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끌어안기

내일 아침 죽을 끓이며

by 독거부인

가끔 죽기도 귀찮다는 마음으로 무너져 내릴 때가 있다.

어떤 아침, 잠에서 깨어났을때 오늘 하루를 살아내야 하는 나를 일으킬 수가 없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한달이 지나고...


가족을 위해서는 분주하게 청소하고, 요리하며 애써 감추는 내 마음이

실은 바닥 밑 어딘가로 한없이 내려 앉음을 오래오래 감추고 살고 있다.


신기한 것은 이런 내가 연습이 된다는 것이다.


가끔 찾아오는 손님과 같은 아니, 사실은 자주 오는 단골인 그것을 내 등에 지고서

일상을 살아내고, 공부도 하고, 과제도 제출했다.


본가에서 내 방은 주방 위의 이층에 있다.

그 방에서 나는 아래층에서 나는 각종 소리에 귀를 귀울인다.


부모님의 날 선 대화들, 식기들이 부딪치는 소리, 발 소리...

그 즈음 시작될 난폭한 단어들의 진동이 사춘기 휘몰아치는 감성을 몰아내고 불안이 자리를 잡았다.


그 소리들이 둥글어지고 말랑해지기를 기도했다.

어쩌다 간혹 그런 날이 있기는 하기 때문이다.


엄마의 발소리가 가볍고, 식기에 부딪치는 수저소리가 규칙적인 아침이면

헤지고 따가운 마음이 살짝 덜 아프기도 했다.


친구의 한 마디에 한 번 더 웃게 되고, 더 크게 웃고 싶은 그런 날이 있었다.

마음이 솜사탕처럼 폭신한 그런 날.


야채를 통통 얇게 다지고, 소고기도 지글지글 볶아

불려놓은 쌀에 더해 죽을 끓인다.


보글보글 끓는 소리가 온 집에 퍼지면

내일 아침 일찍 등교할 딸의 방에 소리가 전달되겠지.


딸의 마음이 몽글몽글 따뜻한 하얀 쌀죽처럼 부드러워지길

살살 웃음이 새어나오는 꿈을 꾸길


그것만이 나의 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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