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먹구름이 울던 날

아이와 나눈 한 마디 대화가 하루를 바꿔준 순간

by 라얀

지난 주말, 통영 가족여행에서 고양이를 키우는 고모가 동피랑에서 둘째에게 선물을 하나 사줬다. 고개를 끄덕이는 귀여운 고양이 장난감. 고양이를 좋아하는 둘째는 눈이 반짝였고, 나도 덩달아 흐뭇했다.


그런데 아침 식사 시간, 장난감을 보니 벌써 머리가 떨어져 고장이 나 있었다. 역시 우리 집 아이들, 고장 난 걸 보면 아빠를 찾는다. ‘아빠는 뭐든 고쳐주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머릿속에 자리 잡은 모양이다. 케이스를 열고 이것저것 만지며 고쳐보는데, 그 순간 둘째가 장난감의 외부 플라스틱 케이스를 입에 물고 장난을 치다가 앞니 사이에 끼어버렸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아이는 울음을 터뜨렸고, 나도 순간 당황했지만 다행히 심각하게 낀 건 아니어서 금세 빼줄 수 있었다. 입안을 확인해 보니 다친 곳도 없었다. 안심이 되는 찰나, 예전부터 아이들에게 “플라스틱은 성형할 때 사용하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 성분의 환경호르몬이 나올 수 있으니 입에 물거나 빨면 안 된다”라고 말해왔던 게 생각났다. 그 말을 다시 상기시키며 혼을 내자, 긴장이 풀린 둘째는 굵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아빠 미워!”를 연발했다.


겨우 달래어 등원 준비를 마치고 현관에 서니, 바깥은 방금 전 비가 지나간 듯 촉촉했다. “비 오기 전에 서둘러 가자” 하며 유치원으로 향하는데, 걷던 둘째가 말했다.

“아빠, 아기 먹구름이 울고 있나 봐.”


순간 아까 있었던 일이 떠올라 웃음이 났다. 나는 장난스럽게 받아쳤다.

“아기 먹구름이 장난치다 아빠먹구름에게 혼났나 보다~”

둘째가 맞장구쳤다.

“그래서 우니까 비가 오는 거야~”


그 한마디가 참 예뻤다. 덕분에 유치원 가는 길이 평범한 등원이 아니라, 마음이 환해지는 산책이 됐다. 하루를 밝히는 건 거창한 일이 아니라, 이렇게 작은 대화일 때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