를 나누며 살 수 있어. 이것이 배움이 주는 세번째 이득이고 더 나아가 모든 것 안에서 더불어 함께 하는 이 삶에서 너는 점점 더 너 자신을 알아가게 될거야. 알면 이해하고 이해하면 소유하고 소유하면 소중해지고 소중해지면 사랑하게 되지. 네가 네 자신을 그리 대하게 될거야. 자기자신을 진심으로 소중히 사랑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배움이 주는 네번째 이득이야.


시간은 항상 사람을 어디론가 데리고 가는데 그 먼 길의 끄트머리로 갈수록 점점 몸은 작아지고 약해지고 또 굳어진단다. 누구나 단 한사람도 예외없이 그렇게 되지. 정신도 마찬가지야. 굳어져. 파괴되고 소멸돼. 하지만, 생명체의 물질로서 파괴되고 소멸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배움이 있는 한 정신이 굳어져 고착되는 것은 막거나 시간을 지연시킬 수 있어. 배움이 주는 다섯번째 커다란 이득이지. 물론, 젊은 나이에 벌써 고착된 편견이나 고정관념들을 가진 이도 있지만 주로 오랜 세월을 산 사람에게서 더 두드러지지. 그렇지만, 배움을 지속한 '오래된' 사람들은 오히려 젊은이들의 그것보다 훨씬 유동적이고 넓고 깊은 정신을 보유하고 있어. 정신이 굳어지는 것은 때가 늦어 고칠 수 없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어른. 자신을 이러한 어른으로 만들어주는 배움앞에 항상 겸손하다면 충분히 너도 그러한 어른이 되고 또 너를 닮고 싶은 너보다 젊은 어른들이 너와 함께 할거야.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큰 이득을 말하려 해. 책과 세상을 통한 삶의 배움은 처음엔 모르는 것을 알게 하지만 그 것이 새롭게 아는 것과 충돌하고 깨지고 섞이며 정리되는 과정은 네게 새로운 인식을 창조시키는 깨달음을 주지. 이 모든 과정이 성찰이란다. 배움은 성찰을 이끌고 성찰은 곧 성장한다는 증거야. 너는 내가 낳지 않았단다. 또 너 스스로 태어난 것도 아니지. 성장이 곧 그 증명이. 커다란 우주가 탄생시킨 너이기에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것이란다. 너는 배움을 지속하면서 점점 네 안에 우주가 있음을 알게 되고 따라서, 네가 무한하다는 것을 알게 될거야. 분명 살면서 한계에 부딪히는 경험을 하게 돼. 어쩔 수 없어. 누구나 한계에 부딪혀. 그런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선 한계가 필요하지. 자신의 내면에 무한함을 품은 사람은 한계를 만날 때 스스로 한계에 갇히지 않아. 지속적으로 걸어갈 수 있는 힘 이미 네 안에 있음을 믿고 있으니까. 무한한 너를 위해 유한한 지금을 살아가는 너는 커다란 우주란다. 를 실감하게 되는 것이 가장 큰 이득이야.


고리타분하게 읽혀지는 글을 여기까지 읽어주니 참 고맙기도, 기특하기도, 기대가 되기도 하는구나.

그럼, 짧게 2가지만 당부하자.

먼저, 하루에 일정시간을 반드시 내어 죽은 자들을 만나길 바래. 책을 쓴 이가 살면서 사유한 인생의 철학과 만나라는 의미지. 그 자가 네게 역사를, 문학을, 문화를, 삶을 알려줄거야. 그 길을 잘 따르렴. 이것이 매순간 네게 줄 커다란 희망과 가치의 쾌락을 기대해도 좋단다.


그리고 또 하나는, 양이 채워져야 질적인 승화가 일어난단다. 이는 물이 끓는 것과 같아. 99도까지 액체였던 것이 100도라는 열의 양이 채워지는 순간 기체가 되지? 정신도 마찬가지야. 지식이 일정 양이 채워져야 다른 차원의 지혜가 돼.  최근엔 이를 메타지식이라고 하지. 처음엔 일정량이 채워지도록 알아가는 과정을 반복하여 양을 쌓아야 해. 양이 쌓이면 아는 그것이 너에게 지혜로 승화되어 삶을 제대로 살아가는 힘이 되지. 그러니 계속 채우고 채운 것이 삶에서 지혜로 승화되도록 결코 멈추지 마라... 이 길이 사유의 길이야. 네가 평생 걷길 바라는...


엄마가 걷는 사유의 길은 많이 행복한 길이란다.

많은 이들이 걸어왔고 또 걸으며 행복했던,

누구나 걸을 수 있는 길이지.

너와 함께 걷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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