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부터 준비했던 추석연휴 시댁 가족 여행.
모두가 오래전부터 기다려온
4박 5일의 일본 여행이었다.
가족 모두가 함께 떠나는 이 여행은
어머님에게도,
어머님의 든든한 4남매와
4남매의 가정에도
온 가족이 함께하는 의미 있는 여행이었다.
하지만 출발을 앞두고
남편의 사업이 어려워졌다.
여행을 함께할 마음의 여유가 갑자기 없어졌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딸만 보낼 생각을 했는데...
그 말을 꺼내기도 전에
어머님이 먼저 말씀하셨다.
“한 가족이라도 빠지면 안 되지.
다 같이 가야 진짜 가족 여행이지.”
그 말이 너무 따뜻해서
오히려 마음이 아팠다.
며칠 뒤,
다른 가족들에게서 연락이 왔다.
“이번 여행 경비,
막내네 몫은 우리가 낼게.
가족이 함께여야지.
여행 가서는 공동 경비를 쓰겠지만 부족하거나
개인적인 경비들은 우리가 낼게.”
그 한마디에 눈물이 고였다.
서로 우리 가족의 경비까지 내겠다는 시댁 가족들...
그 마음이 너무나 따뜻했다.
이렇게 감사한 마음을 안고 여행 준비를 하는데,
출발 전날 밤,
어머님은 우리 부부를 조용히 부르셨다.
서랍 깊숙한 곳에서
봉투 두 개를 꺼내시며 말씀하셨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여행 같이 가 줘서 고맙다.
여행 가서 편하게 쓰렴.”
혹여나 막내 부부가 힘든 사정 때문에 가족여행에
참여하지 못할까 봐 마음 졸이셨을 어머님을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졌다.
그 봉투는 단순한 용돈이 아니었다.
‘괜찮다’는 말보다 더욱 따뜻했고,
‘힘내라’는 말보다 깊은 울림이 있었다.
이렇게 사랑으로 시작된 여행은
그 어떤 여행보다 행복했고,
그 어떤 여행보다 더 많은 좋은 기운을 얻은 여행이었다.
온 가족의 사랑의 마음 덕분인지
여행하는 동안
올해 들어 가장 편히 잠을 잤던 시간이었다.
마음이 편하니, 웃음도 많았다.
몸보다 먼저, 마음이 쉬었다.
4남매 중 누구 하나 치우치지 않게
늘 같은 사랑으로 품어주셨던 어머님.
그 손끝에서 전해진 봉투 한 장이
우리 가족을 더 단단하게 묶어주었다.
그리고 나는 안다.
그날 어머님이 건네신 봉투 안에는
어머님의 숭고한 사랑이 가득 담겨 있었다는 것을.
어머님의 봉투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완성된
4박 5일의 기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