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프라이어

주방의 응급실장과 엄격한 생사 확인

by 아까그놈

주방 조리대 위에서 웅장한 엔진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에어프라이어는 자타공인 ‘식은 음식들의 응급실장’이다. 그는 차가운 냉장고 기억 저장소에서 혼수상태로 실려 온 치킨과 탕수육에게 뜨거운 열풍 마사지를 시전하며 기적처럼 바삭한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하지만 이 자비로운 응급실장에게도 절대 타협할 수 없는‘골든타임’‘생존 원칙’이 있다. 에어프라이어는 환자(음식)를 바스켓에 눕히는 순간, 예리한 열기 센서로 판독을 시작한다.

"음, 이 치킨은 어제 먹다 남은 거군. 180도에서 5분이면 충분히 살려낼 수 있어. 준비해, 바삭한 껍질 들어간다!"


그러나 냉장고 구석에서 독립운동을 벌이던 '유통기한 지난 만두'나 '정체불명의 검은 봉지'가 실려 오면, 에어프라이어는 가차 없이 가열을 멈춘다.
"잠깐! 이건 이미 심장이 멎었어. 내 뜨거운 열풍도 죽은 유산균과 곰팡이는 살려낼 수 없다고. 이건 심폐소생술이 아니라 화장(火葬)이야!"


그는 주인을 향해 날카로운‘땡-!’소리를 내뱉으며 경고한다. 썩거나 맛이 간 음식에 억지로 열을 가한다고 해서 신선함이 돌아오지는 않는다는 냉정한 선언이다.


에어프라이어는 알고 있다. 진정한 소생은 '살아남을 가치가 있는 것'을 정성껏 보살필 때 일어난다는 것을. 지난번 마우스와 함께 클릭하며 고민했던 그 야식의 추억이 아직 상하지 않았을 때만, 그는 기꺼이 주방을 뜨거운 열기로 가득 채우며 주인을 위로한다.


[오늘의 의미]
에어프라이어가 식은 치킨을 살려내듯, 우리도 지친 마음을 다독여 다시 뜨겁게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유통기한이 지나버린 나쁜 인연이나 상처뿐인 과거는 아무리 공을 들여도 다시 살아나지 않습니다.

그런 건 에어프라이어에게 맡기지 말고 쓰레기통 요원에게 넘기세요. 당신의 에너지는 아직 '살릴 수 있는 꿈'에만 집중해도 모자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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