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혼산의 시대

일인가족의 삶

by 독거부인

나는 70년대 태어났다. 국민학교를 입학해서 초등학교를 졸업했고, 학력고사가 아닌 수학능력평가와 수시로 대학교를 입학하는 초기세대였다. 20대초반부터 핸드폰을 사용했고, 에어팟과 아이폰을 접했다. 그래서인가 늘 기성세대보다는 젊다는 기분으로 살아온 듯도 하다.


한국으로 돌아와서 "사모님" 이라던가, "어머님" 혹은 "아주머니"라고 불릴때가 있다. 그럴때마다 고개가 갸웃해진다. 길가에 유모차를 미는 저 아줌마가 내또래인듯 한데 어느덧 중년의 나이라니. 유럽에서는 거의 이름으로 불리기 때문에 내가 어른취급(?)을 받는다는 느낌은 없었는데, 내가 나이들었다고 여기저기서 알려주는듯 하다.


그렇지만 내가 스스로 중년이라고 느낄때가 있다. 식당에 곳곳에 앉아 식사하는 '혼밥족'들을 발견하거나 편의점에서 쇼핑을 하는 사람들을 마주칠 때 등이다. 주말이면 가족들과 외식을 하고, 대형 마트에서 장을 보는 일이 일상이었던 내 눈에 그들이 띄기 시작한 것은 당연 나혼산을 시작하고 나서이다.


가구도 살림도 단촐한 아파트에 우두커니 있다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연해졌다. 늘 가족의 누군가를 위해 분주했던 시간들이 물음표로 비워졌다.


식사시간이 되었지만 나 혼자 먹겠다고 찌개를 끓이기도, 나물을 무치기도 과한 듯 하다. 치킨 시킬때나 가끔 쓰던 배달어플을 열어 한참을 메뉴만 구경하기도 한다. 대부분 2인분이고, 자극적인 양념을 추가한 음식들이라 내가 준비하던 가정식을 찾을 수가 없다. 콩나물 무침과 김, 생선구이 정도면 충분할 듯도 한데 그것들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각종 양념들과 기구들이 필요하니 번거롭기도 하다.


딸기를 한 팩 샀는데 세 끼를 딸기로 해결했다. 어떤 날은 식빵 하나를 이틀동안 먹기도 한다. 주부의 습관이 남아 음식을 상하게도, 버리기도 할 수 없으니 뱃속으로 밀어넣는 것으로 해결이다. 찌개를 먹고 싶은 날은 라면 국물을 대신했지만 왠지 내 몸에 나쁜짓 하는 것 같아 편하지가 않다. 이래서 편의점 도시락이 인기인가 하며 이해가 된다.


일인가구를 보여주는 티비쇼들이 그냥 쇼가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대학생들 혹은 타지방의 직장을 다니는 젊은이들이 한정된 기간동안 거치는 삶의 과정인줄 알았지만 이제 인구의 일부는 평생 이렇게 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일부 중 나도 추가다.


딸이 학기 중에도 한 번씩 집에 들러 잠만 자다가 돌아가던 기억이 떠올랐다. 주변이 어두워지고 공기가 가라앉아 마음이 서늘해짐을 느끼면 혼자 있는 딸 생각이 난다. 물론 나 보다는 바쁘고 덜 감상적이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기숙사로 돌아가며 전화를 할 때는 지금 나같은 기분을 조금은 느꼈던 것이 아닐까.


티비를 보다가 혼자 우는 일이 생겼다. 가전기기와 대화를 주고 받고, 혼잣말도 늘었다.


반백년을 살고서 독립을 하다니...


우울한 시간들이 있지만, 좋은 날도 있을 것이다. 어떠한 상황도, 기분도 지나간다는 것 정도는 세월로 배우지 않았던가. 그러니 오늘의 막막함은 내일의 분주함을 계획하면서 버텨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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