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가에서 자연과 함께
여유는 어디서 오는가? 바쁜 일상에서 잠시 고개를 돌리면, 여름 내내 작열하는 태양과 싸우며 짙은 그늘을 제공하던 숲의 나무들이 고개를 떨구고 한 겹 두 겹 옷을 벗으며 무지개빛 단풍으로 치장하고 먼 길 떠날 채비하는 풍경을 보게 된다. 아! 가을이구나 하고 참 바쁘게 살았구나 하며 놀란다. 여유 없음에 잠시 여유의 틈을 보게 된다.
강가에 왔다. 전망 트인 이층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의 여유를 갖는다. 강가의 줄지어 선 나무도 자기 색깔에 맞게 옷을 입었다. 먼저 입은 옷은 이미 바래어 허물처럼 떨어져 발에 밟히고 사각사각 소리 내며 떠나는 시간에 야속함을 더한다. 가을 햇살에 다가가며, 산책 즐기는 사람들 마음엔 일상의 그늘에서 벗어난 듯 가볍다. 여유로움인가?
강물은 말이 없다. 오늘따라 바람도 없어 물결은 곱디고운 실루엣처럼 하늘하늘 살랑이고 바라보는 나의 마음은 심연의 바다처럼 고요하고 평화롭다. 소위 말하는 물멍처럼 생각이 멈추고 강이 나요 내가 강인지도 느낄 수 없다. 물에 비친 하늘이 물인지 물이 하늘인지 알 수 없는 대비를 깨트리는 것은 가끔 이륙하는 비행기가 도화지에 그린 그림처럼 내 시야에 들어올 때이다. 강가의 카페에서 차를 마시는 나도 참 여유롭다. 나도 여유를 즐긴다.
여유를 찾고 싶을 때, 우리는 어디로 가며 무엇을 찾는가? 일상을 벗어나고 싶어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자연 속의 한 일원이 되어 느림의 미학을 즐기지 않나? 나는 그러고 싶을 때가 많다. 오솔길을 걸으며 이름 모를 풀과 꽃을 보고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이슬 속을 들어다 보며 낯선 얼굴을 발견하고 슬며시 미소 짓는 자신을 본다. 이때 만큼은 때가 묻지 않은 순수함을 느낀다. 나도 이렇게 맑을 때가 있었나 하면서 말이다.
일상의 단조로움 속에는 늘 여유가 자리한다. 여유가 너무 넘쳐서 단조롭고 무료하다. 가야 할 일터가 있었던 시절에는 쉬고 싶음이 여유를 갈구하게 했으나, 갈 곳 잃은 2막 인생은 갈 곳이 많아 선택의 자유로 마음이 더 바쁘다. 그래서 누구는 이를 두고 백수가 과로사한다고 하지 않던가. 사람은 누구나 각자 서 있는 위치 혹은 상황에 따라 여유의 의미도 달라진다.
주말이라 승용차로 야외의 근사한 카페를 찾았다. 옆에는 옆지기가 있고 일상에 늘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딸이 잠시 짬을 내, 옆에 함께 있으니, 확 트인 창으로 들어오는 바깥의 자연풍광이 더없이 멋있게 느껴진다. 마음 탓인가 싶기도 하다. 근심이 없고 안정된 상태라 시야에 들어오는 자연도 편안한 정서로 와닿는지도 모르겠다. 나무는 파스텔화처럼 색깔 칠한 잎을 달고 있고 가을꽃은 더 추워지기 전에 더 웃고 떠나고 싶은 듯이 환한 밝음을 주니 말이다. 오늘 나들이는 참 좋다. 어떻게 이 기분을 표현할까 고민할 것 없이 그냥 참 좋다. 매일이 오는 같으면 그것이 여유 있는 삶! 아니겠는가. 강가에서 느끼는 여유가 이유 없이 좋다.
2025.11. 16. 낙동강 어느 뷰카페에서 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