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출간을 예정하고 글을 쓰련다.
한동안 책을 낸다는 생각보단 내 정신 속의 많은 것들이 정리되길 바랬다. 브런치에 11개월이 넘도록 매일 새벽 5시 발행을 하면서 글을 쓰는 것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듯하고 그간 쓴 글을 A4로 출력하려 했더니 무려 2천장이 넘는 분량의 글이 나왔다. 물론 이 가운데 글다운 글, 그렇지 않은 글들이 혼재하겠지만 얘네들이 나의 정신 속 나름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에 의지하여 이제 하나의 컨셉을 잡고 새로운 도전을 해보려 한다.
아직은 아니야.
아직은 모자라.
아직은 자격이 더 필요해. 라며 미루고... 미룬 것은 아니다. 시작하지 않은 것이지. 여하튼, 새벽마다, 그리고 수시로... 쓸까? 아니야 기다려. 쓸까? 아니야 기다려를 수만번 반복했었는데(쓸까? 라는 의문이 들자마자 나의 영혼은 기다려!라고 명령했었다.) 그런데 오늘 새벽은 '쓸까?'의 물음표를 채 그리기도 전에 '써!' 라는 명령을 받아버렸다. 그리고 5개의 단어가 내게 온다.
이 5단어는 나의 삶의 맥(脈)이다. 이 5단어는 서로 분절된 것도, 그렇다고 연결된 것도 아니다. 모두 다른 모양이지만 하나의 의미밖에는 없다. 이 단어들을 노트에 적고 20~30여분 흘렀을까....앞글자만 따면 IMTPW다. 일부러 고민이나 한 듯 나는(IM) 나를 위해 향한다(T). 그렇게 비밀을(PW) 알아낸 사람라고 대충 맞춰진다. 어허... 신기하고 신기하다.
왜 나만? 어떻게 나만? 어쩌라구 나만?
이렇게 많은 물음표에 대한 답이 없어 쩔쩔매는 그 긴 터널들을 지나면서 늘 궁금했었다. 사람들은 나만 모르는 비밀을 아는 듯 웃고 있었고 나만 모르는 비밀을 아는 듯 잘나가고 잘되고 잘 사는 것 같았다. 뭐든 척척 해내는, 맘껏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이들 속에서 저들만 아는, 그래서 나한테만 숨기는 비밀을 지닌 것 같았었다.
비밀을 푼 것일까? 비밀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면 이 역시 비밀을 풀어낸 것일까? 그저 내가 어떻게 나를, 세상을, 나와 나를 제외한 모든 것들을 바라보느냐에 대한 감지를 했다고 하면 이 자체가 비밀을 푼 것이 아닐까?
모르겠다. 그저 새벽에 뒤죽박죽(이는 내가 정리하려는 의도에서), 하지만 내 가슴을 뛰게 하는 질서정연(이는 제대로 입력된 듯한 감지)한 정체가 등장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한 듯하다. 이 정체를 실체로 만들려면 나의 육체를 지금부터 어디에 붙잡아둬야 할지, 어디에 초집중시켜놔야 할지 알고 있다. 지금껏 11개월이 넘도록 쓴 이 방대한 양들의 일부를 쏙쏙 끄집어내어 다시 논리와 비논리를 섞어가며 나만의 서사를 투입시켜내야 한다. 할것들을 생각하면 피하고 싶다. 해야할 꺼리들이 압박하는 듯해 두렵기도 하다.
그런데 어제 글에 썼듯 나는 무뇌아라서 생각이란 게 없다. 그저 느낌대로 움직인다. 지금 이 뛰는 가슴이 이를 실천하라 명하고 있어 8/3일 오전 10시 02분 나는 이렇게 공개된 공간에 선언을 하고 있지 않은가? 자격이 있는지 능력은 갖췄는지 무엇을 어떻게 써야할지 의지는 충분한지 이런 계산을 할 줄 모르는 나는 그저 지금 내 가슴을 뛰게 하는 정체를 실체로 들어내어야한다는 결정의 단순함만을 붙잡고 일단 시작한다.
새벽 독서와 독서모임을 마치고 어제 장봐온 먹거리들로 이것저것 만들다가 이렇게 손씻고 들어와 노트북앞에 앉는 나를 나는 그냥 냅둔다. 내가 하는 일이 아니란 것을 나는 인정하고 사는지라 그저 이끌리는대로 움직여보려고 한다.
4년이 넘은 지독한 새벽독서와 읽기 싫고 어려운 책들을 작정하고 읽고 쓰고 또 읽고 또 쓴 그 집요했던, 그리고 매일의 독서토론에서 1년간 (토,일제외) 매일 1시간씩 강의해낸 나를 더 이상 외면하고 무시하지 말라는 경고를 받은 것도 같고 자신과의 휴전은 이제 그만하라는 호통을 들은 것도 같고 그렇게 내 등을 떠밀며 나에게 던져준 단어는 '관점'이다.
여기서 저기를 보라는 것이 아니라
보던 것을 말고 보지 않던 것을 보라는 의미같기도 하고
미지의 눈에 대한 인식을 풀어내라는 의미같기도 하고
시력이 아니라 지력으로의 시선을 써내라는 의미로도 느낀다.
일단 지금은 모르겠다.
오늘은 여기까지.
잘 하려는 의도를 버리고
그냥 하자.
손이 이끄는대로 머리가 따라가고
감각이 이끄는 것에 이성은 매번 져야 한다.
관점이라...
독서와 글에 빠지기 전과 지금의 관점은 너무나 다르다....
관점이라...
나는 세상에 무엇을 던지고 싶은가?
세상은 나에게 무엇을 던지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