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 사장님

반셀프는 불가능....

by 독거부인

동네에서 몇십년 동안 영업중인 인테리어에 리모델링을 맡겼다. 물론 이전에 반셀프 블로그를 보며 몇날밤을 보내고 난 뒤에 결정이다. 나는 절대로 할 수 없다는 믿음이 생겨버린 지라 동네 터줏대감 사장님 앞에서 신생아처럼 대충 설명을 하고 계약을 했다. 나 혼자 수천만원이나 쓰며 집 전체를 바꾼다고 생각하니 밤이 되면 온갖 실패담을 떠올리며 식은땀을 흘렸더랬다. 적응기가 지나니 이제는 트랜디한 디자인의 빌트인 가구와 화장실 타일들이 나를 유혹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사장님에게 톡을 보내는 습관이 생겼다.


"사장님, 굿모닝입니다. 화장실 타일 말인데요, 제일 크고 하얀 대리석 모양 어때요?"

"그것은 안되요. "

"왜요????"

"금방 질리고, 큰것은 로스도 많고 비싸요."

"아. 네에...ㅜㅜ"


칼같은 대답에 처음엔 상처도 받았다. 이뿐만 아니라 무몰딩, 천장개방 등등 요청하는 즉시 '그것은 안되요'라는 즉답에 화가 날 뻔도 했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 사장님과 자재를 선택하러 업체를 방문했을때 재료를 판매하시는 사장님들에게 같은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구축의 아파트는 이미 벽이나 바닥이 반듯하지 않을 뿐더라 섣불리 철거했다가 하자가 생기기 쉽다는 말씀이었다.


무뚝뚝한 사장님의 간결한 답에는 오랜기간의 경험이 바탕이 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안되요"의 홍수 속에서 가끔 "그거는 하면 되지요. 뭐 어렵다고"라는 답이 돌아올때는 꾸벅 절이라도 하게되는 것은 사장님의 기술인 것인지.


한달여 간의 공사기간동안 매일 아침 거절의 톡을 하는 사장님과의 대화가 막막한 혼자살이에 의지가 된것도 같다.


그리고 공사가 끝난후 샤워기에서 온수를 돌려 보아도 차가운 물만 나오는 참사가 벌어졌다. 주말내내 머리를 못감은 채로 월요일 아침부터 사장님을 호출했던 믿지 못할 일이 생겨버린 것이다.


결론은 온수와 냉수의 방향을 헷갈린 나의 말도 안되는 착각이었다. 무슨 일인지 지금도 이해는 안가지만 나의 뇌가 기능을 잠시 멈추었던것도 같다. 사장님의 어이없어하는 눈길을 받으며 히잉하고 고개를 숙여버렸다. 귀신이 씌인건지...


리모델링을 끝낸 집은 군데군데 마감이 덜되어 있고, 벽이 문제인건지 틈새가 균일하지도 않다. 바로 앞 사거리에 있는 인테리어 사무실 덕분에 그때그때 요청할 수 있다는 점은 동네의 장점이다.


완벽한 것은 없다. 수리하고 보충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이 나이가 되어서야 받아들이게 되었다.

사장님은 당분간 도망가야겠다고 말하지만, 성난 불평보다는 징징거림이 잘 통하는 사장님의 성격을 알기에 몇 군데 수리가 필요한 부분도 그리 급하게 느껴지지가 않는다.


내 돈 주고 하는 일에 갑질을 하는 것은 내 성격이 아니다. 말이 통하고, 표정도 빤한 동포(?)들이 있는 이곳에서는 약간 손해보는 일이 있어도 덜 억울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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