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어락 심사위원의 까다로운 오디션을 통과해 현관 안으로 입성하면, 그곳엔 오늘 하루 가장 치열한 전투를 치른 '낡은 운동화'가 대자로 뻗어 있다.
이 운동화는 현관의 허풍쟁이다. 옆에 놓인 반짝이는 구두에게 늘 이렇게 자랑한다.
"야, 너는 에스컬레이터만 탔지? 나는 오늘 주인이 버스 놓칠까 봐 100미터를 12초에 주파했다고! 이 밑창 닳은 거 봐, 이게 바로 훈장이야!"
주인은 매일 아침 현관에서 고민한다. "아, 이거 진짜 꾀죄죄하네. 새로 하나 살까?" 하지만 결국 발을 밀어 넣는 건 이 낡은 녀석이다. 여기엔 이 운동화만 아는 비밀 점성이 있기 때문이다.
주인이 첫 면접에 낙방해 터덜터덜 걷던 길, 연인과 밤새 산책하던 공원, 비 오는 날 진흙탕을 함께 굴렀던 기억들이 발가락 모양대로 운동화 천에 박제되어 있다. 주인에게 이 운동화는 신발이 아니라 '함께 뛴 파트너'인 셈이다.
운동화는 주인의 망설임을 먹고 산다. "헤헤, 주인님도 나 없으면 발 시려서 못 살걸?"이라며 뒤꿈치를 살짝 꺾어 신는 주인의 게으름마저 사랑한다.
하지만 냉정한 현실의 순간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운동화 옆구리가 툭 터져 속살이 보이거나, 밑창이 다 닳아 빗길에 주인을 '라라랜드'처럼 미끄러지게 만드는 순간, 주인은 돌변한다.
"아, 진짜 못 신겠네!"
어제까지의 추억은 유통기한이 다한 영수증처럼 힘을 잃는다. 낡은 운동화는 쓰레기통 요원에게 인계되기 직전까지도 마지막 허풍을 떤다.
"야, 쓰레기통! 나 오늘까진 주인의 역사를 지탱하던 몸이야. 조심히 다루라고!"
[오늘의 의미]
익숙한 것들은 가끔 낡고 초라해 보입니다. 하지만 그 낡음은 당신과 함께한 시간이 쌓여 만들어진 가장 편안한 굴곡이죠. 오늘 당신의 낡은 운동화가 아직 버티고 있다면, 그만큼 당신이 열심히 걸어왔다는 증거입니다. 가차 없이 버려지기 전까지, 오늘 한 걸음도 이 녀석과 뜨겁게 걸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