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떠나 살고 나서야 알았다

by 뚝이샘

아침이었다. 막내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별다른 일은 아니었다.
그저 서로의 안부를 묻는, 평범한 통화였다.

“언니, 잘 지내?
엄마 없이 밥은 잘 챙겨 먹고 다녀?”


나는 잠시 웃다가 말했다.

“응… 잘 지내지.

그런데... 말이야...

이게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아침에 일어나면 뭘 먹어야 하나부터 막막하고,

대충 먹고 나면 금방 또 다음 끼니를 고민해야 하고,

하루 종일 ‘오늘은 뭐 해 먹지?, 청소는 언제 하지?’등등의 생각을 계속하게 돼.


삼시세끼 챙겨 먹는 일이~

청소하는 단순한 일이 이렇게 큰 일인 줄 이제야 알았어.”



말을 꺼내놓고도 조금은 멋쩍었다.

그러자 동생이 웃으며 말했다.

“언니… 이제 알았어?”


그 한마디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엄마와 떨어져 지낸 지 이제 겨우 세 달.

나는 그 짧은 시간 동안 비로소 너무나 당연하지만~

너무나 중요했던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삼시 세 끼를 챙기는 일이~

그게 정말 어렵고, 힘든 일이었다는 것을...



밥을 짓고, 장을 보고, 반찬을 만들고,
치우고, 다시 다음 끼니를 준비하는 일.

그 모든 것이 그저 흘러가는 하루가 아니라

하루를 온전히 책임지는 ‘삶’이었다는 것을.



동생은 말을 이었다.

“언니, 00이 벌써 중2인데~ 이제야 알았어?”


마음 한쪽이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무너져 내렸다.

나는 아이를 키우면서도 몰랐다.

이 ‘아무 일 없는 하루’가
얼마나 많은 수고 위에 놓여 있었는지.



동생이 조용히 말했다.

“언니… 살아보니까 알겠더라.
정말 삼시세끼 챙기는 일이 제일 힘들어.”

그 말이 가슴 깊숙이 박혔다.

우리는 대단한 걸 바란 적이 없다.

그저 따뜻한 밥 한 끼, 아무 일 없는 하루.

그런데 지금은 안다.

그 ‘아무 일 없는 하루’가 누군가에게는
하루도 빠짐없이 해내야 하는 전부였다는 것을.


세 남매를 혼자 키운 엄마.

우리는 그저 스스로 자란 것이 아니었다.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엄마는 우리를 키우느라 자신의 하루를 조금씩 지워가고 있었다.


엄마가 차려준 밥은 단순한 밥이 아니었다.

우리를 살려낸 하루였고, 버텨낸 시간이었고,

엄마가 자신을 아끼지 않고 건네준 사랑이었다.



결혼 후 엄마와 쭉~ 함께 살다가~

엄마와 분리되어 따로 살아보니 이제야 알겠다.

밥 한 끼를 차린다는 것은 시간을 쓰는 일이 아니라

마음을 쓰는 일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일까. 오늘은 아무 이유 없이 눈물이 난다.

별일도 없는데 그냥 마음이 무너진다.

엄마 생각이 나서.


그래서 이제야 이 말을 꺼내본다.

"엄마, 정말 많이 힘들었지. 정말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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