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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재 Aug 23. 2024

팀 월즈와 미국 민주당

평범한 남자의 비범한 인생을 보면서 느낀 점


월즈의 가족들

1964년에 미국 네브라스카의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서, 열일곱 살의 나이에 주 방위군에 입대했다. 25년간 비상근 주 방위군으로 복무하다가, 주임원사(진)을 달고 퇴역했다. 최종 계급은 상사라고 한다.


네브라스카주의 작은 주립 대학교에서 학사를 받고, 미네소타 대학교의 캠퍼스에서 전문 학위인 교육 리더쉽(Education Leadership) 석사학위를 받았다. 전문 학위이므로 그가 교사로서 살아갈 미래를 그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후로 풋볼 코치와 고등학교 사회학 교사로 일하다가, 2004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에 특이한 에피소드를 계기로 정치에 입문하게 된다.


("제자 둘과 함께 조지 W. 부시의 유세장에 갔다가 제자 중 한 명이 케리 지지 스티커를 옷에 붙였다는 이유로 강제퇴장당한 것에 분노하여 케리 캠프에 지원했다고 한다.")


이후로, 하원 의원으로 6선을 하고 주민의 압도적인 지지로 미네소타주의 주지사가 되었다.




미국 시민권자도 아니고 미국에 살지도 않는 내 눈으로 봤을 때, 팀 월즈의 첫인상은 인상이 좋은 백인 할아버지 같은 느낌이었다. 마치 리조트에 가면 옆에서 생맥주를 마시면서 물어보지도 않은 자기 인생 이야기를 해 줄 것 같은, 적의 없는 할아버지 같다. 그러나 인상이 좋은 것과 정치는 무관하며, 한국에서는 인상이 좋은 정치인이 현실 정치의 수준을 떨어뜨린 역사가 있으므로 인상에는 큰 가치를 두지 않았다. 하지만 월즈의 이력을 알고 나서 나는 그에게 놀라울 만큼 호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해서, 카멀라 해리스의 등장만으로는 대권 경험이 있는 트럼프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왜냐하면 해리스는 조 바이든의 파트너로서, candidacy를 대체할 만한 사람들 중에서 그나마 나은 사람이었던 것이다. 정치 기술자 트럼프는 "개천용 신화"를 직접 책으로 쓰고 자신의 이력으로 신나게 팔아 먹은 J.D. 밴스를 지명했다. 밴스는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에서 학사를 받고 미국에서 가장 들어가기 어려운 예일대 로스쿨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카멀라 해리스도 법조인이기는 하지만, 트럼프와 밴스의 조합을 이기려면 민주당의 엘리트주의를 넘어서는 강력한 카드가 필요했다. 그녀의 선택은 '평범하고 성실한' 주지사 팀 월즈였다.


미국에서 거주하는 한인들 중에서, 민주당을 좋아하는 한인은 공화당을 좋아하는 한인보다 숫자가 적다고 한다. 한국 사람들이 문화적으로 보수적이라서 공화당을 좋아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내 생각에는, 민주당의 엘리트 정치인들이 보여주는 사회의 그림과 정치인의 실제 생활 사이에서 생긴 모순이 선뜻 민주당을 지지하지 못하게 하는 장애물이지 않았을까 싶다. 미국 민주당이 인종적 소수자들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으면서, 상대적으로 동아시아 출신에게 소홀했던 것도 하나의 이유로 생각된다.


그러나 팀 월즈는 민주당 정치인 특유의 위선에서부터 자유롭다. 다른 의미에서 말하자면 그는 정치인의 상식을 배반하는 인물이다.


월즈는 주식과 채권을 가지고 있지 않고, 주지사의 관사에 들어가면서 집을 팔아버렸다. 그리고 재산을 처분하여 생긴 현금을 모두 교사 연금에 넣어서 관리하고 있다. 미국 교사 연금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은퇴한 뒤에야 받을 수 있다. 게다가 월즈는 세가 게임캐스트를 플레이하는 게이머였다고 한다. 이것도 미국 안에서는 소소한 화제가 되었다. (게이머의 지지를 얻는 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월즈는 이렇게 말한다.


"네브라스카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그는 성장 과정을 언급하며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한 공화당 부통령 후보 제이디(J.D) 밴스 연방 상원의원을 견제했다. 그는 “고등학교를 같이 다닌 24명 중 누구도 예일대에 가지 않았지만 서로를 보살피는 일의 소중함은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의 공격이 무력했던 것과는 다르게, 월즈의 말하기 방식은 트럼프의 무능함을 공격하는 탁월한 무기가 되었다. 월즈는 트럼프와 트럼프 지지자들을 두고서, 기존 정치인의 방식대로 말하지 않고 그냥 솔직하게, 그들이 괴상하다고 이야기했다. These guys are just plain weird. 개천용 신화를 팔아먹은 밴스에 대해서도 기괴하다(creepy)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런 표현이 크리티컬 데미지를 입히면서, 해리스-월즈는 여론 조사에서 트럼프-밴스를 추월하기 시작했다. 해리스가 바이든을 대체한다는 말이 나올 때만 해도, 트럼프가 근소하게 우위였던 것을 생각하면 놀라운 변화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미국 시민권을 갖고 있다면, 그리고 투표권이 있다면 누구에게 투표할까? 내가 민주당 지지자가 아니라도, 이번에는 기꺼이 해리스-월즈에게 한 표를 던질 것 같다. 비록 민주당이 내 이익을 대변하지 않을지라도 트럼프의 '이상함'을 공격한 것 하나만으로도 신뢰할 수 있다고 느낀다.


평범하고 성실한 사람의 삶은 존경받을 만하고, 실로 강하다. 이것만큼 본질적인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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