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기

오늘 하루 행복하지 않아도 괜찮아

by 까만별

1. 나에게 글쓰기의 의미

나는 왜 글쓰기를 하려고 하는가

책을 읽고 싶어서 독서 동아리에도 참여하고 새벽마다 책을 펼쳐 들면서 독서를

내 삶의 한 부분으로 끌어 들이기 위해 무던히도 애쓰던 시절이 있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올바른 삶인지, 제대로 살고 있는 건지, 내 삶의 방향이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혼자서 고민하고 힘들어 할 때마다 나는 책을 의지해 온 것 같다.

나이를 먹고 뒤돌아 보았을 때 시기시기마다 책과 함께 어려운 고비들을 버텨내기도 하고 이겨 나오기도 하고 때로는 발상의 전환으로 위기와 시련을 기회로 탈바꿈 시켜버리기도 했다. 내 인생을 지탱해 준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단연코 나는 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좋은 책을 읽다 보면 글에 대한 감탄을 넘어 나도 글을 쓰고 싶다는 막연한 부러움이 싹트기도 한다.

사실 그런 마음이 싹튼 이후부터 나는 매순간 어떻게 하면 글쓰기를 내 일상 속의 한 부분으로 녹여낼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그런 고민의 끝에 매일 글쓰기를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2024년 11월부터 글쓰기 클럽에 참여하면서 내 인생의 글쓰기를 어떻게 꾸려나갈지 조금씩 궁리를 시작하게 되었다.

숨통이 조금 트이는 것 같았다. 내가 이토록 무엇인가를 하고 싶었던 적이 있었나.

왜 이렇게 글을 쓰고 싶어하는지 계속해서 나 스스로에게 자문해 보기도 했다.


왜 글쓰기인가.

봄에 시작된 질문은 여름을 지나 가을도 한층 무르익어 겨울로 접어드는 초겨울 즈음에야 해답을 찾았다.

내 안의 마음 텃밭에서 봉긋 솟아오른 글쓰기에 대한 강렬한 열망!

바로 나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 내 삶의 이야기든 내가 만들어가는 이야기든 에세이로 소설로 시로 일기마저도. 바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거다. 어떤 형식이 되었든 그 안에 담겨질 나의 삶의 부분들을 정성껏 기록하고 이야기 나누고 싶었다는 것.

마음속에서 넘쳐흐르는 말들을 모아 보기로 한다.

흩어진 말들이 정돈된 글로 차곡차곡 쌓여 나가길 꿈꿔 본다.

소박하지만 뜨거운 글쓰기의 여정을 시작하면서......


2. 설이 업고 업부바 산책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 설이는 산책 대장이다.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설이와 산책을 한다. 왜냐하면 설이를 키우면서 단단히 결심한 부분이 바로 하루 한 번 꼭 산책시켜주기였다. 딸이 강아지를 너무 키우고 싶다고 졸라서 데리고 온 생명이었지만 이 어린 동물을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자식같이 키워나가야 하는 책임은 또 나의 몫이었다.


정말 자식 하나 키우는 마음으로 설이를 키워 온 것 같다. 아이와 교감하듯이 동물과도 이렇게 소통이 되고 교감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그런 설이에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가장 큰 하루의 선물이 산책이다. 식구들이 모두 밤늦게나 들어오니 그래도 낮시간 동안 바람이라도 쏘여주고 싶어서 출근전엔 항상 산책을 가장 큰 일로 여기고 한 두시간 나갔다가 들어온다. 그 시간이 이제 습관처럼 굳어져서 시간이 되면 설이가 먼저 알고 신호를 보낸다. 그런 설이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산책을 안 나갈 도리가 없다.


요즘처럼 날씨가 너무 춥거나 눈이 와서 산책이 좀 어려울 때면 어부바 산책이라도 해 주려고 한다. 그야말로 아이를 업듯 강아지를 업고 패딩을 입어서 따뜻하게 한 후 등 뒤로 손깎지를 해서 엉덩이를 받쳐주면 된다. 처음엔 그런 모습이 너무 우수웠지만 적응이 된 건지 설이도 너무 편안한 자세로 업혀 산책을 즐기는 것 같다.공기 속 냄새라도 맡으면서 기분전환도 하고 풍경들 보면서 지루하지 않은 하루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설이를 업고 나갈 때면 딸을 업어 키울 때랑 똑같은 사랑이 느껴진다.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딸의 어린 시절이 강아지를 업어주면서 다시 그리워진다.

어부바 산책에는 그런 사랑과 추억이 있다.


3. 스무 살, 힘내요!


오랜만에 한가한 주말을 보내면서 딸아이와 미용실을 찾았다.

무조건 긴 머리만 예쁘다고 생각하는 중학생 딸을 설득해서 단정하게 길이도 자르고 앞머리도 정리하기로 했다. 오랜만에 미용실 가는 길에 나도 두피관리 좀 받기로 예약하고 방문했다.


평소 담당해 주는 헤어샘이랑 이야기하고 딸아이 머리를 먼저 컷하기 시작했다. 나는 잠시 대기하면서 핸드폰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그런데 그런 나를 한 걸음 뒤에서 가만히 기다려 주고 있던 한 사람. 바로 인턴샘이었다.

핸드폰에서 시선을 거두고 둘러보았을 때에야 조용히 내 상황을 살피고 있었다는 조심스러운 표정을 알아챘다. 바로 샴푸실로 안내해 주었다.


미용실에서 내가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샴푸 과정이다. 두피도 약하고 머릿카락도 얇고 가늘어서 언제나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데 샴푸하는 손길이 섬세하고 꼼꼼하면 그 이후의 모든 과정은 여유롭게 다가오곤 한다. 인턴샘에게 관심이 갔던 이유도 손이 야무지고 샴푸를 너무 시원하게 진심을 다해서 열심히 하려는 태도의 진정성이 그대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서, 그리고 내 아이를 키우면서 더욱 사회에서 만나게 되는 20대 전후의 어린 청춘들을 보면 어느 순간 짠하기도 하면서 또 한 편 그들이 걸어갈 인생길들을 응원하게 되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겨난다. 내 아이도 20살 쯤 청년이 되어 어떤 일들을 겪으며 살아갈까. 어떤 아르바이트를 거치면서 어른이 되고 사회인이 되어 이 험한 세상을 헤쳐 나갈 수 있을까.

내 아이를 보는 눈으로 청춘들을 바라보게 되고, 한편 청춘들을 대하면서 내 아이의 미래는 어떠할까를 교차로 바라보게 되는 그런 순간들을 가끔 접하게 된다.

그럴 때면 나는 늘 청춘들의 편에 서게 된다. 조금이라도 이들에게 마음을 보태고 응원하고 싶은 그런 마음 말이다. 그래서 오늘도 이 야무진 인턴샘에 대해 담당 헤어샘 앞에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두피관리가 시작되고 헤어샘의 지시를 받아 인턴샘이 이것저것 해주는 것들이 많아 이야기도 더해 나가게 되었다.


딸이 컷이 끝나 먼저 가겠다고 인사하고 나가는 걸 보면서 인턴샘이 이야기 했다.

“따님은 이제 어디로 가는거에요? 저는 서울이 참 신기하고 지금 이 동네 학생들보면 참 낯설게 느껴져요. 학생들도 많고 다 공부하러 스카 가고, 학원에 다니고 대학생들도 많고... 저는 여기가 고향이 아니거든요. 지금은 부모님과 떨어져서 혼자 살아요. 강원도 대관령쪽이 집인데 미용일이 좋아서 고등학교는 특성화 고등학교를 나오고, 자격증 따면서 서울로 바로 취업을 했고, 지금 미용실에 취직하면서 인턴으로 교육받으면서 커리어 쌓고 있어요. 지금 생활에 불만은 없는데 가끔은 내 나이 또래 다른 친구들은 대학교에 가서 다른 경험을 하는데...나는 그런 게 없어서 좀 아쉬울 때도 있어요.“


아... 이렇게 솔직한 이야기를 내가 듣고 있어도 괜찮은 건가..나의 방어막 없는 마음이 이 인턴샘에도 느껴져서 자기 솔직한 이야기를 이렇게 편하게 들려주는 건가

나는 최대한 가볍고 명랑하게 이야기했다.


“아, 요즘은 선생님처럼 실속파 청년들이 더 잘 하는거에요. 자격증 따면서 자기 커리어 쌓고 직업 찾아서 야무지게 자기일 해 나가는 게 훨씬 시간 절약하는 거고 계획있게 사는 일이죠... 대학 졸업하고서도 백수되고 자기일 못찾아서 또 세월만 보내는 사람들도 많은데 일찍 자기 적성 찾아서 노력하면서 사는 일이 얼마나 대단한 일이에요. 특히 부모님 떨어져서 독립하고 야무지게 인생 꾸려나가는 모습이 너무 대견하고 대단해요.“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응원말들을 총 동원하면서 이야기 해 주었다.

그런데 그렇게 말하면서 가슴 한 켠이 아려오는 이유는 또 뭔가. 인턴샘의 선택하지 않은 대학생활에 대한 막연한 미련과 아쉼도 느껴졌고, 만약 내 자식이라면 한편 기특하고 한편 안타깝기도 할 것 같은, 조금 더 나은 너의 인생을 찾고 조금은 더 편하고 좋은 세상 속에서 살기를 더 바라게 될 것도 같은 이 오묘한 마음들을 느끼게 되었다.


관리가 끝나는 순간까지도 인턴샘은 기억에 남을 정도로 성심껏 진심으로 자신의 일을 해 나가고 있었다. 나중에 이 선생님은 정말 잘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피 관리도 끝나갔고 컷도 마무리 되어 담당샘의 배웅을 받으며 나오는 길에 인턴샘 이름을 물어보았다.

“아, 도영샘이요. 참 야무지고 잘하지요.”

내가 대답했다.

“네 손이 정말 야무져요. 너무 친절하고 실력있는 샘이네요. 나중에도 꼭 다시 보고 싶어요.그 선생님 잘 좀 챙겨 주세요. 스물 살이래요 ^^”

내가 만난 스무 살 청춘을 마음껏 응원해 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