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지극히 개인적이면서 주관적인 일상을 적은 것이니 학교나 단체, 기타에 대해편견없이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뻐꾸기는 자기 둥지에서 새끼를 키우지 않는다.
나는 연년생 딸아들을 키우는 엄마다.
작년엔 딸, 올핸 아들이 대학을 가고나니 나도 이제 성인자녀를 둔 초보엄마로의 낯선 시간이 시작되었고,
'친구같은 아들딸'이라는 근사한 생활을 기대해보는 설레임도 생기는 것 같다.
아이들을 키우는 데 있어 내가 다짐한 단 하나가 있다면
'이 녀석들을 내가 키우면 딱 나만큼만 클테니 내가 키우지 말고 세상이 키우도록 하자!' 였다.
그래서 나는 '세상이라는 둥지'에 아이들을 내보내기로 했다.
그래서 나는 뻐꾸기엄마다!
2022. 8. 23. 새벽 아들에게 보이스톡이 왔다.
오늘은 4일 전 미국으로 다시 들어간 아들의 대학개강일이다. 첫수업이 어땠는지 몹시도 궁금해할 엄마를 위해 아들은 나의 독서모임 시간을 피해 전화를 줬다. 목소리가 들떠 있다. 다행이고 감사하다. "엄마!" 하고 부르는 그 목소리톤만으로도 내 심장은 쪼그라들었다 펴졌다 한다.
아들바보 일단 인정.
"엄마! 강의실 댑다 크고 얘들이 엄청 일찍 와서 자리가 없었어!"
"와!! 얘들이 다 부지런한가봐! 수업어땠어?"
"근데 엄마! 얘들 8할이 전부 아이패드나 노트북에 필기를 해. 난 그냥 노트가 좋은데...어쩜 다 거기에 필기를 하지?
다 그렇게 해도 나는 그냥 나 하던대로 노트에 필기해도 되겠지?"
"그럼 당연하지!"
아이들키우면서 항상 '아날로그 독서, 아날로그식 글쓰기'를 강조한 탓(덕분?)인지 아들은 아날로그식 필기를 더 선호하고 자기같은 사람이 드물다는 것이 신기했나보다.
새벽 5시경, 독서모임 중인 나는 서둘러 간단한 대화만 나눈 뒤 얼른 전화를 끊고 카톡으로 대화를 이어갔다.
페스탈로치는 이렇게 말했다. "신은 넓은 대지에 있는 어떤 사람도, 다른 어떤 사람을 돕고자 바라지도 않고 도울 수도 없다"라고. 도움은 다만 자기 가슴에서 오는 것임에 틀림없다. (중략) 세계는 아무것도 아니다. 인간이 전부이다. 그대 자신 속에 이성의 전체가 잠들고 있다. 일체를 아는 것은 그대가 할 일이다. 감히 그 모든 것을 하는 것도 그대의 일이다. -에머슨수상록-
4일 전 미국으로 돌아간 아들은 유독 엄마를 보고 싶어 했다.
'엄마가 만들어준 밥 먹고 싶다.', '엄마가 벌써 보고 싶네' 라며 나의 마음을 쓰리게 하더니
'기숙사에서 사는 게 두려워요. 이제 날 돌봐줄 어른이 없고 다 내가 혼자 해야 하잖아'라며 어른이 된 두려움을 내보이기도 하고 '화장실도 공용화장실이고..식당도 한참 걸어가야 하고.' 이것저것 불평불만도 쏟아내고
'나 한국에서 대학 다시 가면 안될까?'라며 내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도 했다.
이런 아들에게 '환경은 아무 것도 아니며 네가 전부다'라는 메세지를 읽게 해주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란 걸 나는 안다. 위로보다 강력한 글귀 한마디가 아들에겐 더 강하게 내리꽂힐 것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나보다 에머슨을 더 믿는것이겠지.
바로 2~3일 전 혼란방태의 아들에겐 이 글귀가 와닿지 않았겠지만 오늘은 씩씩하게 '네!'라고 답하는 걸 보니 조금 안심이다.
무려 1만km나 떨어진 아프리카까지 두 날개로 당당하게 날아가는 뻐꾸기 아가처럼
아들은 동물과학-수의학 분야에서 전미 5위안에 든다는 미국 콜로라도주에 있는 한 대학에 장학금까지 받고 입학한 나름 장한 친구다. 야생동물을 보호하고 멸종동물을 지키고 싶다는 어려서부터 키워온 큰 꿈 하나로 중졸 후 미국으로 건너갔다. 수의학공부(당시엔 파충류와 양서류 공부)를 목표로 연고도 없는 그곳에 단 2달간 영어도서관을 다닌 그 영어실력으로 엄마없이 혼자 먼타국으로 떠났다. 그렇게 3년을 치열하게, 성실하게 공부하고 이제 드디어 원하는 대학에서 원하는 첫발을 시작한 것이다.
역시 답은 '꿈'이다!
자신의 '꿈'을 위해 세상으로 나간 아들.
이런 아들의 꿈을 응원하는 뻐꾸기엄마인 나.
내 새끼를 잘 먹이는지 굶기는지 그냥 세상을 믿고 본능에 맡긴 엄마뻐꾸기.
엄마는 없지만 엄마가 자신을 믿는다는 것을 알고 잘 먹고 씩씩하게 무럭무럭 성장하는 아가뻐꾸기.
이들은 무려 1만km나 떨어진 아프리카까지 두 날개로 당당하게 날아가는 멋진 동반자가 됐다.
내 아들도 당당한 어른으로 나와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멋진 동반자가 될 것을 믿는다.
엄마인 내가 줄 수 있는 최고의 것은 믿음이다.
아들의 대학 첫날 첫 수업은 전공수업이었다.
송아지를 키운다고 너무 좋아라 하는 아들!(목소리만으로도 엄마인 나는 짐작이 간다. 얼마나 좋아했을지)
'간절히 바라면, 그리고 그것을 위해 감내하고 댓가를 치르면 항상 선물처럼 느닷없이 그것이 온다'는
엄마의 말이 입증되어서 나 역시 너무나 기쁘다.
아들이 겪는 소소한 하루하루가 쌓여서,
엄마인 나와 나누는 사소한 대화들이 쌓여서,
혼자서 겪는 난제들을 하나씩 해결해가는 경험이 축적되면서
부모를 벗어나 스스로 삶을 개척해내는 순간순간의 두려움들이 꿈을 이뤄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결과로 검증해내길 나는 바란다.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 감사하며 세상이 준 자신만의 재능으로 세상을 위해 옳은 쓰임이 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