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경품 추첨... 그 짧고 뜨거운 설렘의 현장
22일 일요일 오후, 기온이 20도까지 올랐다. 도서관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따뜻해 잠이 솔솔 쏟아졌다. 커피를 마실까, 책상에 엎드려 잠시 잘까 망설이던 순간 휴대폰에서 알람이 울렸다. 두 달 전, 마트에서 물건을 사고 받은 쿠폰으로 오늘 경품 추첨이 열린다는 알림이었다. 졸음은 단번에 사라졌다. 나는 허둥지둥 가방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도서관에서 마트까지는 뛰면 10초도 걸리지 않는 거리였다. 문제는 쿠폰을 어디에 두었는지였다. 지하주차장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에서 1층 버튼을 연타하며 마음이 조급해졌다. 다행히 내가 예상한 차 안 봉투 속에 쿠폰이 그대로 있었다. 고작 세 장이었다. 하지만 경품은 무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한 명품 브랜드의 가방이었다. 남은 시간 15분, 내 다리는 이미 마트를 향해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신호등을 건너자마자 마트 입구가 보였다.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구름떼처럼 운집한 풍경에 잠시 놀랐다. 휠체어를 탄 어르신, 유모차를 미는 부모, 초등학생·중학생·노인까지 온갖 세대가 한데 모여 있었다.
누군가는 경품함을 뜯어 커다란 상자로 쏟아내고 있었고, 가족 단위 팀워크로 쿠폰을 모아온 이들도 눈에 띄었다. 나는 더 가까이 가고 싶었지만 이미 가득 찬 틈을 막무가내로 비집고 들어갈 수는 없었다. 그래도 조금씩 몸을 움직이며 귀를 세웠다. 마이크 상태가 좋지 않아 진행자의 말이 거의 들리지 않았다.
"안 들립니다! 크게 하이소!"
"마이크 좀 바꿔오소!"
이런 외침들이 사방에서 튀어나왔다. 오후 3시가 되자 젊은 직원이 목을 움켜쥐고 큰 소리로 안내하기 시작했다.
"1등부터 3등까지는 명품 가방하고 지갑입니다! 행운권도 있는데, 마트 20만 원 쿠폰입니다! 번호 잘 보이소!"
그제야 주변 사람들의 쿠폰을 슬쩍 살폈다. 잠시 숨이 턱 막혔다. 어떤 아저씨는 A4 용지 두 장을 빼곡히 채운 쿠폰 번호를 들고 있었고, 바로 옆에 서 있던 분은 거의 팔 길이만큼 두루마리처럼 이어진 쿠폰을 들고 있었다. 내 손에 든 세 장이 너무 초라해 보였다. 용기를 내어 옆 사람에게 물었다.
"이렇게 많은 쿠폰을 어떻게 모으셨어요?"
"몇 달 동안 다른 데 말고 이 마트만 왔다 아입니까. 가족들이 다 도와서 모은 기라."
진심으로 감탄이 나왔다. 추첨은 여전히 소란스러웠다. 마이크가 먹통이라 직원이 번호 하나당 세 번, 네 번씩 직접 소리쳐 불러야 했다. 6자리 번호를 반복해서 부르는 동안 그의 목은 점점 쉬어갔다. 나는 속으로 '저 직원은 오늘 보너스라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내 번호는 아슬아슬하게 빗나갔다. 몇 번은 두 자리만 다르고, 몇 번은 맨 앞자리만 다른 번호가 불렸다. 기대와 실망을 반복하며 다시 다리를 풀고 숨을 골랐다. 이 좋은 봄날 오후에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스스로 우스워 헛웃음도 났다. '명품 가방을 받으면 어울리는 옷은 또 뭘 입지?'라는 엉뚱한 상상도 스쳤다. 그러다 문득 쿠폰 뒷면 작은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당첨 시 제세공과금 22% 본인 부담.'
순간 머리가 띵했다. 300만 원짜리 가방이라면 66만 원을 내야 한다는 뜻이었다. 평소 에코백만 들고 다니는 사람에게는 꽤 무거운 숫자였다. 물론 당첨되지도 않았지만 말이다. 40분 넘게 진행된 끝에 대망의 1등이 발표되었지만, 내 번호는 끝내 불리지 않았다. 엄청난 확률의 행운은 나를 비켜갔다. 그 순간 옆을 지나가던 60대 여성분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나는 지난번에 다른 마트에서 1등이었는데, 이번에는 2등이야. 염치없지만 새벽기도 가서 축복 좀 달라고 빌었데이."
그분은 진심으로 즐거워 보였다. 마트 앞을 빠져나오는 길, 따뜻한 햇살이 얼굴 위로 내려앉았다. 비록 아무것도 얻지 못했지만, 어쩐지 마음은 가벼웠다. 낮은 가능성에 설렘을 걸어본 그 시간 자체가 소소하게 행복했다. 봄을 기다리던 오후, 잠시나마 일상의 경계가 흔들리며 묘한 기대가 피어오른 순간이었다. 그 맛있는 두근거림이면 충분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