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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썸머 Aug 18. 2023

나는 왜 회피형 남자와 결혼했을까?

운명같은 이끌림

하나님이 보내주신 배우자를 알아볼 수 있게 해주세요.


남편을 만나기 직전, 내가 매일 같이 드렸던 기도다.


사실 나는 가정 환경 때문에 결혼에 대한 생각이 거의 없었다. 결혼하지 않고 혼자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늘 찾아다녔고, 혹시 늦게라도 아이를 가질지 모르니 노산에 대비해 각종 영양제를 부지런히 먹으며 20대를 보내고 있었다. 그 당시로는 <비혼>이라는 말은 없었고 <골드미스>라는 말이 유행할 때였는데... ... 골드미스로 살다가 정말 아주아주 늦게 좋은 사람이 생기면 결혼하던지 말던지 이런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런 나의 생각이 조금씩 바뀌어 결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심경에 변화가 있었던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1. 당시 다니던 교회는 <가정사역>을 하는 곳이었다. 따라서 교회 안에서 결혼을 엄청 장려하고, 자녀 출산을 축복이라고 믿었다. 다들 결혼하고 자녀도 2-3명씩 낳는 분위기여서 그게 당연하고 하나님의 축복이라고 생각했다.
2. 당시 다니던 회사는 20대 후반-30대 초면 직장 동료들이 모두 결혼을 했다. 빨리 결혼하지 않으면 좋은 사람이 남지 않을 것이란 분위기가 있었다.


20대 후반, 나의 주위에는 늘 결혼을 고민하는 사람들, 결혼을 준비하는 사람들, 결혼을 한 사람들,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로 가득했고. 그런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보면서 결혼에 대한 거부감도 사라졌다.


모든 사람이 우리 부모님처럼 불행한 부부 관계를 맺고 있지 않았고, 자식들을 가난과 폭력, 방임으로 학대하고 있지 않았다.


나도 좋은 가정을 꾸릴 수 있을 것 같아.


이런 결심이 섰고, 나는 부지런히 신에게 기도를 드렸다. 하나님이 정해주신 배우자를 혹시라도 내가 못알아볼까봐 지나치는 일이 없도록 인도해달라고 간절히 기도를 드렸다.


그리고 나는 나의 남편을 한 눈에 알아보았고, 우리 두 사람은 결혼을 했다. 꽤 오랫동안 나는 그가 하나님이 예비한 신랑이라고 믿었고, 우리의 결혼은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따라 진행되었다고 느꼈다.


막상 결혼을 하고 보니 우리의 결혼 생활은 늘 분노와 싸움의 연속이었다. 신혼여행을 다녀오자마자 나는 남편에게 매일 소리를 질렀고, 남편은 묵묵히 듣다가 폭발하기 일쑤였다. 아무리 헌금을 해도 재정의 축복은 오지 않았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사기와 무직 상태였다.






우리 부부가 왜 눈이 맞았는지는 시간이 흐르며 깨닫게 되었다. 우리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아니라 무의식적인 심리적 요인으로 서로에게 강하게 이끌렸던 것이다.


그리고 충분히 그 위험을 감지할만한 신호가 중간중간 있었음에도 <신앙>으로 그 신호를 애써 무시하며 결혼을 진행했던 것이다.


우리가 서로를 선택했던 수많은 이유 중, 가장 중요한 것들을 정리해보았다.


1.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자신과 비슷한 사람에게 끌린다.


우리는 닮은 점이 많았다. 둘다 원가정에서 <영웅(Hero)>이라는 역할을 수행했다. 영웅이란, 가정이 정상적으로 굴러가는 것처럼 보이도록 열심히 공부하거나 일하는 가족 구성원을 뜻한다. 주로 장녀나 장남이 이 역할을 맡는다.


워커홀릭이 많고, 즐겁고 재미있는 일보다는 지루하고 따분한 일을 잘 해낸다. 그래서 여러 취향까지도 잘 맞아떨어졌다. 클럽이나 술자리에서 놀지도 않았다. 결혼 후에는 집에서 함께 다큐멘터리를 보거나 영어 공부를 하며 여가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자신의 부모에게 의지하거나 기대지 않는 매우 독립적인 사람들이었다. 부모에게 의논하거나 물어보지 않았고, 우리끼리 모든 일을 처리해나갔다. 서로에게 매우 익숙한 방식이었고, 거부함이나 의문이 들지 않았다.


의지할 이 없는 지독하게도 외롭고 고달픈 두 사람이 만나 무소의 뿔처럼 험한 세상을 걸어나갔다.


2. 회피형 남편에게 나는 매력적으로 보였다.


회피형은 자신도 누구에게 의존하지 않지만 남이 자신에게 의존하는 것도 원치 않는다. 회피형은 결혼을 하지 않거나, 결혼을 해도 독립적인 성향의 상대를 찾으려 한다.


나는 혼란형 애착유형을 가지고 있다. 즉, 불안형도 있지만 절반 정도는 회피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 것이다.


그는 내 안에서 회피형의 모습을 발견했다. 씩씩하게 회사를 다니며 스스로의 생계를 책임지고,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처리하는 독립적인 여자. 마침내 이상형의 여성을 발견한 것이다.


* 많지는 않지만 <회피형-회피형> 커플들이 있다. 이들은 부부라기보다는 함께 사는 룸메이트 같은 삶을 산다. 각자 할 일과 취미 생활을 하고, 집에서 잠을 잔다. 회피형은 누군가를 책임지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에 자녀도 낳지 않는다. 회피형끼리는 서로 끌리는 요인이 없어서 결혼까지 가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서로 니즈가 맞으므로 잘 사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나는 반쪽짜리 회피형이었다. 내 안의 남은 반은 타인의 애정과 관심을 지독하게도 갈구하는 '불안형'이었다.


나의 사람이 생기고 나의 불안형 애착이 발동되기 시작했다. 사랑받고 싶고, 관심받고 싶고, 의지하고 싶고, 함께 하고 싶었다.


남편은 당황스러웠다. 자신이 생각한 독립적이고 자립심 강하고, 맞벌이하며 각자 알아서 살 룸메이트 같은 여자는 어디로가고 사랑이 고픈 여자가 집에 있으니 말이다.


3. 나에게 회피형 남편은 매력적으로 보였다.


불안형이 절반정도 있었던 나에게 성공한 회피형인 남편은 매력적으로 보였다. 그는 자신의 선택에 대한 확신이 있었고, 목표를 향해 앞만 보고 달려온 사람이었다. 큰 부를 이룬 사람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꿈을 향해 소신있게 달려오고 노력한 그 모습이 멋졌다.


회피형의 매력적인 부분을 아주 높이 샀고, 그의 단점을 무시했다. 그는 자신의 목표가 중요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주변을 돌아보거나 챙길 여유가 없는 사람이었고, 왜 소중한 사람을 돌봐야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 댓가를 나는 아주 호되게 치렀어야했다.


사실, 불안형-회피형 커플은 매우 흔하다. 생각해보면 다소 집착하고 오지랖이 넓고 자식에게 매일 참견하는 엄마와 무신경하고 대화가 통하지 않는 아빠를 많이 보지 않았나?


왜냐하면 불안형과 회피형은 서로 상극이지만 끌어당기는 요인이 있기 때문이다.


자존감과 자기 확신이 낮은 불안형에게 자신감있고 자기 확신이 높은 회피형은 매력적으로 보인다. 회피형은 그런 자신을 경외에 찬 눈빛으로 바라봐주는 불안형이 좋다.





운명처럼 서로에게 끌렸으나,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불행 뿐이었다.


나는 그에게 감정으로 호소했으나 소용없었다.


왜냐하면 그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회피형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를 구원한 것은 오랫동안 연구되고 발달되어온 <애착이론>이었다. 연구와 데이터로 일하고 판단한 그는 애착이론을 통해 자신의 패턴을 정의하고 인정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건강하지 않다는 것을 마침내 받아들였다.




애착유형별 연인 궁합 점수는?

https://www.ciderhealing.com/test/attach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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