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영화, Cheesy movie에 대하여
영화를 보고 나서 관객이 줄 수 있는 최고의 찬사 중에 하나는 '이 영화는 꼭 영화관에서 봐야겠다'일 것이다.
요즘같이 어디서든 언제든지 보고 싶은 영화를 다운 받을 수 있는 때에, 제 값을 치르고 스크린 앞에
앉기까지의 수고를 감수 하게 만드는 영화는 어떤 특별한 감동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영화에 관심을 가지고 나서 처음으로 리뷰라고 불릴 수나 있을지 모르겠는 리뷰를 써보는 지금,
가장 먼저 이야기 해보고 싶은 영화로 이 영화 Buffalo'66이 떠올랐다.
한국에서 재개봉한다면 누구보다 먼저 스크린 앞에 앉고 싶은 영화,
기괴한 스토리에 저예산으로 제작된 B급 영화이지만 어떤 영화보다 섹시하고 매력적인 영화,
Buffalo'66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우리는 대책 없이 낭만적인 사람을 보고 '영화 찍고 있네'라는 말을 사용하곤 한다.
혹은 믿을 수 없이 신기한 일이나 감동적인 장면이 펼쳐졌을 때, '영화 같아'라고 툭 내뱉곤 한다.
대다수의 상업 영화는 작위적이고 인공적인 '완벽함'으로 대중을 사로잡으려 한다.
영화 속 한 컷 한 컷의 scene은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 속에서 촬영되지만 그 안의 모든 것은 사실 치밀하게
계획되고, 조율되고,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것들로 채워져 있다.
위 왼쪽 사진에서 Gosling의 근육질 몸매를 비치는 흰색 셔츠와 McAdams의 블루 원피스, 둘 위에서
퍼붓는 소나기와 한적한 시골배경 모두, 두 사람의 재회를 극적으로 만들어주는 장치들로 볼 수 있다.
본래 질 낮은 영화라는 의미에서 시작하여 지금은 자본에 종속되지 않고 독창적인 예술성을 표현하는
독립영화를 뜻하기도 하는 B급 영화는 저예산으로 제작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거대 자본으로 무장한
상업 영화의 '완벽함'을 재현할 수 없다.
Buffalo'66은 자신들이 재현할 수 없는 그 '완벽함'을 독창적인 요소들로 치환해 본인만의 매력을 발산한다.
Buffalo'66의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남자 주인공 Billy는 미식 축구 팀 Buffalo가 Superbowl에서 이기는 쪽에 거액을 배팅했지만
팀은 패배하고 큰 빚을 지게 된다. 빚을 감당하지 못했던 Billy는 누군가를 대신하여 감옥에 가는 조건으로 빚을 탕감받고 5년간 복역한다.
Billy는 출소 날 부모님을 뵙기 위해 집을 찾아가는 길에 Layla를 납치하고 무작정 차에 태운 뒤에
자신의 아내 역을 해달라고 협박한다. Billy는
자신이 결혼을 했고 정부 기관에서 일하는 탓에 오랫동안 출장을 갔다왔다고 부모님께 거짓말
했음을 Layla에게 뒤늦게 고백한다.
Billy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결심한 Layla는 Billy의 아내 역으로서 Billy 부모님 집을 방문한다.
Layla는 Billy가 자신과 자신의 삶에 대해 비관적으로 생각하고 있고, 가족 안에서 사랑받지 못하며 자랐음을 알게 된다.
Buffalo'66이 가지고 있는 독창적인 요소 중에는 영화 기술적으로 본다면 독특한 플래쉬백* 장면과 카메라 구도, Billy의 상상 총격 scene의 일시정지 장면들을 꼽을 수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Buffalo'66의 가장 큰 매력 발산 지점은 영화 전반에 내재된 '노골성'이라고 생각한다.
도입부 장면(Scene)*은 영화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관객에게 제시하는 선언과 같다.
La La Land의 오프닝에서 펼쳐지는 L.A. 고속도로 위 뮤지컬 퍼포먼스는 뮤지컬 영화로서 어떻게 음악, 춤,배우들의 연기, 배경을 조화시킬지 관객에게 제시하는 선언문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이동진 평론가님의 무비썸 라라랜드편 평론을 인용*)
영화는 Billy의 출소 장면으로 시작하는데, 위 장면은 해당 scene에서 Billy가 감옥에서 나와 밖에 있는 벤치에 앉는 장면이다. 위 장면에서 특히 시선이 집중되는 곳이 있는가? 나는 Billy역의 Vincent Gallo의 엉덩이 골(!)에 시선을 빼앗겼다. 왜냐하면 내가 봤던 영화 중에서 처음으로, 주인공이 민망하고 어떻게 보면 추한 모습으로 등장 (그것도 영화의 시작부터!)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엉덩이 골이 노출되는 민망한 일들은 사실 실생활에서 왕왕 일어나는 것을 생각했을때, 나는 이 영화의 감독이자 주인공을 연기한 Gallo가 '우리는 연출된 이야기를 연기하지만, 그 이야기는 실제 현실에서 벌어지는 것이고 그것을 가감없이 카메라에 담겠다'라는 작은 선언을 하고 있다고 받아들였다.
반복해서 언급하기 민망하지만 Buffalo'66의 이후 전개는 저 엉덩이 골로서 대변될 수 있는 노골성을
간직한 채 진행된다.
Billy는 Layla를 납치하는 범죄를 저지른다. 하지만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면서도 그 본인 자체는 매우 미숙하고 불안정하다. Layla의 머리채를 휘어 잡고 무작정 그녀를 자신의 차에 집어 넣지만, 스틱 차를 몰지 못하는 그는 Layla에게 운전을 맡기고 자신은 부모님 집까지 길을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Billy는 Layla에게 부모님 앞에서 자신을 한없이 치켜세워주라고 끊임없이 부탁한다. 자신이 얼마나
훌륭한 남편이며, 멋있는 사람인지 그들에게 보여주라는 것이다. 부모님 앞에 도착한 Billy는 갑자기 몸을 떨며 마치 어린아이가 부모님에게 혼나기 싫어 집에 가는 것을 무서워하듯이 불안해하고, 납치당했던 Layla가
오히려 Billy를 달래준다.
이렇게 영화는 Billy의 불안정한 모습, 약한 모습, 추한 모습, 공격적인 모습을 노골적으로 전달한다.
그의 성격과 인생은 매우 극단적이지만 우리는 이러한 극단적인 모습을 오히려 아름답게 묘사하거나 더욱
과격하게 과장하려는 시도없이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영화의 전달 방식 덕에 그에게 공감 할 수 있게 된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에게 응당 받아야할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하고, 성장해서도 불행한 일만 닥치는 Billy가 가지는 자기 자신에 대한 비관과 우울에 우리는 감정 이입하게 되고, 그에게서 우리 자신의 나약한 모습과 추한 모습, 불안정한 모습을 일정 부분 발견하고 대입할 수 있게 된다.
Layla는 탭댄스 수업을 듣고 학원에서 나오는 길에 Billy에게 납치되는 탓에 줄곧 얇은 탭댄스 복장에
불편한 탭슈즈를 신은 채 Billy를 따라다닌다. 길에 눈이 쌓인 한 겨울에 그 추운 차림으로 Billy에게 붙잡힌 Layla는 역설적이게도 그를 이해하고 사랑하게 된다. 얇은 댄스복 차림에 높은 하이 탭 슈즈를
신은채 위태롭게 걸어다니는 그녀의 모습은 그녀 역시 Billy와 별반 다르지 않은 연약하고 불안한 사람임을
보여준다. 나는 Layla가 스크린 밖에서 Billy를 바라보는 우리를 대변할 수 있고, - 스크린 밖 현실에서 연약
하고 불안정한 인간인 - 우리는 Layla가 그랬듯 Billy를 이해할 수 있고, Layla는 우리가 그랬듯이 Billy를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겠다고 느꼈다.
자신을 끊임없이 비관하고 부정하는 Billy와 다르게 Layla는 감정을 표현하는데 솔직하다.
그녀가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은 과장이나 생략없이 담백하다.
Billy : I was only kidding... when I said I wanted to lay down with you.
So don't get your hopes up.
Layla : That's too bad 'cause I was serious when I said I wanted to.
....
Layla : Remember you promised you'd come back.
I just want you to know.. I think... you're the sweetest guy in the world,
and the most handsome. And I love you.
우리는 모두 Billy가 Layla에게 들었던 저 말들을 누군가에게서 듣고 싶어하는지 모른다. 비록 유치하고 과장되고 허무맹랑한 소리일지라도 그것을 솔직하게 (더욱 정확하게는 '노골적으로') 상대방에게 표현한다면 그러한 말들은 누군가의 바람대로 사실이 되고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것을 Buffalo'66이 말하고 있는게 아닐까.
Buffalo'66이 섹시한 영화라고 느꼈던 것은 바로 이 부분이다. 이 영화는 극단적인 성격의 인물들을 보여주면서 우리 모두에게 잠재된 불안정한 모습을 바라보게 만든다. 그리고 공감을 이끌어 내고자 한다. Billy의 한없이 연약하고 파괴적인 자기 부정을, Layla가 던지는 달콤하지만 허무맹랑한 사랑의 말을 신선한 방법으로 관객의 마음에 가닿게 한다.
독립 영화라는 단어 속에 잠재되어 있는 어색함, 거리감, 무언가 재미없을 것 같은 거리낌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에게 Buffalo'66은 그러한 편견을 단번에 깨부실 수 있는 아주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비슷한 스토리, 비슷한 배우, 비슷한 카메라 촬영 구도로 가득찬 영화들과 달리 영화로서 줄 수 있는 신선한 충격을 느끼기에 좋은 작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플래쉬백 : Flashback, 영화가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서사 기법 중 하나로 이야기가 순차적으로 전개되는
중에 과거의 장면으로 갑자기 돌아가는 것. (드라마나 영화에 흔히 나오는 과거 회상 장면들을 생각하시면
돼요!)
*Scence : 영화의 장면들을 나누는 단위 중 하나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용어이기도 한데,
영화에서 각각의 장면들을 구분짓는 단위에 해당하는 영화 용어 세 가지 Shot, Scence, Sequence를 소개
해보고자 한다.
1. 쇼트(Shot)는 영화의 최소 단위로서 카메라가 한번 촬영하는 동안의 연속적인 화면이다. 즉, 중간에 끊기지 않고 한번에 촬영된 연속된 장면이 바로 쇼트이다. 두 남자가 서로 대결하는 액션 장면을 생각해보자. 먼저 남자 A가 남자 B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화면이 바뀌어서 남자 B가 남자 A가 휘두른 주먹에 얼굴을 맞고 나가 떨어진다. 이때 남자 B로 화면이 바뀌기 전, 남자 A가 휘두르는 주먹을 보여주는 끊기진 않은
영상이 바로 하나의 쇼트인 것이다.
2. 신(Scene)은 같은 공간, 시간대를 보여주는 쇼트들의 집합이다. 위의 두 남자 액션 장면을 그대로 이어서
생각해보면, 카메라는 남자 A와 B를 끊임없이 번갈아 비추며 여러개의 쇼트들을 보여줄 것이다. 그러다 결국 두 남자 모두 제 풀에 지쳐 진흙탕 위에 쓰러지고, 카메라 화면은 쓰러진 두 남자를 모두 잡아준 다음 두 남자가
입원한 병원으로 옮겨진다. 이때, 두 남자가 서로 싸우는 장면, 즉 서로 치고 박는 쇼트들의 모음이 바로 하나의 액션 'Scence'이 되는 것이고, 그와 다른 시간대와 공간을 보여주는 병원 촬영은 또 다른 Scence으로 구분
되는 것이다.
3. 앞의 쇼트와 신이 카메라 촬영과 동일한 공간/시간대로 구분되는 물리적인 단위라면 시퀀스(Sequence)는
의미적인 구분 단위라고 할 수 있는데, 스토리 흐름을 기준으로 특정 상황을 설명하는 신들의 집합이 시퀀스가
된다. 남자 A와 B가 친한 동료였던 시기와 서로 갈등을 빚어내기 시작하는 시기, 그리고 그 갈등이 표면적인
폭력으로 드러나는 시기는 서로 다른 상황들로 구분될 수 있고 각각의 상황을 보여주는 신들이 모여 하나의
시퀀스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