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는 내가 하고, 질문은 누구에게 하는건지
퇴사하고 두달이 흘렀다.
더 이상 나는 나의 아침 9시부터 6시까지의 시간을 내어주지 않아도 되고,
당연히 그에 대한 보상이 통장에 찍히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고 있다.
가끔 (구)직장동료로부터 문자가 와서 안부를 묻고, 점심을 함께 하는 약속으로 얼굴을 보았다.
반가운 마음에 들뜨기도 했지만, 부러 더 활짝 웃은 것은 내가 잘 지내고 있음을 보여주고 싶기도 했다.
"아니, 얼굴이 왜이렇게 좋아진거에요? 회사에서 나가서 정말 잘 지내시는 티가 나는데요?"
두 달이 지났건만, 퇴사 전 소소히 붉어졌던 그들의 이슈가 잘 해결되었는지 묻고, 다른 이들의 안부를 물었다.
역시 예상대로, 회사는 나없이도 돌아갔고,
나도 회사없이도 잘 살고 있다.
랩탑을 열어 잃은 것과 얻은 것들을 정리해보다가 퇴사 전 습성 같아 에잇! 그 놈의 엑셀을 접는다.
잃은 것들
1) 잃어서 슬픈 것: 동료와의 일상, 소속감, 아이디 배지, 타이틀,...그리고, 아...내 월급
2) 잃어서 시원한 것: 기한을 맞춰야하는 강박, 성과에 대한 스트레스, 이슈 대응.
얻은 것들
1) 얻어서 슬픈 것: 나,잘 살고 있는건가 하는 염려, 무언 가를 빨리 시작해야할 것 같은 강박
2) 얻어서 기쁜 것: 시간, 자유, 원없이 운동 해서 돌아오고 있는, 집 나갔던 복근, 건강한 저녁 식사, 여러가지 강의와 공부
좀 더 버텨볼걸 그랬나, 이직을 할 걸 그랬나..머릿속으로 나를 두 달전 그 사무실 가운데로 세워보기도 하지만,
그 때가 되도, 나는, 안가본 길을 더 늦기 전에 가보기로 마음 먹을 것 같다.
아침 5시반, 알람에 눈을 비비고 일어나 이를 닦고 맨 얼굴로 매트를 들고 스튜디오로 간다.
부스스 일어나 화장을 하고 랩탑을 챙겨야했던 두 달 전의 나는 이제 사라지고,
아침마다 다른 모습으로 일어나 다른 장소에 나를 데려다 놓는다.
나, 잘 살고 있는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