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이민이 되어...
여름 방학 중에 덜컥 오래된 아파트를 계약했다. 시세도 턱없이 높여주고, 올리모델링을 해야할 만큼 엉망인 집을 계약한 후에야 걱정이 밀려왔다. 요즘 매수가 없어 기대도 않던 주인은 몰아치듯 집을 넘기고 허둥지둥 부동산을 떠나더라. 양심도 없지... 빈 집이 된 아파트의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벽은 단열재가 무너져 내리고 화장실은 입주 후 20년간 한번도 손대지 않아 샤워를 할 수나 있었나 싶었다.
아니다... 이 모든 상황에 눈감고 결정한 내가 호구지 싶었다. 대출끼고 신축으로 갈 것이지 가진돈 그대로 집 사는 사람이 있냐며 나를 세상 모르는 사람 취급하더라.
그런데 그거 아는지? 사람이 쫓기면 말도 안되는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는거.
나는 정말로 많이 쫓기고 있었다. 십여년간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면서 여기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으로 많이 괴로웠다. 내일이 기대되지 않는 날들이 너무 오래되어 내일이 그만 오기를 바랄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나를 밀어부치고 있었다.
남편과 아이를 공항으로 보내고 나 혼자 숙소로 들어가던날, 시작될 리모델링과 집 등기등 태어나 처음 하게 될 일들을 리스트업 하면서 헛웃음이 났다.
될대로 되라. 일은 저질렀고 나 혼자 해결할 수 밖에 없는 물리적 상황이다.
극과 극은 통한다더니 너무 불안하면 오히려 용감해지게 되는 이치.
원룸 한편에 캐리어 두개가 전부인 마흔 후반의 아줌마가 되어 한국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