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 있어도, 나는 나였으면 좋겠다

일터와 가정 사이, 나라는 존재의 무게

by 라얀

가끔은 이런 질문이 마음속에 툭 떨어진다.


직장에서의 나는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일까?

가정에서의 나는 대체될 수 없는 존재일까?


그리고 정말이지, 꼭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무엇을 선택할 수 있을까.


직장에서의 나는 나름대로 성실하다.

하나라도 빠뜨리지 않으려 애쓰고,

조금이라도 더 효율적으로 일하려 고민한다.

문득 돌아보면,

아무도 몰래 나만의 책임감으로 지탱하고 있는 일들이 있다.

그걸 놓는 순간 누군가는 불편해질 거라는 걸 알기에

더더욱 놓지 못한다.


가정에서의 나는 어떨까.

아침잠이 덜 깬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고,

툭 하고 던지는 말 한마디에 웃다가,

빨래를 개며 나만의 방식으로 정리하는 그 순간들.

다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고 말해주는 사람은 없지만,

아이의 눈빛, 배우자의 미소에서

나는 ‘여기에 있어야 할 사람’이라는 걸 느낀다.


누군가는 말한다.

일터는 대체 가능한 사람으로 가득하지만

가정은 단 하나뿐이라고.

또 다른 누군가는 반대로 말한다.

일터에서의 전문성이 곧 내 존재의 가치라고.


나는 어느 쪽에도 쉽게 끄덕일 수 없다.

왜냐면, 둘 다 내 진심이기 때문이다.


일터의 나는 의미 있게 일하고 싶고,

가정의 나는 의미 있게 사랑하고 싶다.

단 하나를 고르라면 분명 마음은 기울겠지만,

그렇다고 나머지를 버릴 수는 없다.


다만,

하루의 끝에 돌아올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곳에서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가 있다는 것.

그건 내가 누구인지 잊지 않게 해 준다.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누군가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저 나로서 존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그렇게 존재할 수 있는 곳을

하나라도 가지고 있다는 건

어쩌면 지금 내가 가진 가장 큰 행운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