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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마워숲 Apr 16. 2023

미니멀리스트와 제로웨이스트

중요한 건 꺽이지 않는 실천



"미니멀리스트와 제로웨이스트는 같은 거예요? 아닌가? 반대 되는 건가?"

나의 경우는 환경에 대한 위기 의식이 있었던 상태에서 미니멀라이프를 접했다. 살림이 귀찮았던 나는 물건이 적으면 그만큼 정리에 쓰는 에너지도 줄어드는 미니멀라이프에 매우 매력을 느꼈다. 환경에 대한 그 어떤 실천을 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쓰레기를 많이 만드는 것은 지양하고 싶었던 터라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는 과정에서 지구에 쓰레기를 버리는 것 같다는 생각에 혼란스러웠던 적이 있었다. 미니멀 라이프 책에서는 일단 버리라고 하는 경우가 많았고, 초기에는 번역된 해외서적이 주를 이루었기 때문에 분리 배출에 대한 부분은 그닥 다루지 않고 있어서 막상 물건을 처분할 때마다 분리배출 앞에서 '보류'되는 일이 많았다.


그런데 미니멀라이프 때문에 제로웨이스트를 알게 되었다. 미니멀리스트들은 기본적으로 적게 소유하고, 쓰레기 또한 집 안의 불필요한 짐으로 보기 때문에 쓰레기를 되도록 만들지 않으려고 하는 제로웨이스터 라고 볼 수도 있다. 미니멀리스트 안에, 제로웨이스트가 있다고 볼 수도 있고,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려다 보니 미니멀리스트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4인 가구에서 일년동안 유리병 한개 분량의 쓰레기만을 배출한다는 유명한 제로웨이스터의 책 ""을 읽었다. 대부분의 식자재는 벌크로 구입하고, 대부분의 쓰레기를 생분해 처리한다. 데오드란트나, 눈썹펜슬은 등은 만들어서 쓰는 등, 나름 제로웨이스트를 열심히 실천 중이라고 생각했던 나였는데 이 책의 저자 앞에서라면 나는 세상 환경파괴범이 아닐 수 없었다. 스스로 잘한다 잘한다 칭찬해줬어야 하는 상황에, 이런 엄청난 제로웨이스트의 책을 만나고는 풀이 죽어 원동력을 잠시 상실했던 적도 있었다.


덕분에, 육식을 중단하게 되기도 했고, 제로웨이스트에 대한 생각, 채식에 대한 경험 등을 공유하다보니 의식이 있는 사람들은 그래도 각자 나름의 방식과 정도로 환경에 대해 생각하고 나름대로의 나은 방향을 선택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 역시 어떤 사람이 보기에는 부족한 제로웨이스터지만, 또 어떤 사람이 보기에는 대단한 실천가일 수 있는 것이다. 환경에는 전혀 관심없었지만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제로웨이스트, 그야말로 쓰레기를 '0'으로 만드는 것은 사실 상 불가능하니까, 조금 '덜'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요즘은 '레스웨이스트'라는 말도 많이 쓴다. 나도 제로웨이스트의 원동력을 잠시 잃었을 때, '레스웨이스트'라는 단어로 나를 포장하면서 다시금 힘을 내기도 했다.


모든 서울 시민이 쓰레기를 하루 10g만 줄여도 하루에 배출되는 쓰레기 100톤을 줄일 수 있다.

레스웨이스트라 할지라도 실천해볼 만한 이유는 충분하지 않은가?

제로웨이스트든, 미니멀리스트이든, 완전 비건이든 플렉시 베지테리언이든, 무엇으로 불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내 행동의 결과가 탄소발생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가 중요한 때이다.

요즘 내가 SNS에서 자주 쓰는 태그가 있다.

#야너두할수있어

#레스웨이스트








따뜻한 기온이 이어지던 11월 중순, 아이를 데리러 가는 길에 있는 목련 나무에는 낙엽이 채 다 떨어지지도 않았는데 복슬복슬한 꽃봉오리가 빼꼼 올라와 있었다. 2월에나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날이 갑자기 따뜻해져서 봄이 오는 줄 알았던 모양이다. 그 목련 나무에서 많이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는 분홍의 철쭉꽃 몇 송이가 눈치없이 개화해 있었다. 목련나무가, 철쭉이 눈치를 챙길 수 있도록 우리도 뭐라도 해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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