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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사항 Oct 05. 2023

지나간 3년, 다가올 7년의 시간

나의 환경이야기

환경에 "입문"한 지 3년째이다. "입문"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건, 그 이전에는 딱히 환경에 관심이 없이 살았기 때문이다. 그전까지 환경에 관해 한 일이라면 '자연보호, 쓰레기 버리지 않기, 분리배출 잘하기' 정도이다. 게다가 난 딱히 환경에 해를 가하는 행동을 하지도 않으니 괜찮은 사람인 줄 알고 살았다.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정작 필요한 것보다 더 소비하고, 음식물을 남기고, 쓰레기를 만들어냈다. 나에게 잠시 머물다 가는 것들이 어디에서 오는지, 내 손을 거친 후에 어디로 가는지 무관심했다.


3년이 지난 지금은 자칭 "환경활동가"이다. 살아오면서 이렇게 한 가지 주제에 집중한 것은 처음이 아닐까 싶다. 어떤 일이든 처음 시작할 때의 열정은 하늘을 찌르는 편이지만, 고백하건대 끈기와 뒷심이 부족하다. 그런 내가 의무교육과정도 아닌 "환경"에 이토록 오래도록 진심이라니 칭찬해 주고 싶은 마음이다.


2019년 12월 COVID19이 발발했다. 다들 처음 겪는 전염병에 어쩔 줄 몰라했지만, 몇 달이면 모든 게 예전과 같이 되돌아갈 줄 알았다. 오프라인 만남은 아예 생각도 못했으며, 초등학교 5학년 아이의 학교 생활도 온라인으로 바뀌며 정신이 없었다. 여느 부모님들처럼 밥하고 설거지하기를 무한 반복하는 생활이 계속되었다.


몇 달이 지나도 끝날 기미가 안 보였다. 가을이 되자 전염병의 진짜 원인이 궁금해졌다. 천산갑, 박쥐 등등의 이야기가 나왔지만 인간의 환경파괴로 인한 인간과 야생동물의 거리가 가까워진 것이 주원인이었다. 환경파괴가 얼마나 심각했길래 이런 전염병까지 생긴 건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환경에 관심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MKYU기후변화전문가과정을 듣게 되었고, 2020년 11월부터 '쓰줍인' 활동을 시작했다. 쓰레기 줍기는 힘들다기보다 재미있었고, 주워도 주워도 또 줍고 싶었다. 주변에 같이 쓰레기를 줍는 지인들이 있어서 더 힘이 났다. 사용한 플라스틱 기록 챌린지도 해보고, 제로웨이스트도 알게 되었다. 온갖 환경문제와 관련된 정보를 스펀지처럼 흡수했고, 환경문제를 접할 때마다 분노했으며, 아름다운 자연을 만나게 되면 예전보다 더 감동으로 다가왔다.


1.5도, 인류가 생각하는 지구 평균기온의 임계점이다. 기후 위기 시계는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기반으로 지구의 평균온도가 1.5도 상승하기까지 남은 시간을 보여주는 시계인데, (2023년 7월 8일 기준) 현재 7년이 채 남지 않았다. 큰 변화를 만들어내기에 7년의 시간은 절대적으로 적어 보일 수도 있지만, 그 시간이 결코 적지 않다. 물론 우리가 행동하기에 망설이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누구에게나 하루는 공평하게 24시간이지만, 개개인에 따라 그 시간의 쓰임이 다르다. 꽉 찬 하루를 보내기도 하고, 멍하니 하루가 지나가기도 한다. 우리가 앞으로 이 7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따라 우리의 미래는 확연히 달라질 것이다. 한번 해보자! 절망의 말들은 넣어두시라. 미래에 대한 걱정에, 무기력해질 시간에 우리는 움직여야 한다. 우리가 이렇게 망쳐 놓았다면 최대한 원상복구라도 해야 한다. 그것은 우리의 책임이다.


우리의 삶의 방식 하나하나가 환경이랑 관련이 있다. 집 앞 슈퍼마켓에서 구입한 바나나에서부터 싼 가격에 구입한 흰 티셔츠도 환경과 관련이 있다. 폐수를 강물에 버리는 것처럼 특별히 나쁜 의도를 가져야만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다. 사치품을 구입하지 않아도, 자동차를 여러 대 소유하지 않아도, 해외여행을 자주 가지 않아도, 우리 각자는 환경에 영향을 주면서 살아간다. 문제는 주로 나쁜 방향으로 영향을 주며 살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환경에 관심을 가진 후에야 기후 위기, 생물 다양성의 위기를 알게 되었다. 한 아이의 엄마로서 내 자식에게 힘든 미래를 남겨주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컸다. 불완전하지만 비건 지향인으로 살아야겠다 생각한 것도,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방법 중 효과가 가장 큰 것이 '고기 덜먹기'였기 때문이다. 그 뒤로 연이어 동물권과 비거니즘에 관해 알게 되었다. 비거니즘은 나 아닌 타자(자연 포함)를 생각하고 행동하는 삶의 태도이다. 지구상에 사는 모두가 비거니즘에 동참한다면 많은 환경문제는 손쉽게 해결될 것 같다. 여태까지 우리 인간은 충분히 이기적으로 살아왔다. 현재의 위기 상황이 나와 내 아이가 곧 당할 일인데, 알면서도 가만히 있을 수 있을까? 단점으로 보였던 이기적이라는 본성이 어쩌면 지금 상황을 바꾸는 데 유리한 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다가올 7년은 환경활동에 더 전념하고 싶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환경과 문제에 더 관심을 가질 것이다. 북극에 빙하가 녹는 것을 걱정하고 막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시작은 지역에서부터여야 한다. 살고 있는 지역에 애착심을 가진 사람들의 공동체가 형성되고, 그들이 연대한다면 점차 좋은 영향력이 뻗어 나갈 것이다. 올봄 고리도롱뇽을 모니터링을 하면서 느낀 점은 "알면 사랑한다"이다. 내가 잘 모르는 한 생명체가 멸종된다는 소식은 크게 와닿지 않는다. 그저 잠시 안타까울 뿐이다. 하지만 존재를 아는 경우에는 얘기가 달라진다. 알면 사랑하게 되고, 그 생명체를 지키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자연을 자주 접하고, 그 아름다운 자연을 지키는데 에너지를 쏟길 바란다.


어렸을 때와 비교해 보면 지금은 많은 문명의 혜택을 누리고 있고,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졌다. 그래서 잘 살고 있다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착각했다. 우리는 많은 것을 놓치고 살아간다.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느라 바빠서 가족과 이웃을 돌볼 시간이 없다. 돈은 벌지만 항상 외롭다. 너무 바쁜 나머지 뭐든지 돈으로 대신하려 한다. 그 상황에서 더 많은 쓰레기가 만들어진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지금이 위기 상황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달라지지 않을까? 부디 많은 사람들이 지금 인류에게 닥친 환경문제를 인식하고 연대하기를 소망한다. 환경문제를 인식하는데 환경교육이 제 역할을 해야 하고, 그 분야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


혹시 우리가 고통스러운 미래를 맞이하게 될지라도, 우리 모두가 함께 노력한 시간들이 있다면 그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시간이 흐른 후 현시점을 돌이켜 봤을 때, "인류의 역사에 위기가 있었고, 비록 7년이 채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우리는 임계점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었다. 그때 우리는 진정 한 팀이었다. 사소해 보이는 힘들이 모여 큰 힘을 만들었다. 물론 더 빨리 연대하지 못한 것에 아쉬움은 남지만, 후회는 남지 않는다."라는 말을 꼭 하고 싶다.


7년이 지난 후에도 언제까지나 환경활동가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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