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각자의 집에서 살아간다는 것

by 뚝이샘

엄마와 그렇게 분리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하염없이 울었다.


운전대를 잡고 있었지만
앞이 흐릿하게 보일 만큼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딸이 옆에 있었지만
나는 그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혼자 잠을 청할 엄마를 생각하니

그 마음이 견딜 수 없었다.

하룻밤 자고 간다 했을 때,

엄마는 오히려 먼저 말했다.

“오늘은 집에 가서 자라.
짐 정리되면 그때 와서 같이 자자.”



그 말이 조금은 서운했지만~

나는 무거운 발걸음을 돌렸다.



그렇게

12월의 어느 날,

나는 엄마를 홀로 두고 집으로 돌아왔다.



늘 있던 그 따뜻한 기척이 사라지자

집 안이 조금은 공허하게 느껴졌다.

나는 한참을 서 있다가

천천히 집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엄마 방을 정리하고,

그동안 버리지 못했던 물건들을 하나씩 꺼냈다.


남편과 함께 집의 구조도 바꿨다.

집구석구석 엄마의 손길이 닿아 있던 자리들.

엄마를 잊으려는 건 아니었다.

그저 이제는 내 손으로

이 집을 가꾸어 가야 할 거 같아서.



그래서 열심히 닦고, 정리하고, 또 닦았다.

그렇게 하룻밤을 각자의 집에서 보내고 나니

우리 모녀에게는 작은 변화가 생겼다.


우리는 거의 매일 전화 통화를 했다.

아침에도, 점심에도, 저녁에도.

같이 살 때보다 더 자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밥 먹었어?”
“오늘 뭐 했어?”
“몸은 괜찮아?”



별거 아닌 말들이었지만

그 말들이 서로를 놓치지 않게 붙잡아 주고 있었다.

엄마는 연신 고맙다고 하셨다.

그렇게 우리는 함께 살았던 평범한 일상에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엄마의 역할을,
딸의 역할을

조금씩 해내고 있었다.



엄마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할 줄 알았던 나인데,

엄마가 안 계시니 매일이 전쟁이었다.

일하고, 집안일하고, 아이를 챙기고.

그래도 나는 어찌어찌 꾸역꾸역 해내고 있었다.


그렇게 살아가면서

나는 조금씩 알게 되었다.

엄마가 매일 해주던 아침이
당연한 것이 아니었고,

엄마와 함께했던 모든 일상이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그것은 엄마가 나를 위해 내어 준 시간이었고, 엄마의 삶이었다.


그래서일까.

함께 살 때보다

엄마가 더 그립고,

엄마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렇게 엄마에 대한 고마움을

조금씩, 조금씩 늦게서야 느끼고 있었다.


엄마는 정말 강한 사람이었다.

혼자 밥 먹기 싫다고 하셨던 분이

“살림살이를 하나씩 채우는 재미가 있다.”

그렇게 말씀하셨다.

아마 나를 안심시키려는 말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나는 안다.

우리 엄마가 외롭지만 혼자서도

자신의 삶을 살아내고 있다는 것을.



그렇게 2주 정도를 보내고

나는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졌다.

마침 나는 독감으로 며칠을 앓아누웠다.

병원에 입원해서 새해를 맞이했다.


몸도 힘들었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더 힘들었다.

퇴원하면 엄마 집에 가야지.

그 생각 하나로 버텼다.

그리고 퇴원하자마자 나는 말했다.

“여보, 나도 친정이 생겼어. 친정 다녀올게.”



그 말을 하는 순간,

나는 차 안에서 참았던 눈물이 터졌다.

운전을 하면서도 한참을 울었다.

그 말 한마디가 왜 그렇게 가슴을 울리는지.



결혼 14년.

나는 그동안 친정이 없었다.

아니, 있었지만 없었다.

그런데 이제 나는 엄마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딸이 되었다.

그 사실이 너무 벅차서 나는 계속 울었다.



엄마 집에 도착하니, 엄마가 말씀하신다.

“뚝이야, 아무것도 하지 마. 엄마가 해준 밥 먹고 푹 쉬어.”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또 울었다.

“네가 살림한다고 힘들었을 텐데…

여기 있는 동안은 아무것도 하지 마.”



그 품이 너무 따뜻했다.

엄마 밥을 한 끼 먹었을 뿐인데

몸이 바로 회복되는 느낌이었다.

분명 우리 집에도 있는 반찬인데

엄마 집에서 먹는 밥은 왜 이렇게 다른지.

그날 나는 엄마와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

엄마는 또 바리바리 챙겨주셨다.

사 먹을 수 있다고~괜찮다~해도 계속 넣어주셨다.

그 모습이 너무나 고마웠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집에서 각자의 역할을 하며

조금씩 적응해가고 있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엄마가 해주던 모든 것들을 하나씩 떠올리며 살게 되었다.

밥을 먹을 때도, 집을 정리할 때도, 하루를 마무리할 때도.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던 순간들이

사실은 엄마의 손길이었고, 엄마의 시간이었고, 엄마의 사랑이었다는 걸...

그제야 조금씩 알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나는 가만히 서 있다가 이유 없이 눈물이 났다.

엄마가 너무 당연했던 시간들이

이제는 그리운 시간이 되어버려서.

그리고 그제야 알았다.


나는 엄마와 떨어져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엄마의 시간 속에서 여전히 살고 있었다는 것을.



(다음 화로 이어집니다)

떨어져 살아보니
비로소 알게 되었다.

엄마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단단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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