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와 미련함의 크기에 대하여
실리콘밸리에서 대기업의 이름과 로고를 가진 이 회사에서 랩탑 앞에 앉아 있는 시간들이 어느 날부터 버겁게 느껴졌다.
분명 나를 위해 쏜 화살이 아닌데, 나는 그 화살을 집어 들어 내 가슴에 맞추는 일이 잦아졌고,
나를 향해 돋은 가시가 아닌데도, 그 가시 앞에 내 발로 다가가 서는 일이 자꾸 생겼다.
번아웃이라고 하기엔 뭉근하게 서서히 온도를 높여 살이 익어가는 줄도 모르겠고,
그저 쿨하게 받아들이기엔 살이 익어가는 비릿함이 참기가 힘들어졌다.
알량한 자존심이 다치는 일도 아니었고,
얼굴을 붉히면서 언성이 높아지는 일 또한 없었으며,
이렇다 할만하게 마음을 들쑤시는 일도 없었다.
그렇다면 나는 왜 여기를 떠나고 싶었을까.
밋밋한 어깨에 다른 날개를 달아보고 싶었을까.
아니면, 나에게 날개가 있긴 한 건지 확인하고 싶어서, 절벽에 서보고 싶었던 걸까.
결심하고 나니, 그 마음을 결국 입 밖으로 내고 나니
제일 먼저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운동장에 그어진 흰 줄 양쪽으로 갈라서든 청백으로 나뉘기 시작한다.
여러 감정들, 여러 조언들, 여러 우려들, 여러 응원들....
오피스에서 작은 상자 하나면 다 채워질 그간의 시간들을 들고 나오는 날, 그날엔 실감이 날까..
아직도 용기인지 미련함인지 모를 질문, 나.... 잘하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