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만해도 기분이 좋아질까?
요며칠 하루종일 눈이 내린다. 눈은 이미 내 허리를 넘어서 쌓여있다. 일주일 동안 만나는 사람이라곤 집에 있는 남편과 교회 사람들이 전부다. 나는 은둔형인간이 되어 살아온 지 10년차 베테랑이다.
이러다 치매에 걸릴까? 외로움이 담배보다 건강에 해롭다고 하던데. 나는 왜 내 고향에서 머나먼 이 북쪽 나라에서 눈이나 치우며 시간을 죽이고 있나... 별의별 생각으로 나를 괴롭게 한다.
여기서 태어나고 자란 원주민들은 나처럼 외롭지도 우울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처음에는.
살면서 알게된 사실. 이들도 이런 환경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우울증이라는 증상에 대해 많은 배려를 해 준다. 회사에서는 개인상담을 제공하고, 휴가도 준다. 그만큼 우울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함박눈이 펑펑 오나, 길가가 아이스링크처럼 미끄럽거나 하여간 늘 뛰고, 걷는 사람들이 많다. 날씨에 가로막혀 실내에만 머물다가는 정신 붙들고 살기 힘들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도 여기를 떠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여기만 아니면, 지금만 아니면, 아니라면, 아니라면......
이런 생각들은 과거로 이어진다. 그때 그것만 아니었으면, 그 사람만 아니라면, 등등 후회가 밀려온다.
3년 전, 우연히 내 마음을 치료해 보고 싶어졌다. 내 짐이 없어야 상대방의 짐을 덜어줄 수 있다는 어떤 분의 말씀을 듣고 크게 뉘우친 것이다.
상상놀이를 시작했다. 여기가 아니라면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10년 전의 나라면 어떤 모습으로 살까? 등등의 시간 오가며 나의 모습을 바라보고, 바꾸는 놀이였다.
오늘도 나는 상상놀이를 한다. 내가 만약 혼자서 잘 살아가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나는 어떤 모습의 사람이 되고 싶을까?
만약 내가 상상하는 그 모습이라면 지금 나는 멋지고 건강한 육체를 가지고 싶다. 그러려면 TV보는 시간에 스쿼트라도 100개 하겠지. 다이어트에도 좋은 각종 영양제를 먹고, 피부관리도 신경을 쓸 것이다.
자, 이제 천천히 눈을 뜨고 현실로 돌아온다. 스쿼트 100개, 영양제, 세수하고 마스크 팩하기. 결국 이 것들이 내가 하려고 하는 일 들이다.
내가 바라는 미래가 오기를 바라며 지금 우울해하고 슬퍼하는 경험은 무수하게 했다. 어짜피 우울증이란 이상적인 현실과 내가 처한 현실의 괴리에서 생겨난다고 하지 않는가.
세수를 하고, 마스크 팩을 한 채 스쿼트를 한다. 덤으로 재미있는 예능프로그램도 시청한다. 하다보니 스쿼트 100개는 좀 약하다. 50개를 더 해 본다. 다리가 좀 단단해지는듯도 하다. 내일은 200개를 해 볼까.
내일은 또 다른 나의 감정에 역습을 당해 널부러질 것이다. 늘 그래왔듯 감정은 익숙한 흐름으로 나를 지배하기 원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좀 힘들어 하다 다시 상상놀이를 한다.
상상으로 들어가 30억을 선물로 받은 나를 그려본다. 오늘 나는 무엇을 할까? 음... 기분이 너무 좋아 열심히 운동을 할 것이다. 그리고 친구들과 맛있는 식사도 하고, 저녁에는 기분좋게 독서를 하겠지.
그렇다면 오늘만큼은 그렇게 살아보는 거다. 내일은 내일의 나 자신에게 맡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