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저 멀리 떠나는 날 2026. 01. 04.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지 말라. 뜻한 바를 이루지 못했다고 실패한 삶은 아니지 않은가? 세월이 켜켜이 쌓여 삶의 결실로 다가오는데 마음을 다한다고 꼭 뜻한 바를 이루는 것은 아니다. 최선을 다하는 과정에서 만족을 얻고 즐거움을 얻었으면 그것으로 족하다. 노력으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면 좋겠지만 1%가 부족해도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이 인생이다. 결코 삶이 나를 속였다고 생각하지 말자. 그저 나의 삶이 여기 까지로구나 하고 여기까지 온 나에게 격려하며 수용함이 더 이롭다. 마음먹은 바 대로 이루지 못하는 것이 어디 삶뿐이겠는가?
홀로 사는 인생! 함께 할 동무를 구하지 마라. 언젠가 다 떠나는 것이 삶인데 굳이 함께 하려 애쓰지 말라. 함께 함이 좋지만 그렇다고 함께 함이 서로에게 위안보다 짐이 될 수도 있으니, 저절로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독립된 홀로 함이 자연스럽다. 한날한시에 함께 떠날 수 없다면 홀로 가는 것이 정석이다. 설령 한날한시에 함께 떠난다 해도 홀로 저 먼 곳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삶과 죽음이다. 언제인지 알 수 없어도 우리는 홀로 먼 곳으로 떠나야 한다. 떠나기 전에 회한이 남지 않도록 주변을 살피고 또 살필 뿐이다.
떠나는 날! 웃으며 명함 하나 남기자. 우연히 소풍 와서 그저 즐거웠다고. 그래서 감사한 마음을 담은 감사라고. 비록 이름 없는 별이 되어 떠나지만, 삶이 있는 동안 참 감사했다고 감사라는 명함 하나 남기고 웃으며 먼 길을 가련다. 밤하늘에 떠 있는 수많은 별이 반짝이는데 우연히 떨어지는 유성우 하나로 돌아오는 날, 다시 감사의 마음을 전하겠노라고 다짐한다. 죽으면 별이 된다고 하지 않나? 먼 길 떠나 하늘에 별이 되거든 어두운 길을 밝히는 길동무로 함께 할 날을 기다린다. 그러다 우연히, 아주 우연한 기회에 별똥별이 되어 다시 만나면, 그때 감사의 마음으로 보답하리라.
홀로 저 멀리 길 떠나는 날! 외롭지 않도록 소매 긴 옷을 입어야겠다. 바람이라도 친구 하게. 긴소매 나풀 대는 소리에 장단 맞추는 바람의 휘파람이 고독을 달랜다. 떠나는 길이 험할지라도 친구가 있으면 외롭지 않을 테니 말이다. 이별의 아픔이야 남겠지만, 떠나는 순간만큼은 웃으며 바람처럼 손을 흔들자. 다시 만날 땐 감사했노라 할 수 있게 미소로 안녕을 고한다.
알 수 없는 어느 날, 갑자기 저 멀리 떠나게 되면 미쳐 인사도 못했는데 아픔이 너무 커지잖아? 미리 쓰는 명함이 좋다. 떠나면 그만인데 흔적은 남겨서 뭐 하리? 작별마저 못할까 싶어 명함 하나 흔적을 남길 뿐이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이 땅에 와서 참 신명 나게 즐겼는데 감사 인사는 하고 가야지. 불확실이 혼란을 야기하지만, 미리 쓰는 명함은 준비된 미래를 담보하니 그만큼 마음이 느긋하리라. 주소와 연락처는 없지만 이름 하나는 분명하니 찾기 쉬울 터, 이름 속에 돌아올 명분마저 남겼으니 약속은 지킬 터, 미리 쓰는 명함에 감사라 적는다. 깜깜한 밤하늘에 유성우 하나 떨어지면 감사 인사하러 다시 오리다.
하얀 카드에 적다. 이름은 감사, 희망은 즐겁게 살다가 떠나는 날, 희미하게 반짝이는 별이 되는 것, 추신은 유성우 하나 떨어지는 날 돌아와 감사한 마음으로 보답. 명함은 쓰기만 하는 것이 아니고 남게 될 사람들에게 알리는 나의 신상이다. 홀로 저 멀리 떠나는 날! 두 손 잡고 고이 명함 하나 남기고 긴소매 펄럭이며 바람 친구와 함께 미지의 그곳으로 떠나리라. 그리고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이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