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난멋이없는건안해 Dec 22. 2023

이모님복만큼 중요한 이웃님복

요즘 세상에 단독주택 사는 집이 몇 있으랴.

아파트, 주상복합, 빌라 등 우리 거의 모두가 공동주택에 살고 있고 아무리 잘 지어졌다고 하는 집들이라도 층간소음, 벽간소음 하나 없는 주거환경은 한국에 없다고 본다.


똑같은 평수, 같은 아파트 라인산다 한들 거기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생활패턴마저 똑같지는 않을 것. 갈등은 거기서 시작되는 것 아닐까.


엄마아빠 맞벌이 직장인+유치원생 있는 1803호.

아빠는 오전 6시 기상, 샤워하고 7시 출근
아이는 8시 기상, 8시 30분 유치원 셔틀버스로 등원
엄마는 아이 보내고 9시쯤 출근
9~4시까지는 텅. 빈. 집
5시쯤 되면 아이와 이모님 복귀, 밥 먹고, tv보고, 샤워하고, 뛰기도 하고, 책도 읽고, 생활소음이 일어나고
8시쯤 엄마아빠까지 돌아오면 씻고, 또 셋이서 놀고, 복닥복닥 하다가
10시쯤 아이는 잠자리에 들고, 아이가 자면 엄마빠도 육퇴하고 tv를 본다던가 소파에서 꾸벅꾸벅 존다던가

우리 집은 이러한데...


60대 노부부께서 살고 계신 아랫집 이웃집 1703호. 

아침밥 드실 7시쯤 윗집이 쿵덕쿵덕 일어났네 하실거고
낮 휴식시간에는 다행이다... 조용하다... 싶다가
4~5시쯤 되면 윗집이 소란스럽다가 8시쯤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아이고 부잡스럽다 하실 거고
잠자리 들려고 하는 10시에도 시끄러우면...

역정이 나실 테지만... 다행히 10시부터 조용하니 뭐 딱히 연락해서 할 말 하기는 그러한 그런 애매한 윗집이 우리 집 1803호 일 것이다.


직방이나 네이버 부동산 아파트 게시판에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층간소음 심하다는 글이 종종 올라오는데 또 한쪽에선 집값 떨어질까봐 층간소음 벽간소음 1도 없는 아파트라고 거짓 댓글들도 많이 올라온다.


동네엄마들 말 들어보면 이웃집 항의가 왕왕 있어 아이들 뛰지 말라고 하거나 당연히 매트 까는 집들 많고 심지어 꽤 심각한 이웃갈등으로 이사 가는 집도 꽤 있다. 주말에는 아침저녁이고 이웃집을 배려해 달라는 방송이 시시각각 나오는 걸 보면 객관적으로 층간소음이 없는 아파트는 아닌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맘씨 좋으신 1703호 어르신 부부를 아랫집 이웃님으로 만난 덕에 어린아이를 키우면서 약 5년간 살았던 이 집에서 뛰지 말라는 잔소리는 안 하고 마음 편하게 아이를 키웠다.


오늘 오랜만에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아랫집 할아버지를 보고 아이가 배꼽인사를 꾸벅하니 어르신께서

"요즘 감기라도 걸렸어? 어디 아팠어? 왜 집에서 사람 사는 발걸음 소리가 안 나? 그러면 할아버지 걱정한다. 그러니 쿵쿵 발소리 내고 뛰어다니면서 건강하다 신호를 보내줘라. 알았지?"

그러신다.


이러한 따뜻한 말 한마디가 아이 키우는 워킹맘 입장에서

얼마나 따뜻한 위로인지 할아버지께서는 아실까?


'이모님복'도 중요하지만 요즘 같이 아이 키우고 일하기 팍팍한 세상 특히 집안 생활 많은 겨울에는 아랫집 '이웃님 '까지도 있어야 하는게 현실.


그런 점에서 '세상 복 있는' 일하는 아줌마다.

오래오래 일하라는 계시인가 보다.

매거진의 이전글 동료의 본인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