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해 일기
정말! 인생은 긴, 긴, 긴 하루 같다. 해가 뜨겁게 떠있는 정오를 지나 서서히 노을이 지고 차분해지는 황혼의 시간. 늦은 밤 아메리카노 한 잔으로 천천히 저무는 인생을 지새우며 지켜보고 싶기도 하고, 믿지도 않는 수면 디퓨저를 머리맡에 가져다 놔 잠에 들어 피하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12,000원 아사이 생맥주 4캔을 마신 상태라 디퓨저고 뭐고 오늘도 잠자긴 글렀다.
언어와 글자 중 어느 것이 더 진심이 와닿을까. 텍스트들을 보면 옹기종기 모여 뾰족한 모서리 없는, 서로 둥근 원을 만드는 게 귀엽다가도 당시의 목소리와 생각이 첨가돼있지 않아 공허하다. 언어는 감정과 상황이 주는 분위기를 담고 있어 따뜻하지만 기록되지 못해 흩어져 허탈하다. 그래서 이 둘을 모두 해결하는 음악에 위로를 받거나 공감하는 듯하다.
록키 시리즈 OST로 역작을 그린 밴드 Survivor의 노래를 요 근래 가장 많이 듣고 있다. 가장 유명한 ‘Eye of the Tiger’과 ‘Burning Heart’를 내리 듣고 있다가 ‘Everlasting’에 빠졌는데, 이 노래의 가사의 가운데를 찔러보자면 “우리가 느끼는 이 사랑이 잠깐 스쳐가는 감정인지, 아니면 정말 오래 남을 사랑인지”로 생각된다(맞는지 모르겠지만). 무대 위 주인공이 받는 스포트라이트가 한시적인 것, 좋아하는 책을 읽다가 마지막 장을 마주치게 되는 것처럼 사람에게 주어진 사랑의 유효기간은 왜 짧은지 안타깝기도 하고 걱정이 되기도 하다. 놓친 기회들로 가득한 세상이라 마음을 둘 수가 없어서 그런 걸까?
3월 5일, 진눈깨비가 섞인 비가 내렸다. 며칠 전이긴 하지만 이때 참 지리멸렬한 마음에 모든 걸 투영하는 빗방울과 손을 잡고 도로에 퍼질러 있는 물웅덩이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그간 쿡, 쿡 찔러도 별소리를 못 냈는데, 물웅덩이가 되면 찰박하는 소리라도 낼 수 있으니까. 그렇게 침잠해있는 상황에서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응원을 받아 좋아하는 말차를 양껏 먹은 기분이 들었달까. 한편으로는 가뭄인 땅에 갑자기 들어오는 물처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어 고마움이 넘쳐흐르기도 했다. 그래서 스쳐가는 사랑에 괜히 덧없다고 심술을 부리는 모양이다.