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네토네 Panettone파?판도로 Pandoro파?
일 년 중 제일 좋아하는 날이 크리스마스이다. 신선한 바람이 부는 코 시린 겨울도 좋고, 하얗게 내리는 눈도 좋지만 겨울을 기다리는 제일 큰 이유는 바로 크리스마스! 산타! 그리고 루돌프!
왠지 모르게 마법이 일어날 것 같기도 하고. 동심, 따뜻한 판타지, 그리고 이웃과의 사랑 이 모든 것 때문에 크리스마스가 좋다. 거기다가 크리스마스에 함께하는 가족들 혹은 친구들과의 작은 파티도 매년 크리스마스를 기다리게 하는 이유가 된다. 벌써 2번째 맞는 이탈리아에서의 크리스마스, 작년에는 허둥지둥하다가 혼자 간직할 수밖에 없었던 크리스마스를 올해에는 식구들의 도움을 받아 영상으로 남길 수 있었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제일 중요한 이탈리아 크리스마스 케이크, 파네토네와 판도로에 대해서 소개해 보려 한다. 찍먹파 부먹파처럼 이탈리아에도 파네토네파 판도로파로 나누어진다.
먼저 파네토네, Panettone
둥근 원형으로 윗부분만 볼록하게 생긴 이 케이크가 바로 이탈리아의 크리스마스 케이크 중 하나인 파네토네이다. 말린 과일, 주로 건포도, 오렌지나 레몬 필링, 그리고 칸디티라고 하는 작은 젤리가 가득 들어있다.
이탈리아 북부 밀라노 롬바르디아 지역에서 만들어 먹기 시작했다는 파네토네는 여러 가지 유래들이 있다.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스토리는 바로 로맨스이다. 역시 이탈리아인들.
15세기 밀라노에 살았던 귀족 우게또 델리 아텔라니 (Ughetto degli Atellani) 는 아달기사 (Adalgisa)라는 여자와 사랑에 빠졌다. 귀족이었던 우게또와 달리 아달기사는 밀라노의 가난한 제빵사, 토니 (Toni)의 딸이었다. 더군다나 토니의 빵집은 거의 망해가고 있었기에 우게또는 가족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히게 된다. 고민을 하던 우게또는 제빵사로 변장을 하고 버터, 계란, 건포도, 그리고 레몬 필링을 넣은 특별한 빵을 개발해 Toni의 빵 (Pan del Ton ; 판 델 톤)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그런데 이 빵이 히트를 친 것이다. 결국 이 빵 덕분에 우게또는 아달기사를 얻고 밀라노 공작은 둘의 결혼을 허락해주었다. 판델톤은 밀라노뿐 아니라 이탈리아 전역에서 특별한 디저트로 유명해졌다고 한다. 그리고 이 빵은 아직까지도 판델톤 즉 파네토네라고 불린다고 한다.
또 다른 이야기로는 15세기 막강한 밀라노의 공작 루도비코(Ludovico Sforza)의 크리스마스 파티 일화가 있었다. 파티의 모든 음식을 완벽하게 준비한 셰프가 그만 디저트를 잊어버리고 있다가 홀랑 태워버린 것이다. 공작이 디저트를 내어 오라고 했을 때 이 셰프는 거의 사색이 되었다. 그때 주방에서 일하던 막내 소년 토니가 자기가 오늘 아침에 먹으려고 만들어놓은 달콤한 빵이 있는데 이거라도 내보내면 어떻겠냐고 했다. 다른 선택지가 없었던 셰프는 죽기 살기 심정으로 토니의 빵을 만찬장에 내보냈는데 이 빵이 너무 맛있어서 공작이 셰프를 만찬장으로 불러 크게 칭찬을 해줬다. 하지만 양심에 찔렸던 셰프가 그 자리에서 모두에게 사실대로 고백했고 그것이 바로 지금의 파네토네 즉, 토니의 빵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졌다고 한다. (출처 http://www.italymagazine.com)
파네토네는 돔 부분에 얇게 초콜릿이나 헤이즐넛 크림을 발라서 굽는다. 달달하고 부드러운데 조금 퍽퍽한 식감이다. 특히 나처럼 칸디티나 건포도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하나하나 발라먹는 게 일이다...
하지만, 다행히 파네토네 말고도 이탈리아 크리스마스 케이크가 하나 더 있다는 사실! 내가 좋아하는 판도로이다. 판도로파 손!!
파네토네가 밀라노에서 왔다면 판도로는 베로나의 특산물이다.
주로 슈거파우더로 장식된 이 크리스마스 케이크는 위에서 보면 별 모양의 팔각형이다. 한 기둥씩 잘라서 먹기 딱 좋다. 판도로는 Pan d'oro 즉, 황금 빵이라는 유래를 가지고 있다. 피죽도 먹기 힘들던 중세 시대에는 흰 밀가루로 만든 빵은커녕 통밀로 만든 검은 빵도 먹기 힘들었다. 그런데 이 판도로는 제일 고운 흰 밀가루에다가, 버터, 계란, 설탕까지 넣어서 만든 빵이니 귀족들만 먹는 빵, 황금 빵이라고 불렸다. 17세기에 처음으로 편지에 레시피가 등장했는데 사실은 이미 그전에부터 알려져 있었다. 특히 1세기에 살았던 로마의 유명한 철학자이자 작가인 플리니 (Pliny the Elder)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역시.. 로마인.
부드러운 판도로와 달콤한 파네토네는 이탈리아 크리스마스 식사 때 디저트로 빠질 수 없는 케이크이다. 사실 그전부터 간식이나 후식으로 먹기 시작해서 크리스마스가 끝난 후 1월 말까지도 먹는다. 특히 성수기인 크리스마스에는 값이 쭉 올랐다가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값이 훅 떨어져서 마음껏 쟁여놓고 먹는다. 크리스마스 선물로도 많이 주고받고 하는 덕분에 우리가 연말에 카놀라유, 스팸 쌓아놓듯이 한쪽에 쌓아놓고 먹는다. 우리 집에도 다행히 (?) 네 통 정도 쌓여있다.
이탈리아에 11월부터 2월 중에 놀러 오시는 분들은 파네토네나 판도로를 보시면 꼭! 맛보기를.
아무 슈퍼나 베이커리 집에서 살 수 있다. 베이커리가 더 맛있긴 하겠지만 슈퍼마켓도 맛이 없진 않다. 이탈리아 교도소에서 교화교육의 한 과정으로 파네토네와 판도로를 만드는데 승태의 집은 주로 이 브랜드를 구입한다.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