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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아트리체 Aug 21. 2021

파르미자나Parmigiana di melanzane

시칠리아의 가지요리 파르미자나 디 멜란자네 먹고싶자네

며칠 전 승태의 생일날 제일 먹고 싶은 게 뭐냐고 계속 물어봤던 크리스티나.. 엄청난 요리를 얘기할 것이라고 기대하며 그래 생일상이니까 꼭 해주자라고 마음 먹었었단다. 봉골레와 생선, 바닷가재를 바닷가에 가서 사 와서 요리하고 막.. 그랬지만 승태의 대답은 파르미자나 디 멜란자네...? 


파르미자나 디 멜란자네의 '멜란자네' 는 가지를 가리키는 이탈리아 말이다. 멜란자네는 가지와 치즈만 있으면 뚝딱 만들어지는 엄청 서민적인 요리이다. 

우리도 정말 좋아하는 가지 요리이지만 가지를 계란에 적셔서, 빵가루를 덮어서 기름에 튀겨서 엄청난 양의 치즈를 넣고 오븐에 구운 요리라서 소화하기에 엄청 부담스럽다. 




파르미자노 디 멜란자네는 기원이 두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가지(melanzane) 가 많이나는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 혹은 나폴리의 음식이라는 설파르미자노 치즈 (Parmigiana)가 있는 이탈리아 북부 파르마 지역이라는 설이다.  이탈리아에 가지가 도착한 것은 15세기 경으로 인도에서 출발해 아랍을 거쳐 가까운 국경의 이탈리아 남부에 도착했다. 남부지역 시칠리아의 유래설에서는 '파르미자나' 라는 이름이 파르미자노치즈나 파르마 도시와는 아무 상관이 없고 가지의 튀긴 단면과 겹겹이 쌓인 모양이 나무결 모양, 시칠리아어로 '파르미치아마 (Parmiciana)' 를 닮았기때문이라고 하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파르미자노라는 말이 페르시아어 가지를 뜻하는 페트론치아나 (petronciana)에서 왔다고 하기도 한다. 이탈리아 요리의 초석을 쓴 아르투지 (1820-1911) 또 한 이 유래를 자신의 책에 소개했다 (La scienza in cucina e l'arte di mangier, 1891).  이 시필리아 출신의 파르미자노는 터키의 무사카 요리와 배우 비슷하다. 가지를 기름에 튀니는 것과 페코리노 양 치즈를 잘게 부셔 넣는 것, 그리고 다른 요리 재료까지 모두 비슷하다. 

파르지마노 요리에 페코리노 치즈를 대신해서 파르미자노치즈를 쓰다가 나폴리지역 요리에서는 후에 모짜렐라치즈로 대신한 요리 레시피를 보였다. 

 

반대로 이탈리아 북부 에밀리아주에서는 파르미자노가 파르마도시에서 유래했다고 주장한다. 15세기 혹은 16세이경 파르마 시민 요리에 야채를 겹겹히 쌓아 만드는 요리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당연히 그 중에 하나가 파르미자나이다. 17세기부터는 요리책에 파르미자나가 파르마지역의 유명한 치즈, 파르미자노에서 왔다고 소개하고 있다. 



승태의 생일을 맞아 서둘러 아침부터 재료를 사온 마리아... 멜란자네는 가지, 모짜렐라 치즈, 그라나 치즈, 토마토소스, 올리브오일, 마늘 한 톨 이게 전부이다! 하지만! 밀라노의 마리아표 멜란자네는 진짜 더더더 초간단하다. 튀기는 것 없이 기름없이 가지를 구워서 요리해 맛도 좋고 건강한 멜란자네이다.


먼저 토마토 소스부터. 마늘 한 톨을 손질해서 반으로 뚝 잘라 올리브오일에 휙 던져 넣고 약한 불에 은근히 냄새가 나도록 볶는다. 


어느 정도 마늘 요리되는 냄새가 솔솔 나면 토마토소스를 투하해주는데 4인기준 토마토 소스 한 병을 전부 아낌없이 털어 넣어준다. 종종 저어주면서 소스가 타지 않게 중불에서 끓여준다. 


자, 이제 가지를 손질해야 되는데 적당히 너무 얇지도 않고 너무 두껍지도 않게 싹싹 잘라줘야한단다. 엄마들 레시피중 쬐애끔이 가장 어렵다더니 이 적당히가 가장 어렵다.  시도해봤지만 역시 실패. 그냥 마리아가 하는 걸로.. 요리 망치기 전에. 



소스를 잊으면 끓어올라 용암터지는 터진다. 부엌에 전쟁나기 전에 소스가 끓으면 불을 최대한 약하게 낮추고 소스가 너무 신 경우에는 설탕을 작은 한 스푼 톡톡 투하! 후추도 톡톡톡 투하! 그리고는 최대한 약불에 맞추고 뚜껑을 덮어준다.


이제 가지를 굽는데 가지 슬라이스를 기름을 두르지 않은 No 기름 프라이팬에 그릴해준다.

색이 노릇노릇하게 되면 건져내서 그릇에 차곡차곡 쌓아준다. 은근히 가지가 많아서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래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려면 인내가 필요하다.



가지가 구워지는 동안 한쪽 그릇에는 파마산 치즈가루를 준비해놓고 다른 그릇에는 모짜렐라를 작게 속으로 찢어 준비해놓는다. 오븐용 그릇에는 잘 끓여진 토마토소스를 쓱쓱 발라준다. 이제 켜켜히 쌓아주기만 하면 된다그 위로 잘 구워진 가지들을 한 겹 깔아주고 그 위로 토마토소스를 또 쓱쓱 바르고,  파마산 가루를 뿌리고 모짜렐라도 위로 살짝살짝 덮어준다. 모짜렐라에서 수분이 나오기 때문에 수분을 잡아줄 빵가루도 뿌려준다. 

오븐에 들어가기 직전의 파르미자노

가지는 부들 부들하고 치즈는 쭉쭉 늘어나는 멜란자네... 튀기지 않아서 칼로리도 낮고 소화도 편하게 잘 된다.

더 간단하게 요리하려면 가지를 동글동글하게 잘라서 딱 한 번만 먹을 양으로 만들면 된다. 

모짜렐라, 토마토소스, 가지만 있으면 완성되는 구운 가지 멜란자네! 

Buon appetito! 


Tantti aguri,A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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