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위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머그컵은 사실 입이 아니라 거대한 귀를 닮았다. 우리가 머그컵을 입술에 가져다 대는 순간, 사실 우리는 음료를 마시는 게 아니라 컵의 귀에 대고 오늘의 고민을 속삭이고 있는 것이다.
머그컵은 주인이 고르는 음료의 온도로 그날의 심리 상태를 단번에 알아차린다.
"오늘은 아이스 아메리카노구나. 속에서 불이 나는 일이 있었군. 얼음이 녹을 때까지 내가 그 화를 다 받아줄게."
"오늘은 따뜻한 유자차네. 몸보다 마음이 으슬으슬해서 위로가 필요한 날이구나."
우리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하아~" 하고 내뱉는 한숨은 머그컵에게는 가장 진솔한 고백이다.
머그컵은 그 고백을 액체 속에 녹여 따뜻한 온기로 변환시킨 뒤, 다시 우리의 손바닥으로 전해준다. 손잡이를 감싸 쥐는 건, 사실 고민을 들어준 머그컵과 나누는 따뜻한 악수인 셈이다.
지난번 지하철 손잡이에서 나눠 받은 에너지가 부족할 때, 혹은 비타민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깊은 고독이 찾아올 때, 우리는 본능적으로 머그컵을 찾는다.
쓰레기통이 과거의 흔적을 수거하고, 비타민이 감정을 조절해 준다면, 머그컵은 지금 이 순간의 고민을 묵묵히 들어준다.
머그컵 바닥에 남은 커피 얼룩은, 주인의 고민을 끝까지 경청했다는 컵의 훈장과도 같다.
[오늘의 의미]
오늘 어떤 음료를 머그컵에 담으셨나요? 당신이 고른 그 음료가 바로 오늘 당신의 마음이 보내는 신호입니다. 머그컵을 꽉 쥐고 잠시만 가만히 있어 보세요.
당신의 고민을 묵묵히 들어주는 그 '세라믹 귀'가 당신에게 말할 거예요.
"괜찮아, 다 마시고 나면 조금은 가벼워질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