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밑이나 책상 구석, 어두컴컴한 곳에서 똬리를 틀고 있는 '멀티탭'은 이 구역의 진정한 실세다. 그는 차가운 냉장고도, 깐깐한 도어락도, 바삭함을 선사하는 에어프라이어도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에너지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멀티탭은 일종의 '평등한 배급주의자'다.
주인이 마우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노트북에 기운을 불어넣고, 스마트폰 케이스가 주인의 비밀을 지킬 수 있게 충전기를 붙들어준다. 배가 고픈 에어프라이어가 소생술을 시작할 때도, 멀티탭은 묵묵히 제 몸을 타고 흐르는 뜨거운 전류를 나눠준다.
하지만 그에게도 '인내의 한계'는 있다.
주인이 욕심을 부려 문어발식으로 코드를 꽂아대면, 멀티탭은 자신의 빨간색 전원 스위치를 '탁-' 하고 내리며 엄격하게 경고한다.
"이보게 주인, 내 몸에도 한계가 있어. 한꺼번에 모든 걸 가지려다간 우리 다 같이 타버릴지도 모른다고! 지금 당장 필요한 것만 남기고 나머지는 좀 쉬게 해줘."
멀티탭은 알고 있다. 사물들이 각자의 기능을 뽐내며 "내가 최고야!"라고 외칠 때, 그들의 목소리가 들릴 수 있게 하는 건 결국 바닥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 묵묵히 버티는 자신이라는 것을.
그는 주인이 화려한 가전제품만 닦아주고 자신은 발로 툭툭 쳐도 서운해하지 않는다. 그저 전선 하나하나를 통해 '오늘 하루도 잘 버텨보자'는 진동을 전할 뿐이다.
베개가 꿈을 구름으로 만들었다면, 멀티탭은 그 꿈을 꿀 수 있게 오늘 밤 주인의 스마트폰 알람을 충전해 준다.
[오늘의 의미]
세상에는 화려하게 빛나는 사람도 있지만, 멀티탭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모두를 연결하고 에너지를 공급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당신의 노력이 남들의 눈에 띄지 않는다고 실망하지 마세요.
당신이 없다면 세상의 모든 기적 같은 소생술(에어프라이어)도 시작될 수 없으니까요. 당신은 이미 누군가의 세상을 돌리고 있는 소중한 멀티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