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같이 지독하게 날 방해하는 모든 것들로부터 안전하게 나의 정신(나아가 이성)을 지키고자 함이다.
제 자리를 지켜내는 정신을 위해
정신이 자기 자리를 지키게 함으로써
나름의 법칙, 나아가 원리로서 스스로의 운용체계를 갖추고 나의 육체를 끌고가주길 바래서다.
그 체계가 보다 촘촘하고 엄밀하게 절차를 구성해 나의 이성을 조종하는데 있어
보다 부드럽고 유들거리게 하기 위함이다.
또한, 그 체계안에서 이성으로부터 강령된 더 명확한 행동 -표현의 모든 것- 으로
나를 꼼짝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꼼짝 못한 채 지령받은 움직임 -언어, 표정과 같은 육체- 의 실행에
나의 초월된 이성이 또 다시 운용체계에 결합되어
지속적으로 체계를 진화시키게 하기 위함이고
이러한 진화의 연속과 지속은 내 인생에 충분히 유리하다는 판단이 있어서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친 판단이 시간의 길을 걸을 때
나의 인생은 분명 자연이 나에게 원하는 '바로 그 길'로 들어서게 되리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로써 나의 언어에는 힘을 보태고
이로써 나의 다리는 게으름을 탈피할 수 있으며
이로써 나의 사고는 자유롭게 운용될 것이다.
지력으로 가는 시력을 키우기 위해
나아가 책은 나를 더 제대로, 그리고 자세히 볼 수 있는 시력을 키워준다.
사람은 거울을 통해서만 자신을 볼 수 있다.
책은 내 시력을 애덤스미스가 말한 '공정한 관찰자'로서의 나로 키워낸다.
공정한 관찰자는 나보다 훨씬
더 개인적으로는 지혜롭고, 사회적으로는 윤리적이며, 공공으로는 덕을 실행하고,
보편적으로는 진리를 감지할 수 있는 시력을 갖추고 있기에
그의 주시는 나의 현실을 분명하게 보여주면서
나의 이성을 훈련시킬 수밖에 없게 나를 이끈다.
이러한 거울기능으로써 책은, 독서는 충분히 가치롭다.
심지어 책으로부터 강화된 시력은 나를 감시 내지 주시하는 공정한 관찰자의 수준과 위치까지도
세심하게 살피기에 나도, 나의 관찰자도 함께 키워주는 도구로서 책이 유일하다고 할 수 있겠다.
합리와 비합리의 연결을 위해
김우창교수는 비코의 견해를 가져와
'우리가 과학적인 이성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비코의 주장처럼 '공동체의 양식'
즉, 공통감각으로 인해서인데 이것이 삶의 지혜, 프로네시스나 프루덴티아에 통하고
이러한 지혜가 언어에 밀접한 관련을 가졌다'고 말한다.
프로네시스(실천적 지혜)와 프루덴티아(신중 또는 판단적 지각)는
학자로서 내가 연구하는 중심주제이기도 하다.
글자가 가진 의미보다 훨씬 더 깊고 방대한 해석이 가능한 이 주제안에서
우리의 이성을 논한다는 것은
인간이라는 바다 전체를 훑어내려는 약간의 무모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 한다.)
과학적 지성에 초월된 이성까지를 망라하겠다는 무모하고 야심찬 시도이지만
무모와 야심 덕분에 우리는 비코의 견해처럼
'이성'은 과학적인 측면만으로는 부족하여
비과학적 토대를 지니고 있는 지혜를 연결시켜야
좀 더 완성된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을 수용할 수 있다.
우리는 보편적으로 프로네시스에 과학적 논리가 없다고 해서 비합리적이라는 뜻이 아니란 것쯤은 이미 알고 있다. 가령, 지혜라는 추상적 단어는 인류와 함께 존재해왔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사회과학의 범주에 진입이 가능하고 창의와 통찰, 직관과 같은 단어 역시 수치화될 수 없으나 사회과학의 범주에서 수많은 합리로서 인정받고 있다.
책을 읽으며 바라는 바는,
바로 이렇게 비과학적인 인간의 기능을 과학적인 합리로 연결시켜줄
'초월한 선제적 경험'을 다양하게 얻는 것이다.
간접적이지만 선경험으로 지식화된 화려한 수사적인 설득에 내가 굴복하는 태도를 가지므로서
우리는 비합리가 아닌, 다른 차원에서의 합리, 즉, 초월된 이성을 갖추게 된다.
이 초월된 이성은 미세한 플랑크톤부터 거대한 흑돔고래까지, 이들의 생태계를 총망라하여
연결에 연결을 거듭한 끝에 우습게도 궁극에는 고래가 플랑크톤을 먹고 산다는 단순한 사실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