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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사항 Jul 01. 2024

7일째 커피를 끊었습니다


울 엄마와 친구분들이 수다 떨며 맛있게 마시는 커피가 궁금했다.
중학생이었던 나는 그 커피를 맛본 후, 심장이 쿵쾅쿵쾅 뛰고 벌렁벌렁거렸다.
고등학생 때 잠을 안 자기 위해 커피를 씹어 먹는 친구가 있었지만, 나는 절대 동참할 생각이 없었다.
대학생 때, 학교 자판기 커피와 우유를 섞어서 달달하게 마신 기억이 난다.
대학 졸업 후, 부산대 앞 카페에서 석 달 동안 아르바이트를 해보았다. 커피, 프림, 설탕을 따로 내주었는데, 그걸 쟁반에 담고 서빙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영 낯설다. 카페에서는 가정에서 사용하는 작은 커피 머신으로 커피를 내렸다. 요즘 같은 고가의 반짝반짝하는 커피 머신 기계가 아니었다.
26살쯤인가 스타벅스에서 친구들을 만나고 커피를 본격적으로 마시기 시작했다.


아주 오랫동안 하루 커피 한두 잔 마시는 것은 일과 중 하나였다. 혼자 책을 읽고 공부를 할 때, 사람들을 만날 때, 커피가 항상 곁에 있었다. 출근해서는 커피를 당연히 마셔야 했다. '이건 생명수야!', '커피 수혈해야지'. 커피의 중요성(?)을 얘기할 때마다, '커피는 무조건 마셔야 한다'라는 게 공식처럼 머리에 박혔다. 어쩌다 이렇게 커피 없으면 못 사는 사람이 되었을까? 커피 맛도 맛이지만, 카페인의 각성효과 때문이리라. 또 모두가 너무 바쁘게 살고 있다는 반증이다.


눈뜨면 믹스커피 3 봉지를 한 잔 마시고 하루를 시작하는 친구가 있다. 마시지 않으면 하루 종일 머리가 아프다 했다. 그 말 들었을 때, '헉, 3 봉지나? 것도 한 번에?' 하면서 속으로 깜짝 놀랐다. 이게 웬겔? 3월부터 센터에 출근하면서 일찍 집에서 나오다 보니 바쁘고 시간도 부족하고 해서 종종 아침을 거르게 되었다. 출근해서 아침인 양 믹스 2 봉지를 타서 마시기도 했다. '어머나, 드라마 '나의 아저씨' 속 아이유처럼 밥 대신 믹스커피를 마시나?'하고 웃었다. 이거라도 마셔야 힘이 나는 것 같고 잠이 깨는 것 같다. 이렇듯 나의 커피 사랑은(의존이지만 사랑으로 포장) 점점 높아만 갔다.


6월 어느 날, '커피에 이렇게 의존적일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 한번 끊어봐?'라는 장난 섞인 말이었는데, 함 해보자 싶었다. 그래서 시작한 본 <한 달 커피 끊기 챌린지>, 7일째 순항 중이다! 이번 주 음료를 주문할 기회가 있었을 때, 페퍼민트 차와 자몽에이드를 선택했다.


종종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그립다. 차갑고 씁쓸한 맛이 생각난다. 어제였다. 동료샘의 텀블러를 시원하게 들이키는 소리(얼음이 구르는 소리가 났다)에 나도 모르게 '어머, 아이스커피!'라고 외쳤다. 모두가 하하하 웃었다. 그 텀블러 안에는 항상 얼음 가득한 아이스커피가 들어있다(그 샘 역시 커피를 무척 사랑한다). 커피가 없으니 심심한 것 같아, 집에서 페퍼민트 차를 가져다 놓고 근무 중에 차를 우려 마시고, 물을 마신다. 굳이 잘 사 먹지도 않던 오렌지주스도 사 마셨다. 마치 금연하면 과자를 우걱우걱 먹는 것처럼 말이다.


보도에 따르면 2022년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커피 367잔을 마셨고, 2023년에는 407잔을 마셨다. 전 세계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이 152잔인 것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커피 사랑은 실로 어마어마하고, 커피 없이는 살 수 없을 듯 보인다. 포화상태인 듯 보이지만 계속 새로운 카페가 계속 생겨난다. 또 한국인 바리스타가 세계적으로 실력도 좋다. 외국에서는 K-카페가 인기가 많다는 소식이 들려온다(앞에 대문자 K가 붙는 건 식상하다, 또 K야?). 이쯤 되면 진짜 '백의민족'보다 '커피愛민족'이다.


그 작고 빨간 열매가 얼마나 매혹적이길래 이토록 인기가 많은 것일까? 하지만 원두 생산 농민에게는 전혀 인기와 상관없이 돈을 잘 벌지 못한다. 대부분 소농인 그들은 커피산업의 큰손과의 가격 흥정에서 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 점을 보완하고자 만든 것이 바로 '공정무역'이다. 공정무역 제품(커피, 면화, 코코아, 바나나 등)을 이용한다면 그분들의 자립을 조금이나마 나마 도울 수 있다. 또 일부 커피에는 아동노동이 숨겨져 있다.


커피를 즐겨 마시면서 과연 우리가 언제까지 커피를 마음대로 마실 수 있을까 생각한 적이 있다. 기후 위기가 심화될수록 이상기후 현상은 일상이 되어(지금도 겪고 있지 않은가), 커피 생산량은 당연히 점점 줄 것이다. 2024년인 원두 가격이 3년 전과 비교해 60%가 상승했는데, 이는 냉해와 커피 녹병으로 인한 결과이다. 우리나라는 원두 대부분을 수입한다. 아무리 가격이 급상승해도 외부에서 결정된 가격에 우리는 따를 수밖에 없다. 어쩌면 나중에는 부유한 사람들만 마실 수 있는 귀한 음료가 될지도 모른다.


환경을 알아가며 '물발자국' 용어를 알게 되었다. 커피 한 잔의 물발자국은 무려 140L였다. 내가 마시는 건 200ml가 채 안되는데 말이다. 먼 여정을 거쳐서 내 손에 온 커피를 종종 아니 자주 남기기도 한다. 커피 50ml를 물고기가 살 수 있을 정도로 희석하는데 필요한 물의 양은 750L이다. 이쯤 되면 커피를 마시기에도 남기기에도 살짝 주저하게 된다.


일단 <한 달 커피 끊기 챌린지>가 성공으로 끝나기를 희망한다. 커피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사람이고 싶지 않다. 대신 차를 마시고, 물을 마셔야겠다.
But, 마음속에 시원한 커피 한 잔이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네요.
지금 한 잔 마시면 딱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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