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현관문에 붙어있는 도어락은 단순한 잠금장치가 아니다. 그는 본인이 '가정의 평화'를 책임지는 수석 오디션 심사위원이라 굳게 믿고 있다.
그의 심사는 주인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발소리부터 시작된다.
"음, 오늘 발걸음이 가볍군. 보너스 점수 10점. 하지만 비밀번호 누르는 속도가 너무 성급해. 리듬감이 부족하군!"
도어락이 가장 엄격해지는 순간은 주인이 술에 취해 돌아왔을 때다. 지문 인식기에 닿는 손가락이 흐물거리거나, 번호를 누르는 속도가 0.5초 이상 지연되면 그는 즉시 독설을 내뱉는다.(물론 기계음으로).
"탈락입니다. 그 정신상태로는 이 청정한 집구석에 들어올 자격이 없습니다. 밖에서 찬바람 좀 쐬며 정신 수양하고 오시죠."
삐빅- 삐빅- 거리는 경고음은 사실 "술 좀 적당히 마셔!"라는 도어락의 잔소리다.
하지만 이런 깐깐한 도어락도 배달 음식 앞에서는 한없이 자비로워진다.
초인종 근처에 배달원의 기척이 느껴지면, 도어락은 속으로 간절히 기도한다.
'제발 벨 누르지 마세요. 그냥 놓고 가세요. 지금 우리 주인님 상태가 말이 아니거든요. 머리는 산발이고 잠옷 차림이란 말이에요! 서로의 안구 건강을 위해 제발 그냥 가주세요...'
그의 간절한 바람대로 배달원이 "문 앞에 두고 갑니다"라는 문자만 남기고 사라지면, 도어락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주인을 향해 가장 경쾌한 멜로디를 울려준다. "따라라라~ 합격입니다! 이제 치킨과 함께 행복해지세요!“
[오늘의 의미]
도어락이 당신의 지문을 검사하고 번호를 따지는 건, 당신을 괴롭히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밖에서 묻혀온 세상의 고단함과 나쁜 기운을 문밖에서 한 번 더 털어내라는 심사위원의 애정 어린 절차죠.
오늘 현관문에 들어설 때, 도어락이 기분 좋게 "합격!"을 외칠 수 있도록 당당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번호를 눌러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