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손잡이

보이지 않는 에너지의 나눔터

by 아까그놈

매일 아침저녁, 수많은 사람이 지하철 손잡이에 몸을 의탁한다. 겉보기엔 그저 흔들리는 차 안에서 넘어지지 않으려는 몸부림 같지만, 사실 그 동그란 손잡이는 우리 도시에서 가장 거대한 ‘감정 배터리 네트워크’ 다.


지하철 손잡이는 잡는 사람의 체온과 맥박을 통해 실시간으로 에너지를 스캔한다.


오늘따라 어깨가 축 처진 퇴근길의 직장인이 손잡이를 잡으면, 손잡이는 은밀하게 에너지를 주입하기 시작한다. "오늘 하루 고생 많았어, 조금만 더 힘내." 반면, 이제 막 첫 데이트를 끝내고 행복이 넘쳐흐르는 청년이 손잡이를 잡으면, 손잡이는 그 과잉된 행복 에너지를 살며시 수집한다.


이것은 일종의 ‘에너지 세금’ 이다. 너무 행복해서 주체할 수 없는 사람의 에너지를 조금 떼어다가,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옆자리 사람에게 몰래 나눠주는 것이다.


가끔 비타민 알약을 너무 많이 먹어 억지 웃음만 남은 사람에게는 가루 비타민 같은 '망각'의 기운을 전해주기도 하고, 짱구의 엉덩이춤을 보며 너무 웃다가 기운이 빠진 사람에겐 적당한 안정을 선물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모른다. 내가 오늘 유난히 죽을 것 같았는데 집에 도착할 즈음 기운이 났던 이유가, 사실은 이름 모를 누군가의 넘치는 행복을 지하철 손잡이를 통해 기부받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오늘도 지하철 손잡이는 차가운 철제 몸 속에 뜨거운 인간의 마음을 담아 실어 나른다.

[오늘의 의미]
인생이 너무 힘들다고 느껴질 땐, 지하철 손잡이를 꽉 잡아보세요. 어딘가에 있을 '너무 행복한 누군가'가 당신을 위해 미리 기부해둔 에너지가 당신의 손바닥을 타고 흘러 들어올 테니까요.

우리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서로를 지탱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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