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개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구름 제조 공장

by 아까그놈

우리가 하루의 끝에서 베개에 얼굴을 깊숙이 파묻는 순간, 그곳에선 아주 은밀하고도 거대한 작업이 시작된다. 베개는 단순히 머리를 받치는 도구가 아니라, 인간의 고단한 뇌 속에서 엉킨 생각들을 수집해 하얀 구름으로 변환시키는 특수 공장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치고 힘든 날, 베개에 얼굴을 묻고 "으아-" 하고 내뱉는 그 짧은 비명과 한숨은 공장의 원료가 된다. 베개는 그 무거운 감정들을 솜 사이사이로 흡수해 잘게 부순 뒤, 밤사이 하늘로 쏘아 올린다.


우리가 다음 날 아침 창밖에서 보는 뭉게구름 중 몇 조각은, 어젯밤 누군가 베개에 털어놓은 눈물과 고민이 깨끗하게 세척되어 만들어진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힘든 날일수록 자기가 좋아하는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푹 자는 것은 개인의 휴식을 넘어 '전 세계적인 공익 활동' 이 된다.


한 사람이 베개에 고민을 다 털어버리지 못하고 찌푸린 얼굴로 거리를 나서면, 그 부정적인 에너지는 지하철 손잡이의 에너지를 뺏어 가고, 비타민의 효능을 떨어뜨리며, 종국에는 짱구의 엉덩이 레이더에도 노이즈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반면, 베개 공장에서 고민을 구름으로 탈바꿈시킨 사람은 다음 날 누군가에게 머그컵 같은 따뜻한 귀가 되어줄 여유를 갖게 된다.


결국, 당신이 오늘 밤 애착 베개를 껴안고 깊은 잠에 드는 것은, 내일의 하늘에 띄울 맑은 구름을 예약하는 숭고한 업무인 셈이다.


[오늘의 의미]
오늘 하루가 너무 무거웠나요? 그렇다면 죄책감 갖지 말고 당신의 '구름 공장'으로 퇴근하세요. 당신이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잠드는 것만으로도, 세상의 무거운 고민 한 조각이 하얀 구름으로 변해 하늘로 날아갈 테니까요.

당신의 숙면은 세상을 더 가볍게 만드는 가장 아름다운 기부입니다.

작가의 이전글머그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