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날 돌이켜보는 소소한 딸과의 추억
작년 11월의 첫날이었던가,
비가 조용히 내리던 초저녁이었다.
큰딸을 미술학원에 데리러 나섰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며
거리엔 흐린 빛과 습기가 고요하게 감돌고 있었다.
우산 위로 또닥또닥 떨어지는 빗소리가
유난히 또렷하게 들리던 날.
아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길,
촉촉이 젖은 인도 위로
물웅덩이들이 조용히 퍼져 있었다.
그때, 딸아이가 걸음을 멈추더니
물끄러미 바닥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아빠, 바닥에 빗방울이 불꽃놀이 하고 있어…”
나는 순간 말을 잃었다.
그리고 고개를 숙여 아이가 보는 방향을 함께 바라봤다.
정말 그랬다.
물웅덩이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이
툭툭 소리를 내며 작은 튀김을 일으켰고,
그 조용한 움직임이
어쩐지 축제의 한 장면처럼 느껴졌다.
그 불꽃놀이는 크지도, 화려하지도 않았지만
아이의 말 한마디가 그 장면을 환히 밝혀줬다.
나는 대답 대신 아이 손을 꼭 잡았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그 조용한 불꽃놀이가 조금 더 오래 이어지길 바라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누군가에겐 그저 비 오는 평범한 하루였겠지만,
내겐 그날,
아이의 한마디가
하루를 환하게 밝혀주는 불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