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감정 조절 장치의 치사량

by 아까그놈

사람들은 건강을 위해 비타민을 챙겨 먹는다고 믿지만, 사실 그 노란 통 안에는 제약회사가 숨겨놓은 ‘감정 정제수’ 가 들어있다.

먼저, 동그란알약 비타민의 본모습은 ‘웃음 유발제’ 다. 이 약을 삼키면 뇌 속의 굳어있던 광대 근육이 미세하게 떨리며, 부장님의 썰렁한 농담에도 "하하, 부장님 역시 센스 만점이세요!" 라는 영혼 없는 웃음이 발사된다. 사회생활의 기름칠을 담당하는 비타민인 셈이다.


반면, 입안에서 톡 쏘는가루 비타민은 강력한 ‘기억 휘발제’다. 오늘 겪은 상처받은 말, 실수했던 순간의 이불킥 기억들을 새콤한 맛으로 지워버린다. 입안이 시큼해지는 순간, "에잇, 뭐 그럴 수도 있지!" 하며 힘든 일을 잊게 만드는 마법의 가루다.


하지만 여기엔 치명적인 ‘흡수 제한’이 있다. 우리 몸은 한 번에 수용할 수 있는 행복과 망각의 양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한꺼번에 비타민을 한 움큼 털어 넣는다고 해서 하루 종일 웃거나 모든 고통을 잊을 수는 없다.

몸은 냉정하게 말한다.

"여기까지만 웃으세요. 그리고 저 고통은 직접 겪고 이겨내셔야 합니다.”

나머지는 야속하게도 소변과 함께 노랗게 배출될 뿐이다.


지난번 짱구가 엉덩이춤으로 보낸 메시지를 분석하던 쓰레기통이 오늘은 노란 비타민 봉투들을 보며 중얼거린다.
"욕심부리지 마. 오늘 버텨낼 웃음만큼만 먹으라고. 어차피 다 비워내야 할 것들이니까."


[오늘의 의미]
인생의 슬픔을 약으로 다 지울 수는 없고, 억지 웃음도 한계가 있습니다. 비타민이 흡수되지 못하고 배출되듯, 우리 마음도 감당 못 할 고민은 그냥 흘려보내세요.

딱 비타민 한 알만큼의 웃음과 가루 한 포만큼의 망각이면, 오늘 하루를 버티기엔 충분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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