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인간] 사람은 왜 사람을 필요로 할까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존재에 대한 기록

by 칸트의비밀이야기

도시는 늘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사람의 온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유리로 덮인 건물들, 규칙적으로 바뀌는 신호등, 출근 시간마다 같은 방향으로 걷는 발걸음들. 모두가 비슷한 속도로 움직였지만, 누구도 같은 곳을 바라보지는 않았다. 인간은 그렇게 모여 있으면서도 각자의 고독을 품고 살아가는 존재였다.


나는 오래전부터 사람을 관찰하는 습관이 있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저 지하철에서 마주치는 얼굴들, 카페 창가에 앉아 멍하니 시간을 흘려보내는 사람들, 밤이 되면 휴대폰 불빛에 의지해 하루를 정리하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는 일이 자연스러웠다. 그 표정들 속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모두가 무언가를 견디고 있다는 느낌. 인간은 살아간다기보다 버텨낸다는 말이 더 어울리는 존재처럼 보였다.


어릴 적에는 인간이 강하다고 믿었다. 아픔을 이겨내고, 실패를 딛고, 결국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존재라고 배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됐다. 인간은 강해서 버티는 게 아니라, 버텨야 하기에 강해 보이는 척을 할 뿐이라는 것을. 실제로는 수없이 흔들리고, 자주 무너지고, 그럼에도 다시 일어나야만 하는 존재였다.


사람들은 서로를 이해한다고 말하지만, 사실 이해는 늘 불완전했다. 말로는 위로를 건네면서도 마음속 깊은 곳까지 닿지는 못했고, 가까운 사이라 해도 결국 각자의 세계를 완전히 공유할 수는 없었다. 인간은 혼자 태어나 혼자 죽는다는 말을 떠올릴 때마다, 그 문장은 잔인할 만큼 정확하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끊임없이 관계를 만들고, 대화를 나누고, 사랑을 약속한다. 어쩌면 인간은 외로움을 견디기 위해 서로에게 기대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밤이 깊어질수록 도시는 조용해졌고, 그 조용함 속에서 사람들의 마음은 더 선명해졌다. 불이 꺼진 창문 뒤에는 각자의 하루가 접혀 있었고, 침대에 누운 사람들은 오늘 하지 못한 말들과 내일 해야 할 선택들을 떠올리고 있었을 것이다. 인간은 잠들기 직전까지도 생각을 멈추지 못하는 존재였다. 생각은 때로는 희망이 되었고, 때로는 족쇄가 되었다.


나는 어느 순간 깨달았다. 인간이 가장 인간다워지는 순간은 완벽할 때가 아니라,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순간이라는 것을. 실패를 숨기지 못하고, 약함을 부정하지 못하고, 그럼에도 다시 하루를 살아내는 그 모습에서 인간다움이 드러난다는 것을 말이다. 인간은 늘 부족하지만, 그 부족함 때문에 서로를 찾고, 손을 내밀고,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아침이 오면 사람들은 다시 거리로 나올 것이다.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얼굴로, 비슷한 고민을 안은 채, 각자의 자리로 향할 것이다. 인간은 그렇게 반복 속에서 조금씩 변해간다. 눈에 띄지 않을 만큼 느리게, 그러나 분명히.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완성된 답이 아니라, 끝없이 질문을 품은 채 살아가는 과정 그 자체인지도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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