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자본주의가 설계한 야간 면회실

by 아까그놈

골목마다 야하게 빛나는 편의점은 지친 영혼들이 스스로를 면회하러 들르는 ‘자본주의표 야간 면회실’이다.

이곳의 조명은 인간의 안색이 아니라 삼각김밥의 피부를 뽀얗게 보정하기 위해 존재하며, 우리는 ‘4캔 만 원’이라는 자본주의 찬송가에 홀려 홀린 듯 입장한다.


편의점의 발칙한 이중성은 ‘1+1의 배신’에 있다. 나 하나 챙기기 벅찬 1인 가구에게 굳이 덤을 얹어주며 냉장고 구석에서 ‘곰팡이와 서바이벌’을 벌이게 만든다. "증정품 드릴까요?"라는 말은 호의가 아니라, 재고를 당신네 쓰레기통으로 옮겨달라는 간절한 호소다. 결국 우리는 덤에 감동해 유통기한이라는 시한폭탄을 떠안는 ‘자발적 폭탄 처리반’이 된다.


또한 이곳은 ‘최첨단 고독 세탁소’다. 누구와도 말 섞기 싫지만 인간의 온기가 그리울 때, "봉투 필요하세요?"라는 기계적 질문에 "네"라고 답하며 오늘 첫 ‘양방향 음성 통신’의 성취감을 맛본다. 컵라면을 먹으며 타인의 스테이크 사진에 좋아요를 누르는 이 풍경이야말로 편의점이 상영하는 최고급 비극 코미디다.


결국 24시간 불이 켜져 있다는 건, 우리가 언제든 배고프고 외로울 준비가 되어 있다는 서글픈 증명서다.


[오늘의 의미]

오늘 편의점에서 1+1 상품을 집어 들었다면 잠시 멈춰 서서 생각해보세요. 혹시 내 삶도 '덤'으로 끼워 파는 인생에 만족하며 진짜 소중한 '본체'를 잃어버리고 있는 건 아닌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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