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 없는 그, 날카로운 통증의 날, Day-1
새벽 공기가 아직 차가운 아침, 아래층에서 자고 있을 아이가 깨지 않게 혹시나 나무 계단이 삐걱거리지 않도록 뒤꿈치를 들고 내려왔다. 벌써 일어났어? 소파에서 내가 내려오기만 기다리던 아이는 금방이라도 물줄기가 얼굴을 그어 내릴 듯 눈물이 그렁그렁 달려있는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그 눈은 분명 새벽까지 잠들지 못한 눈이다.
" 엄마..... 어제 S와 헤어지기로 했어요.... 아.. 어제가 아니고, 오늘.. 오늘..."
떨리는 목소리, 당황하며 흔들리는 눈동자는 그 이별이 합의를 가장한 통보였음을 알 것 같다.
하룻밤도 묵혀두지 않은 그날의 생채기는 그렇게 제멋대로 부풀 대로 부풀어 내가 가장 사랑하는 아이를 휘젓고 있었다.
아이는 소리 내 울지 않았다. 아이는 동부 시간에 맞춰 새벽에 일어나 랩탑을 열어 미팅을 하고,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일을 하다가도 잠시라도 멍한 시간이 생기면 겨울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차가운 길을 뛰고 또 뛰었다. 가슴에서 뜨거운 덩어리가 올라와 뛰지 않고는 견디지 못함이겠지. 그 큰 어깨에 뜨거운 김이 펄펄 오르고 들어오는 아이를 보며 나 역시 목구멍까지 뜨거운 것이 밀려 올라왔다.
너와 좋은 시간을 보내주고 지나가는 그 아이를 고마운 마음으로 보내주자.
푸릇푸릇 어린 너의 시간을 함께 해줬던 그 아이와의 인연은 여기까지 이고,
그 시간을 잘 보내주고 지나가면, 또 다른 사람이 다음 시간의 인연으로 함께 하게 될 거야.
너도 나도 사랑한 그 아이를 이제 고마운 마음으로 잊어주자.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의 어깨는 참으로 슬프다.
시간이 지나면 분명 나아질 상처겠지만, 베인 지 하루 된 상처는 벌써 피고름이 맺힌 것처럼 지독하게도 아프다.
몰래 커다란 사탕만 물어도 행복한 아들이 남자가 되어간다.
사랑을 떠나보내고, 행복을 빌어주는 법도 배워간다.
넘어진 아이를 일으키며 무릎 먼지를 탁탁 털어주던 나도 어른이 되어간다.
나도 함께 사랑을 떠나보내고, 그 고운 아이의 행복을 빌어주는 법도 이제야 배워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